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7.03.27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지는 않았어
  2. 2017.03.27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3. 2013.12.03 작은 것들이 주는 행복
  4. 2013.09.05 방학은 방.학.답.게.
  5. 2013.08.06 다리 위에서 사는 사람들
  6. 2011.03.15 목어 소릴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닦아야 한다, 왜? (1)
  7. 2011.03.11 『813.8 사서*, 어린이책을 말하다』발간의 부쳐
  8. 2011.03.09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
  9. 2011.03.09 미친개는 정말 미친개일까?
  10. 2011.03.08 곶감이 무서워 도망간 그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2017.03.27 15:39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지는 않았어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지는 않았어

 

이연수(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 사서)

 

우리 엄마 바꾸기 / 정임조 글, 김예지 그림.  -  킨더랜드. 2015

분야 - 동화책

추천대상- 4~6학년

 

 

엄마라는 의미를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주로 어린아이들이 어머니를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있다. 나의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외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셨고, 나 또한 나의 엄마를 지금까지도 엄마라고 부른다. 우리가 비록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엄마라고 부르는 이유.. 엄마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되고 싶은 바램, 그리고 엄마앞에서는 영원히 철이 덜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 엄마도 나이는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지만 하는 행동은 어린아이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쌍둥이 엄마는 자식들을 키우며 약간은 게으르고, 낙천적이며 시골에 계신 친정 엄마를 자주 찾아가 친정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고 싸갖고 오는 전형적인 딸의 모습을 갖고 있다.

친정엄마의 모습은 딸만 오면 막내딸이 먹고 싶다는 음식을 해주고, 싸주는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이다. 이런 엄마와 다르게 딸은 친정엄마가 특정음식에 알러지가 있는 지도 모르고 음식을 만들어오고 그 음식을 먹은 친정엄마가 병이 나면서 자신의 엄마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고 엄마를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진정한 엄마로 바뀌기까지의 내용이 소소하게 그려 진다

 

작가는 머리말에 엄마를 너무 엄마 취급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엄마도 사실 아이들과 마찬가지라고한다. 엄마와 사이좋게 지내려면 엄마도 표현에 솔직하고 아이들도 엄마가 무조건적으로 받아주고 해내는 슈퍼우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가끔 나의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불평할 때 난 이렇게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나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은 아니야 너희들로 인해 엄마가 되어가는 거니까 기다려다오.“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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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5:37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의 품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서정적인 모습

 

조수연(가평군립조종도서관 사서)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 이상교 글, 김재홍 그림.  - 봄봄. 2013.

 

분야 : 그림동화책,

ISBN : 978-89-91742-47-5

서명 :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 이상교 글 / 김재홍 그림 / 봄봄

추천대상 : 유아 ~ 초등 저학년

 

 

엄마가 섬 그늘에....” 시작되는 동요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러본 노래, 내가 초등학교 시절 정겨운 리듬으로 반 친구들과 합창으로 불렀던 노래, 이 작품은 섬집 아기라는 시 한 편을 그림 동화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해당화 피어있는 바닷가를 연상하게 하고 집에 혼자 남은 외로운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멀리 바다에서 파도 소리와 갈매기 나는 소리도 들려 오고 있다. ‘그림 동화책을 이렇게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해 낼 수 있구나!’ 그림책을 보고 새삼 감동이 전해 왔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들, 저절로 심신이 평화로와지는 느낌들, 귀여운 동이를 그림 속에 들어가 꼭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엄마랑 단둘이 사는 동이네 집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왠지 쓸쓸해 보이는 엄마와 아들, 바다 물떼에 맞추어 엄마는 굴을 따러 나가고 동이 혼자 집을 보게 된다. 바닷바람 따라 미역 냄새, 파래 냄새가 마당까지 들어오고 혼자 남은 동이는 조개껍데기로 동산을 만들어보고 강아지와 고양이랑 평상에 누워 소라껍데기에 귀를 대어 보다 잠이 든다. 그러는 동안 엄마는 쉴새없이 굴을 따다 동이 걱정으로 집을 향해 내어다 보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동이를 생각하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평상에서 잠을 자고 있는 동이에게 엄마는 볼에 뽀뽀를 해준다. 처얼썩 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엄마는 동백나무 아래에서 동이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 준다. 이 동화는 어른들은 잘 알고 있는 섬집아기 노래를 각색한 동화이다. 동요를 그림동화책으로 바꾼 거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동화로 옮겨놓은 듯 하다.

