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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25 [이달의 콘텐츠 ]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7
  2. 2017.09.25 [이달의 콘텐츠]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6
  3. 2017.05.08 경기도민이야기 3.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2) - 가장 작은 양조장 이야기
2017.09.25 14:02

[이달의 콘텐츠 ]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7

이달의 콘텐츠 – 경기도민이야기 3.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일곱 번째 이야기


이번 호에서는 고양시 전시영·이기중 부부의 술과 함께 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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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들과 마실 술 담는 부부

 

“저를 위한 술을 빚고, 그 술에 어울리는 맛깔스런 안주를 정성스레 만들어내는
 아내는 제 삶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
“아내가 빚은 술은, 정신을 혼란스럽게 지배하지 않아요.
아내의 마음이 담긴 술이라 오히려 더 깊은 마음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이’씨이고 아내는 ‘전’씨에요. 그래서 우리 부부를 ‘이심전심’이라 말합니다.”

 

 

 

 

느낌으로, 마음으로 술을 빚는 여인

 

‘꾼’이란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또는 즐기는 방면의 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14년 전 고양시의 한적한 산자락에 삶을 꾸린 전신영 씨. 곱고 선한 얼굴로 마음을 담아 철마다 술을 빚는 그녀는 진정한 ‘술꾼’이다. 술을 전혀 입에 대지 못하면서도 철마다, 재료에 따라 좋은 이들과 나눠 마실 술을 정성스레 빚기 때문이다.

 

“처음 술을 빚기 시작한 게 한 17~8년 전인 것 같아요. 처음엔 남편의 권유로 술을 빚기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자꾸 하다보니까 매력이 있더라고요. 뭐라고 할까… 상대방이 제 술을 맛보고 ‘맛있다’, ‘좋다’ 그러면 ‘아 그럼 이번에는 이렇게 담가봐야지’, ‘다음에는 이런 재료를 넣어봐야지’ 이러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술 빚기를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기를 18년, 이제는 술을 만들고, 나누는 그 자체가 즐거워져 고단한 술 빚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신영 씨는 전통 가양주는 술이 아닌 음식이라 말한다. 더불어 적당히 즐기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녀가 힘들어도 계속해서 남편을 위해, 마음 닿는 이들을 위해 술을 빚는 이유다. 지금까지 몇 가지 정도의 술을 빚었을까.

 

“글쎄요. 정확히 세어보질 않아서… 술의 종류별로 거의 다 해봤던 것 같아요. 배우면서는… 그런데 지금은 꼭 정해진 레시피 대로 빚지는 않아요. 담글 때 마다 제 느낌대로 빚고 있어요. ‘이번에는 조금만 담가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면 본래 레시피 보다 물을 조금 첨가해 빚고, ‘좀 더 독하게 진하게 하고 싶다’ 그러면 보통 때보다 누룩을 더 넣어서 강하게 빚고, ‘부드럽게 하고 싶다’ 그러면 또… ”

 

술 빚는 기법을 갖춘 후 자신만의 양조법을 더해 이 집만의, 전신영 씨 만의 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 난 ‘없다’ 그래요, 사실 정말 정해진 레시피가 없으니까요.”

 

더불어 그녀는 술 빚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의 온도’라 말한다. 자연이 만들어 주는 온도에 맞춰 술을 빚을 때 가장 완성도 높은 술이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전 여름하고 겨울엔 술을 빚지 않아요. 봄하고 가을에만 담그죠. 온도 때문이에요. 봄, 가을이면 술 담그기에 가장 적정한 온도가 만들어져요. 그때 담그면 실패할 확률도 적고 술이 더 맛있게 만들어지죠.”

 

가양주는 우리나라의 김치나 장류처럼 익히고, 삭히는 발효음식이다. 그런 만큼 예민하고 어렵기도 하다.

 

“술 빚기에 실패할 때도 있어요. 사실은 많죠 뭐… 술은 참 예민해요. 예를 들어 술을 빚는 과정에서 고두밥이 안 식었다든가, 조금이라도 미지근하게 두면 술이 금세 쉬어요. 또 술 담그는 환경이 다 다르고, 온도도 변하다 보니, 누군가 성공한 술 빚는 법이 우리 집에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술 빚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해요. ‘이쪽 집에서는 술이 잘 됐는데, 저쪽 집에서 했더니 술이 안돼’라고.”


