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엄마는 해녀입니다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엄마는 해녀입니다 / 고희영 글 ; 에바 알머슨 그림. - 난다, 2017

ISBN 9791196075156 : \13500

o 분야

유아 그림책(국내 창작동화)

o 추천대상

유아, 아동

o 상황별추천

 

 

김새롬 (남양주시 와부도서관)

 

 

제주 바다에 사는 우리 엄마

소녀는 매일같이 바다에 나가는 엄마가 걱정스럽습니다. 바다에 일렁이는 하얀 파도는 소녀의 집을 삼킬 만큼 키가 클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소녀의 이런 마음을 아는 엄마는 바다에 나갈 때마다 꽃테왁을 챙겨 나갑니다. 꽃테왁은 꽃무늬 천을 두른 해녀들의 동그란 튜브입니다. 소녀는 바다로 나간 엄마가 걱정될 때마다 꽃테왁을 보며 안심을 합니다. 멀리서도 엄마를 알아볼 수 있어 소녀는 그나마 안심이 됩니다.

소녀의 눈에는 엄마가 바다 속 대장입니다. 잠수를 잘해서 잠수대장, 물고기를 잘 건져서 건지기 대장, 전복도 잘 따서 따기 대장, 미역도 잘 줍기 때문에 줍기 대장입니다. 소녀의 집 목욕탕보다도 넓고 깊은 바다 속에서 엄마는 숨을 잘도 참습니다. 숨을 잘 참는 덕분에 잠수대장, 건지기대장, 줍기대장이 되었을 겁니다. 이런 엄마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소녀의 할머니입니다. 소녀의 할머니는 엄마보다 키도, 손도, 몸집도 작지만 바다에서 건져낸 그물은 언제나 엄마보다 더 묵직합니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소녀에게 할머니는 바다님의 말씀을 잘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단 한 번도 바다를 떠나지 않았던 할머니에게 바다님이 주는 선물은 언제나 그물 속에 가득이지요. 엄마는 소녀가 태어나기 전, 바다가 싫어 육지로 떠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육지에 있는 미용실에서 일을 했던 엄마는 육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바다를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엄마가 있는 그 바다를 말이지요. 엄마는 할머니가 평생을 살아온 바다, 할머니를 바다에 빼앗겼다고 생각했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할머니처럼 그렇게 살고싶어 졌습니다. 해녀의 딸로 태어났으니 자신 역시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숙명처럼 느껴졌던 엄마입니다. 그렇게 우리엄마는 제주 바다에 살게 되었습니다.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자는 해녀들의 약속

여느 때처럼 할머니와 엄마는 바다에 나가 열심히 물질을 했습니다. 그날 엄마는 바다 깊은 곳에서 주먹 두 개보다 더 큰 커다란 전복을 발견했습니다. 숨이 탁 막히고 가슴이 조여 왔는데도 그 전복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손을 더 뻗어 바다 깊숙이 넣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엄마는 눈앞이 흐려지고 정신이 몽롱해졌습니다. ‘이렇게 죽는구나.’하고 생각했을 때, 근방에서 물질을 하던 할머니가 엄마를 힘겹게 물 밖으로 건져 올렸습니다.

바다는 해녀에게 언제나 풍요로운 일터입니다. 오늘 전복을 캐어도 내일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쉼 없이 베풀어주는 바다의 넓은 마음 덕분입니다. 다만 바다는 인간의 욕심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다른 해녀보다 조금 더 벌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가는 바다가 그녀의 목숨을 집어삼킬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주기위해 바다가 정해놓은 규칙이기도 합니다. 큰 전복을 따기 위해 평소보다 더 오래 숨을 참던 엄마는 바다로부터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은 인간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엄마는 전보다 더 바다 앞에서 겸손해지기로 다짐합니다.

다음날,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태연하게 할머니와 엄마는 바다에 나갈 채비를 합니다. 헤엄을 잘 치기 위해 물갈퀴를 챙기고, 물살을 잘 넘보기 위해 큰눈이도 챙깁니다. 바다 속에 잘 가라앉을 수 있도록 돌허리띠도 잊지 않고 챙깁니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스킨스쿠버처럼 공기통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할 뿐만 아니라 바다 속에도 오래 머무를 수 있지 않겠냐고 이야기 합니다. 할머니는 웃으며 소녀에게 이야기 합니다.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자는 것이 해녀들만의 약속이라고 말이지요. 소녀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해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바다로 향합니다. 그리고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바다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렇기에 산소마스크나 공기통 같은 인위적인 장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해녀는 넓고 깊은 바다 앞에 언제나 겸손하게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숨만큼 주어진 수확에 감사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엄마와 함께 바다로 나가며 오늘도 매일하는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사서들의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는 외계인  (0) 2021.02.05
희망을 찾는 아이, 러키  (0) 2021.02.05
우리 동네 정원 만들기  (0) 2021.02.05
함께이기에 행복한 것들  (0) 2021.02.05
엄마의 잔소리는 싫어!  (0) 2021.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