 

동화책 뒤쪽에 동요 소개와 작가의 글이 실려져 있다. 부산에서 피난살이를 하던 작가는 부산 앞바다의 작은 섬에 갔다가 오두막에서 홀로 잠자는 아기를 보고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아직 어린 아이를 남겨 두고 일을 나가야 했던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과 엄마를 기다리다가 파도 소리를 자장가삼아 잠이 든 아기의 모습에서 소박하고 자연의 품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한다. 바닷가 사람들의 모습을 구슬프면서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즐겨 듣고 부르면서 떠올렸던 풍경들을 그림동화책으로 만들어 더욱더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해 준 이 책을 어른이나 아이나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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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3 13:57

작은 것들이 주는 행복

작은 것들이 주는 행복


 

작은 새 | 제르마노 쥘로 지음 | 알베르틴 그림 | 이준경 옮김 | 리젬 | 68쪽 | 2013.04.09 | 13,000원 | 낮은학년 | 스위스 |

 

 

  빨간 트럭 위에 노란색 사막과 대조를 이루는 파란 하늘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는 한 남자가 서 있다. 굉장히 흐뭇해 보이는 그의 표정이 표지에서부터 책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은 무심코 지나쳤을 작은 것들이 주는 행복을 표지와 같이 아주 간결한 그림과 단순한 이야기로 보여주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보이는 장면은 언 듯 보기엔 한 가득 심플한 색채의 그림만 눈에 보이고 글자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아 읽기 편해 보이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그림에 집중하여 하나하나 더 곱씹어 봐야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혼자 읽기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책이다. 글이 아닌 그림에 의지하여 트럭기사 아저씨와 트럭 속에 웅크리고 숨어있던 작은 새의 이야기를 상상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가 혼자 읽기 보다는 아이와 엄마, 또는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책을 펼쳐두고 대화를 나누며 읽는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단순히 트럭기사 아저씨가 트럭 속에 숨어있던 작은 새를 발견하고 하늘로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을 아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니라 아저씨와 작은 새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책이기 때문이다.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의 경험과 부모님 또는 선생님의 경험을 서로 털어놓으며 이야기 한다면 생활에서 깨닫지 못했던 작은 행복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표지부터 책 마지막 장까지 이어지는 황량한 노란 사막을 혼자 외롭게 달리던 트럭 운전사가 그와 대비되는 파란 하늘을 수많은 새들과 함께 어울려 날아가는 모습은 책을 덮기 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최고의 장면이며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한다.

 


조수연 (수원시 영통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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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5 09:18

방학은 방.학.답.게.

방학은 방. . .

 

방학탐구생활 /김선정 : 문학동네 (초등학생 고학년)

 

 

방학을 이야기 할 때 제 짝처럼 입에 찰싹 달라붙는 말 .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

방학 전엔 연례행사처럼 생활 계획표를 만들면서 알찬 방학을 야무지게 꿈꾸지만 그저 정신없이 휘몰아쳐 놀다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개학이 코앞이라 일기쓰기, 그리기, 만들기 등 온갖 잡다한 숙제를 팔목이 떨어져 나가라 해치웠던 기억이 난다.

해골바가지가 그려진 티셔츠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배의 갑판에 올라서서 채찍을 두르고 있는 아이와 입을 한껏 벌리고 노려보는 구렁이 그림의 책 표지가 예사롭지 않다.

어마어마한 일이라도 벌이려는 걸까 절로 호기심이 생긴다.

 

주인공 석이는 엄마가 없다. 만두 가게를 하는 아빠와 애어른처럼 눈치가 빠른 동생과 산다.

석이는 방학을 앞두고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거창한 방학 계획을 발표하고 기어코 해보이겠다 고집을 부리며 아빠와 협상에 나선다.

그 계획이란 것이 방학하고 삼 일은 맘대로 하기. 돈 벌기. 무인도에서 모험하기. 무인도 탐험으로 유명해진 후 돈 벌고, 스타도 만나고 사인도 받고, 더 유명해지면 자전거 전국일주, 조리사 자격 따기, 일단 이 정도 하고 더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계획하기로 아빠 눈에는 영 요상해서 기가 차고.