365일 술을 마시는 남자

 

이 집에는 또 다른 술꾼이 산다. 365일 아내가 빚은 술을 마시며 삶의 행복을 느낀다는 이기풍 씨다. 전신영 씨의 남편인 그는 스스로를 행운아라 말하며,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은 삶의 큰 기쁨이라고도 말한다.

 

“365일, 매일 저녁 아내가 차려주는 술상으로 저녁밥을 대신해요. 아내가 빚은 술은 정신을 혼란스럽게 지배하지 않아요. 자신을 돌아보고, 잊고 있던 감성을 깨우는 술입니다. 아내의 마음이 담긴 술이라 더 깊은 마음을 만들어내는 듯합니다.”

 

365일, 매일 술을 마시기란 쉽지 않다. 술을 잘 마시기도 해야 하지만, 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술을 즐길 수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기풍 씨에게 술이 좋은 이유, 술을 마시는 이유를 물었다.

 

“술은 굳은 의식을 깨울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게 일종의 꿈을 꾼다든지… 현실하고 다른 또 하나의 의식의 세계가 있는데, 그게 바로 변성의식이라는 얘기를 누군가 하더라고요. 전 그 의식의 세계를 즐겨요. 매일 똑같은 현실에 맨날 똑같이만 사는 게 아니라, 술 한 잔 먹었을 때 다른 의식으로서 내가 흐뭇하고… 그리고 술로 인해서 고정관념을 조금 버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불교에서는 ‘탐욕하지 마라, 성질내지 마라, 어리석지 말라’ 이랬는데 술 한 잔 먹으면 ‘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돼. 너무 탐내지 말라고 ‘너무’ 자를 붙여야지… 이 세상 탐내지 않고 무슨 힘으로 살아요. 나는 술 한 잔 먹으면 이런 힘이 생겨요.”

 

술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관계 때문이다. 술은 상대를 보다 친밀하게 느끼게 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힘을 지녔단다.

 

“며칠 전에 도자기를 빚는 친구가 날 위해 도자기를 구웠어요. 한 낮에 도자기를 준다고 만났는데, 낮엔 술을 안 마시니까… 만났는데 할 얘기가 없어요. 그 친구하고 한 시간 반을 앉아 있는데 그렇게 지루할 수 없었어요. 나도 그 친구도… 술만 있었어 봐요. 세 시간 네 시간 동안 이야기가 술술술 이어지지. 술이 관계의 윤활유에요.”

 

 

아끼고 탐할 벗들과 마시는 술, 무우주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여자와 술 마시기를 심히 좋아하는 남자의 결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신영 씨는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했을까.

 

“사실 전 몰랐어요. 술을 좀 마시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술을 즐기는 줄은요. 결혼을 하고 보니까 술을 너무 좋아하는 거네요. 난 술 먹는 사람이 별로 안 좋았었는데… 어쩌다 술 먹는 사람이랑….”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이기풍 씨가 빙긋이 웃더니 한 마디 던진다.

 

“이 사람 팔자에요.”

 

그의 말이 맞는 듯도 하다. 술도 못하는 그녀가, 술 먹는 걸 싫어하는 그녀가, 이제는 남편을 위해 20년 가까이 술을 빚고 있으니 말이다.

 

“이사람 술 먹는 게 싫지는 않아요. 적당히 마실 줄 알고, 무엇보다 술 끝이 좋아요. 만약 주사가 있고, 안 좋으면 못 먹게 하겠죠. 그런데 그러질 않아요. 제가 ‘이제 고만 드세요’ 하면 고만 드시고, 딱 절제를 해요. 그리고 우리는 십 몇 년 동안 매일 저녁 술상을 차려요. 이 사람이 좋아하는 약주에 간단한 안주를 더해 술상을 봐요. 그게 저녁이고, 이제는 술상을 보고, 술상을 받는 게 일상이에요.”