방학특강이냐 모험이냐를 놓고 한창 실랑이를 벌일 때 석이의 지원군 등장. 그간의 골칫거리였던 걱정을 말끔하게 해결해 주고 드디어 석이의 모험은 시작되는데.

 

이 책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매력만점의 등장인물들에 있다.

시시콜콜 일러바치기 좋아하는 고자질쟁이지만 형의 모험에 빠질 수 없는 동생 호, 연애인 팬클럽 활동에 제대로 꽂혀있는 동네 김 작가, 환상적인 칠금도 여행지를 소개해 준 날라리 같은 만두가게 한수형, 인정 많고 푸근한 한수형 할머니, 쉬는 법도 없이 만두가게 일에 바쁜 그러나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걱정 많은 보통의 아버지 등 개성있는 인물들이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방학이라면 무조건 공부와 한 판 대결을 벌이길 원하는 어른들과 방학을 방학답게 놀며 제대로 보내고 싶은 아이의 구도를 맞춰가며 보아도 재미있고, 어느새 풍경이 되어버린 유년의 방학을 추억하며 시간 여행을 떠나보아도 좋다.

어찌되었거나 아이들끼리 적극적으로 그때 그때 상황에 맞서는 모양새는 12일이란 오락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좌충우돌 정신없이 펼쳐지는 칠금도에서의 아이들의 모험은 너무 많은 것을 염두에 둔 탓에 오히려 작은 실수도 허용치 않는 어른들의 망설임과 두려움을 선명하게 드러내주고야 만다.

 

아이들에게 방학을 돌려주고 싶은 어른이라면 석이의 허무맹랑하지만 용감한 방학탐구생활을 일독하시라. 그래 아이들에게 자연스런 실수를 허락해주고 우리의 아이들이 더 담대해지도록 격려해보자.

방학이 남은 아이들아. 지금이라도 엉뚱하고 신 나는 모험을 꿈꿔보자.

칠금도는 어쩌면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영춘 (부천 원미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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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6 10:09

다리 위에서 사는 사람들

다리 위에서 사는 사람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정은영.

 

 

1. 베키오 다리

이탈리아 피렌체에 우피치 미술관이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라서 예약을 안 하면 줄을 엄청나게 길게, 오래 서 있어야 합니다. 그 우피치미술관에서 나오는 길에 창문을 통해 보이는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아르노강 위에 가장 오래된 다리인 베키오 다리입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장소로 유명하지요. 그 다리 위에는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들, 악세사리를 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다리는 일반적인 다리와 다르게 건물들이 있고, 그 건물에 상가도 있고, 사람들도 살고 있지요. 강 이쪽에서 강 저쪽으로 오가면서 물건도 사고, 사람들도 만나는 거죠. 그런데 그 다리가 서로를 이어주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된다면 그 다리다리일까요? ‘일까요?

 

 

2. 섬에서의 새로운 삶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섬으로 낙향한 친구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곳이 바로 이었습니다.

이번 여름 그 으로 피서를 가려고 합니다. 친구도 만나고, 그 좋다는 바다와 하늘과 산과 들을 보고 오려고요. 책을 참 좋아하는 친구라서 선물로 책을 몇 권 샀습니다. 아이에게도 한권 사주고 싶어서 보는 중에 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였습니다. ‘으로 이사 간 아이에게 에 대한 이야기를 선물해 준다니 참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냥 사줄 수는 없고, 먼저 읽어봤습니다. 읽고 나니 마음이 아련해 집니다. 조금은 답답해집니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더 읽어 봤습니다. 나름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막막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 번 더 읽어 봤습니다. 다소 무겁지만 그림도 그렇고 섬 사람들의 표정도 재미가 있고, 깊은 생각과 이야기를 나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 그림책

2013 볼로냐 라가치상(오페라 프리마 부문)을 받은 그림책 은 육지 사람처럼 되고 싶어 한 섬 사람들이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아주 긴~ 다리를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길고 튼튼한 다리를 만들려니 돌도 나무도 모래도 아주, 아주 많이 필요했지요. 섬에 있는 나무, 모래, 돌을 가져다 다리를 만들다보니 산도, 숲도, 해변도 모두 없어져 버렸습니다. 육지 사람처럼 되고 싶던 섬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산에 돌이 없어질수록 새 다리는 생겨났고, 산이 점점 낮아질수록 다리는 점점 길어졌습니다. 잘려진 나무가 많아질수록 다리는 점점 새로워졌습니다. 해변의 모래까지 모두 사용한 후에 마침내 다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섬에 있는 수많은 자연과 자원을 다리를 만드는데 다 써버렸습니다. 다 써버렸더니 남아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섬이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결국 섬 사람들은 육지로 가기로 했지요. 줄줄이, 줄줄이 줄에 맞춰 다리를 건너갔는데. 이런! 마지막에 다리를 연결한 모래 둑이 파도에 쓸려 없어져 버렸습니다. 섬 사람들은 섬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육지로 옮겨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다리 위의 사람들이 되어 버렸지요.

 

 

4. 어울림이 있는 아름다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육지사람처럼 되고 싶었을까요? 처음에 은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산과 해변과 숲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었으니깐요. 바다와 육지가 어우러져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이었습니다. 자연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잘 어울려 있는 곳이었습니다. 키가 크든 작던, 뚱뚱하던 말랐던,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섬 사람들에게 욕심이 생겼습니다. 육지에서 온 커다란 배가 너무 멋져보였고, 육지 사람들의 옷차림, 머리모양, 말투와 걸음걸이까지 모두 멋있어 보였습니다. 우리는 시각이 주는 효과에 너무 쉽게 속아버립니다. 정말 멋진 것인지, 정말 좋은 것인지 보다 멋져 보이는 것, 좋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됩니다. 가끔은 눈을 감고, 깊이,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5. 욕심

섬의 살림살이를 맡아 하는 도지사에게도 욕심이 생겼습니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도지사가 될 것 같은 허황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이 생기니,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꼭 해야 되는 일이 되었습니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정말 중요한 일,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데도 그렇게 우선순위가 바뀌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어서 보다는 욕심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느 한 사람만의 욕심이라면 그건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해줄 사람이 있을 텐데,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부도, 농부도, 경찰관도, 선생님도, 소방관도, 모두에게 다리가 제일 중요한 일이 되었죠. 물고기 잡는 일보다도, 논 일이나 밭 일 보다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보다도, 불을 끄는 일 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되어 버린거죠.

 

 

6. 다리 위에서 사는 사람들

더 풍족해 지고, 더 멋져지고, 더 아름다워지려고 한 일이었는데, 더 부족해지고, 볼품없어져 버렸습니다. 끊어져 버린 다리 위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섬 사람도 아니고, 육지 사람도 아닌 채로 남아버렸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처음 그림책을 읽었을 때는 너무도 막막했습니다.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화를 돋구는 것도 아니고 불꽃이라니 이건 또 웬 말입니까? 막막한 상황에서 축포가 터진다니요. 작가가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 째 읽었을 때는 그래도 사람들은 그 처한 현실에서 그에 맞춰 또 살아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 째 읽었을 때는 어쩌면 육지로 가서 사는 삶이 행복했을까? 오히려 다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새로운 어울림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데 더 행복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읽을 때마다 생각과 깊이가 달라집니다. 아무래도 이 책을 옆에 끼고 또 읽고, 또 읽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7. 질량보존의 법칙

무엇을 누리는 것에는 그에 마땅한 값이 치러져야 합니다. 그래서 물건은 그에 맞는 값을 갖고 있고, 우리는 그 값을 치루고 물건을 사지요. 그런데 그 값은 우리가 시장에서, 가게에서 사는 물건에만 메겨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저기 그냥 나뒹구는 돌, 나무, , 해변, 산 등 우리 주변의 자연에도 그 가치가 다 담겨져 있습니다. 다리가 생기기 위해서 돌이 없어져야 했고, 그 다리가 더 길어지기 위해서 나무가 베어져야 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도로, 나무, , 오늘 먹은 아침 밥... 등 그 모든 것이 만들어지기 위해 무엇인가 없어졌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섬으로도 육지로도 움직일 수 없는, 오도가도 못 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좀 더 자연에 관심을 갖고, 그 자연이 내는 소리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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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7:28

목어 소릴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닦아야 한다, 왜?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김혜리 지음, 사계절, 2009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리고 말도 되지 않는다. 물고기한테서 나무가 자라다니…….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첫 장을 펼치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목판으로 찍어낸 듯한 그림은 거칠면서도, 표정 하나하나가 나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표현하면서도 한 두가지 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절에 있는‘목어’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절에 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평소 무심코 보기만 했던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옛날 어느 작은 절에 덕 높은 스님과 그의 제자들이 있었다. 제자들은 스님의 가르침대로 수련을 하지만 그 중 한 사람‘멋대로’만은 제멋대로 행동하였다. 사람들을 괴롭히고 죄 없는 물고기를 죽이는 등의 만행을 일삼아 큰 스님의 꾸짖음을 듣지만, 여전히 깨우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멋대로’는 큰 병을 앓아 죽는다. 그 후 물고기로 다시 태어나지만, 전생의 나쁜 버릇을 못 고치고 여전히 다른 물고기를 괴롭히면서 살아 가는데, 어느 날 자신의 몸에서 나무가 자라는 걸 알게 된다. 나무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아프고 괴로운 가운데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게 되고 우연히 만난 큰스님에게 하소연한다. 그리고‘멋대로’는 큰스님의 정성스런 기도로 자유롭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달라고 한다.
    ‘멋대로’의 등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목어’라는 것이다. 이 목어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닦으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우리에게‘권선징악’과 뉘우침을 가르쳐 준다.
    우리 주변에는‘멋대로’와 같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괜히 와서 시비를 걸고 남을 괴롭히면서 즐거워하고 만족을 모른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각자 주변의‘멋대로’를 떠올리며 화를 내기도 하고, 뉘우치기도 하며 벌을 받을 때는 통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화의 내용을 어린이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큰 무리

가 있는
것 같다. 이는 잘못을 저지른 대가가 너무나 크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죽음’이라는 것과 윤회를 통한‘죗값’은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에‘멋대로’의 행동이 죽음과 동등한 최고의 잘못으로 인식될 수가 있다. 또한, 맨 마지막에 나타난‘죽음’(나무가 자라는 물고기의 몸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든 괴로움과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 동화는 불교의 사상을 배경으로 사찰의 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배경지식 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어린이들로서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주혜영(양주덕정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을 택하고 많은 이용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생겼다. “어떤 책이 재미있나요?”, “애가 X학년인데 책을 추천해 주시겠어요?” 처음에는 당황했던 질문이 이제는 내가 사서로서의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되었다. 책 표지만 보는 사서가 아닌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독자층에 맞는 책을 추천할 수 있는 내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느낀다. 아직 4년도 안된 미숙한 사서이지만“경기도 사서는 달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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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10:24

『813.8 사서*, 어린이책을 말하다』발간의 부쳐



    지난 7월 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에 수원선경도서관에‘사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잔잔한 불씨를 갖고 모였습니다. 의정부에서, 수원에서 약 3개월의 시간동안 그 불씨들을 간직하니, 시간이 흘러 쌀쌀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에 작은 모닥불이 되어 따뜻함을 나누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2009 경기도 서평교육 과정>은 어린이책에 대한 환경, 역사, 출판, 편집, 서평과 매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작은 결과를 이렇게 묶어서
『813.8 사서, 어린이책을 말하다』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 놓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고, 아직은 부끄럽고, 아직은, 아직은……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지만 이것이 첫 발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냅니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책이 빛을 보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책, 독서, 자료, 도서관 전문가로서 사서의 자리를 매김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었습니다. 교육과정에 참여한 개개인이 그동안 도서관을 매개로 책과 만나온 작은 역사의 자취이며, 지난 3개월‘작은’서평글쓰기 과정을 통과한 고스란한 흔적입니다. 물론, 수많은 책에 대해 우리만의 목소리를 갖고 있는 사서가 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이 작은 몸짓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좀더 멋지게 드러날 수 있도록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고민하겠습니다. 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늘어갈수록 더많은 책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렇게 첫 발걸음을 내딛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신 조월례, 정병규, 이대건 선생님과 이런 마당을 마련해 주신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2009년 경기도서평교육 수료자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2009월 10월 8일
사서서평교육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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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司書, librarian)
고등교육기관에서 문헌정보학을 이수하고 각종 도서관(자료실) 및 정보기관에서 이용자의 정보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문헌을 수집·정리·보관하고 대출과 필요정보를 서비스하는 사람.(두산백과사전)


* 2009 경기도 사서서평교육 결과 서평결과집 『813.8 사서, 어린이 책을 말하다』발간문 발췌

* 813.8 사서, 어린이책을 말하다 전문(full text)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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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9 13:20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


『책과 노니는 집』이영서 글·김동성 그림, 문학동네, 2009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책에 얽힌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책이야기가 듬뿍 담긴 이 책은 역사속의 천주교 탄압사건과 더불어 어린아이의 성장과정까지 두루 담고 있는 뛰어난 창작동화이다.

    성은 문, 이름은 장. 이 책의 주인공‘장이’는 어린 시절에 무척이나 자신을 사랑해주고 아껴주던 아버지를 잃게 된다. 전문 필사장이였던 아버지는 천주학 관련 책을 필사했다는 죄로 매질을 당하여 죽고, 아버지의 부탁으로 홀로 남은 장이는 약계책방의 주인인 최서쾌의 보살핌으로 살게 된다. 책방에서 책을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심부름을 하며, 장이는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낙심이, 미적아씨, 청지기, 지물포 주인 오씨, 허궁제비, 홍 교리. 이들을 통해 장이는 아버지를 여읜 슬픔을 이겨내며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 나간다.

    이 동화에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중요단어는 두 가지이다. 천주학을 가리키는 ‘서녘 서(西)’와 천주학을 숨기는‘동녘 동(東)’. 천주학 대한 탄압 속에서도 천주학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몰래 책을 구해서 읽을 수밖에 없다. 장이는‘동녘 동’자로 시작하는 동국통감을 가지고 최서쾌의 심부름으로 홍 교리의 집에 찾아간 이후, 홍 교리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는 주옥같은 말들이다. “어렵고도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네가 아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려운 글도 반복해 읽고, 살면서 그 뜻을 헤아려 보면‘아, 그게 이 뜻이었구나!’하며 무릎을 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어려운 책의 깊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어른과 어린 아이의 진심어린 대화는 두고두고 곱씹어 볼 부분이다.

    홍 교리와의 대화를 나누기 좋아하는 장이는 천주학 탄압이 다시 시작될 무렵, 뛰어난 지혜로 홍 교리의 목숨을 구하게 되고, 천주학 사건에 관련된 모두들은 잠시 도망친다. 그들이 다시 만난 날, 장이의 운명이 다시 시작된다.
책과 노니는 집은 장이의 모든 것이다. 홍 교리의 서재이름인 한문으로 된 ‘서유당’을 장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언문으로 다시풀이해준‘책과 노니는 집’. 이곳은 장이가 필사장이로서의 삶을 살아가나가는 기반이 된다. 아버지가 남겨 주신 돈으로, 아버지가 차리고 싶었던 곳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전문적인 필사장이로 나아가는 장이처럼,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바르게 살아간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긴장감을 놓지 않는 탄탄한 구성력과 더불어 이 책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낙심이에 대한 풋풋한 관심, 홍 교리와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 허궁제비로 인한 고통 속에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 등을 두루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덧 장이와 더불어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에 서유당에서 책을 읽고 있는 곳곳하며 맑은 자세, 홍 교리 앞에서 조심스럽게 한 자 한자 필자하고 있는 장이의 모습, 후원 누마루에서 낙심이에게 실감나게 심청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이의 진지한 모습, 많은 사람들이 흥미 진진하게 조선시대의 전문이야기꾼인 전기수가 들려주는 흥부전 이야기 속에 빠지는 모습 등의 그림은 글과 더불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도서관 사서로서 주목하는 이 동화속의 장점을 말해본다면, 약계책방의 주인 최서쾌의 책을 권해주는 안목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독자의 관심을 헤아려, 그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쏙쏙 골라주는 지혜를 본받고 싶은 열망을 자아낸 이 책은 비단,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서점주인, 도서관사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양유진(수원선경도서관 사서)
도서관에서 행복을 느끼며,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과 사람을 좋아하는 도서관 사서입니다.
책을 권하는 기쁨을 듬뿍 누릴 수 있는 도서관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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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9 11:58

미친개는 정말 미친개일까?

 
『미친개』박기범 글 김종숙 그림, 샘터, 2008.


    한지 느낌의 누런색 표지 위로 붓이 휙휙 지나간 자리에, 땅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 검은 개가 있다. 그리고 그 오른쪽 여백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미친개’라는 세 글자. 마치 그 글자가 각인인 것처럼, 개는 고개를 들고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눈과 발톱으로 공격해올 것만 같다. 하지만, 이 개가 정말 미친개일까?

되풀이되는 마녀사냥, 또 하나의 군중심리
    이 책의 표지는 작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일종의 암시가 되어 독자에게 선입견을 주고 그것은 또 독자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표지에서 작은 암시를 받았다면 내용에선 더 크고 위험한‘사회적 암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군중심리’란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거나 다른 사람의 언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심리 상태, 즉 대중 심리를 말한다. 이 대중심리는‘사회적 암시’를 조성하여, 중세의‘마녀사냥’이나 한국전쟁 중‘인민재판’처럼 어떤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 책에도 기존 세력에 의해 빼앗기고, 쫓겨나고, 경쟁에서 내몰려 끝내는 사라지게 한 또 하나의 몹쓸‘군중심리’가 등장한다.

미친개의 탄생
    개는 몸값 비싼 시베리안 허스키를 조상으로 두었지만, 잡종이라는 이유로 개장수에게 팔려 갇혀 살았다. 그리고 홍수가 나던 어느 해, 개는 우리에서 탈출해 겨우 살아났고, 먹이를 찾아 읍내를 떠돌게 된다. 그러나 곧 사람들의 돌팔매질에 점점 읍내 밖으로 밀려났고, 작은 시골 마을까지 들어오게 된다. 한 동안 개는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먹이도 찾아 먹고 자연 속에 사는 생활을 하게 되지만, 마을에는 곧 미친개가 있다는 얘기가 돈다. 사람들을 피해 사느라 조심스레 살피는 눈빛은 매섭게 쏘아보는 눈매로 변하고, 숨소리마저 바뀌어 간다. 개는 그렇게 점점 미친개가 되어갔다.

약한 자들의 편에 선 작가, 박기범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미친개』를 쓰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작가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여‘한국 이라크 반전 평화팀’으로 이라크에 갔을 때 보았던 떠돌이 누런 개 한 마리가 계속 가슴에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청와대 앞 전투경찰들이 둘러싼 가운데 드러누워 울부짖는 늙은 신부님의 얼굴에서, 1980년 광주를 패러디라도 하 듯 군을 출동시켜 진압하는 앞에서 제 몸에 쇠사슬을 감고 버티고 서던 어느 두 아이의 엄마 얼굴에서 그 개의 눈빛을 겹쳐보다가, 2006년 겨울, 담배를 피우고, 욕을 퍼붓고, 주머니에 칼을 가지고 다닌다는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 아이를 만났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의 할머니,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그때부터『미친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와 다른 걸 이해하지 못하고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공격을 서슴지 않는 지독한 ‘이기주의’와 강한 자는 더욱 가지려 하고 힘이 없는 자를 사지로 내모는 ‘적자생존’, 그리고 치열한‘경쟁’만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 반대하며 작가는 약한 자들을 대표하는『미친개』의 편에 섰다.

함께 하는 세상을 그린 동화, 『미친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어린이가 작가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뜻을 이해하기 전에 어두운 분위기에 억눌려 다 읽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건 아닐까?’하고 우려했다. 흔히 어린이가 대상인 그림책이라는 점이 못내 불편했다. 그러나 다시 이 책을 보았을 때 어린이들이 속해 있는 사회의 작은 단위, ‘학급’을 떠올리고는 납득했다. ‘아 학급도 다양한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지, 여러 감정이 교차하고, ‘왕따’같은 사건도 있지’라고. 개발과 발전, 혹은‘대의(大義)’라는 미명하에 우리 사회의 약자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어디론가 사라져 간다. 이 책의‘미친개’처럼. 약한 자를 측은해 할 줄 알고, 나와 다른 사람을 보듬을 줄 알며, 함께 해야 하는 세상이라는 걸 알려주기에 이 책만큼 전달력이 있는 책은 드물 것이다.

이진화(경기평생교육학습관 사서)
서가에 나란히 꽂혀 있는 책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괜스레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전 책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한 사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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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15:21

곶감이 무서워 도망간 그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김미혜 글. 최미란 그림. 사계절, 2008. 



    첫 장을 펼치면 따스한 호롱불 아래 옛 이야기를 주고 받는 할머니와 손자의 익살스런 그림자가 펼쳐진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귀를 대어보니, 바로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야기렷다.

    쿵! 집채만 한 호랑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호랑이가 왜 여기 떨어져 죽었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바로 그때, 하늘 저 멀리서 달려온 저승사자, 호랑이의 넋을 끌고 사라지니, 이 호랑이가 바로 떡 좋아하던 그 호랑이. 어느 절의 불화에서 단체로 나오신 듯한 저승대왕들이 쭉 둘러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업경을 통해 호랑이의 생애가 리바이벌되니 그놈 호랑이, 살아생전 죄를 참 많이도 지었구나. "떡으로도 모자라 엄마의 팔다리를 잘라 먹고, 그러다가 통째로 잡아먹고, 이번에는 오누이까지! ... 어허 죄가 끝이 없네 그려!"
    이제 죗값을 받을 차례. 설설 끓는 가마솥에 삶기고, 얼음지옥, 독사굴에 떨어지고, 그놈 혓바닥을 쭈욱 뽑아 황소가 쟁기질하는 것도 모자라, 칼산지옥에 홀라당 내동댕이쳐지는 구나. 이쯤되면 동생한데 사탕 뺏은 형들, 엄마한테 형 고자질한 동생들 머리 꽤나 쭈뼛거리겠다.
    어째거나 저승대왕님들 마음도 넓으시지, 뉘우치는 호랑이 죄를 사해주고 다음 생에 또다시 호랑이로 태어나게 해주셨구나. 다시 호랑이로 태어난 그 호랑이 여러 해를 살다, 다시 생을 마감하고 저승사자를 따라 나섰지. 많은 저승대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울 앞에 다시 선 호랑이. 이 호랑이는 나무꾼한테 형님 소리 듣던 바로 그 호랑이였어. '남을 의심하지 않는 순박한 마음과 어머니를 위해 정성을 다한  값진 마음' 덕분에 저승 대왕들에게 칭찬 듣고 다음 생애는 또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게 되었다지.
    그 호랑이는 어떤 사람으로 태어났을까? 그 호랑이가 바로 호롱불 아래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손자라나? 그런데 말이야, 예전에 곶감이 무서워 도망간 그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아?


오싹오싹 무섭지만 재미있고 진지한 우리 이야기

    맹수로서의 호랑이는 무서운 존재지만, 우리 민화나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해학 넘치고 우스꽝스럽다 못해 사랑스럽기까지 한 존재이다. 이 책은 어린 시절 엄마 따라 찾아간 절에서 염라대왕 그림을 본 기억이 있거나, 할머니로부터 호랑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우리 아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우리 정서가 듬뿍 담긴 그림책이다. 국적 없는 도서들이 난무하는 근래의 출판환경에서 우리 문화, 우리 조상들의 생각을 이렇듯 잘 담아낸 점은 이 책의 미덕이며, 불교출판문화협회가 선정한 '2008 올해의 불서 10'종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게다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쯤 해봄직한 생각들, 죽음 이후의 세상, 즉 저승과 육도, 윤회 등 절대 가볍지 않은 철학적 주제를 '호랑이'라는 친숙한 캐릭터를 차용하여 맛깔스럽게 버무려 놓았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편의 전래 동화 속 단골손님, 호랑이를 등장시킴으로써, 아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듯 귀를 쫑긋하게 하는가 하면, 윤회와 권선징악에 대한 메시지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많은 세월이 흘러 나는 다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그 전에 업경을 마주했을 때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떨지는 아이만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적지 않은 무게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마솥지옥, 얼음지옥, 칼산지옥, 혓바닥 쟁기질까지 도대체가 만만한 벌이 단 하나도 없다. 죄짓지 말고 살아야지....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 '설마, 내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그 호랑이는 아니겠지?' 어쨌거나 오늘의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금 돌이켜 볼 일이다.

유현미 (평택시립도서관 사서팀장)

책은 내 삶의 위안이자 즐거움이었다.
어린 시절 '책이 억수로 많은 집'에 시집가겠다고 하던 말이 씨가 됐는지,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빛바랜 기억 속의 학교도서관
한 켠에 쭈그려 앉아 책 보던 꼬맹이는 이제 '책이 억수로 많은 도서관'에서
어린 꼬맹이 손님들을 위한 책을 고르고 있다.
처음으로 서평과 진지하게 마주해본 시간이었다. 아직 서툴지만, 처음 만난 누군가가 의미 있게 다가올 때의
이 두근거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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