 

매일 저녁 이 집엔 풍류가 넘친다. 아내가 차려내온 술상에 앉아, 그는 행복감을 느끼며 나름의 풍류를 즐긴다.

“술 한 잔 먹으면 떠오르는 사람도 있고, 그러다 안부도 묻고, 그런 마음에 한잔 더 기울이면 있으면 마음이 감성적으로 변해 혼자 생각도 많이 해요. ‘내가 그때는 왜 그랬었지’ 하며, 돌아보기도 하고, 그러다 피리를 불기도 하고, 술도 술이지만 그 분위기를 즐기는 저녁이 참 좋아요.”

 

이 부부에게 좋은 술이란 어떤 술일까

 

“글쎄 난 좋은 술이란 ‘우리 집 술’이에요. 나가서 아무리 좋은 술을 먹어 봐도 입맛에 안 맞아요. 그리고 내가 좀 특이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방금 만든 술보다는 이렇게 숙성이 된 술을 좋아해요. 난 전문가도 아니고, 다른 술은 잘 몰라요. 저에겐 우리 집 술이 제일 좋아요.”

“좋은 술은 그냥 가미 안 된 그런 술이죠. 머. 집에서 김치 담그듯이 그냥, 발효시켜서 담근 술이 몸에도 좋고, 바깥에서 먹는 술은 안 좋은 것들이 가미된 술이 많잖아요. 우리집 김치처럼 순수하게 누룩, 물, 쌀 그걸로만 담근 술이 가장 좋은 술 같아요.”

 

구술정리. 이현주(여행 작가).

 

 

[참고자료]
〇 홈페이지 : 경기도메모리 테마자료 - 경기도민 술 이야기
   http://theme.library.kr/sool/intro.html
〇 책자 :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 경기도사이버도서관 편. 2016.
   http://theme.library.kr/sool/book.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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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13:50

[이달의 콘텐츠]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6

경기도민이야기3.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여섯번째 이야기

 

양평군 지평면에서 지평막걸리 직매장을 운영하는 정환진님의 이야기입니다.

 


한 가족의 희로애락 담긴 두 평 직매장

 

 

식구들의 밥벌이였고, 인생의 한이 된 지평막걸리

 

평면에 가면 어디서든 지평막걸리가 보인다. 마트, 편의점, 식당… 어디에서든 막걸리를 만나고, 맛보고 살 수도 있다. 지평막걸리 판매처가 지평면 곳곳에 있지만, 지평면을 찾는 사람들이 지평막걸리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곳은 지평막걸리 직매장이다. 직매장에 들어서니 목발을 짚은 주인장이 반긴다.

 

 

 

“내 고향은 강원도 홍천이야. 지평면에 온 지는 40년이 좀 넘었지. 지평막걸리 직매장은 1980년도 6월 20일부터 했나… 오래됐지.”

 

그에게 일이자, 식구들의 밥벌이이자, 생의 동반자가 된 막걸리는, 한편으로는 그의 인생의 한이기도 하다

 

“홍천에서는 농사지었지. 그러다 평택으로 가서 정미소 생활을 하다가 지평면까지 흘러들어 왔지. 이곳에서 막걸리 직매장을 하다 다리만 하나 잃어버렸어. 지평막걸리를 2톤이나 실은 차에 치여서… 한 달 넘게 병원에 있다 나왔지. 엄청 고생했어.”

 

그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막걸리이지만 그는 막걸리를 놓을 수 없었다. 아니 더 치열하게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막걸리를 붙들고 살았다.

 

“이 직매장을 시작하고, 365일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어. 아프다고 배달 안 해 본 적도 없고, 40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같이 한쪽 발로 팔고, 배달하고… 어쩔 수가 없었어. 새끼들이 6남매야, 그것들 먹여 살리려면 하루도 쉴 수가 없지. 이젠 우리 딸들이 간호사가 셋이고, 치과기공사가 하나 있고… 고생한 보람은 있어.”

 

40년 막걸리를 팔아온 이는 막걸리를 대하는 법도, 마시는 법도 다를 듯하다. 지평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을 물었다.

 

“막걸리는 만들어 바로 나온 것보다 며칠 묵은 게 더 맛있어. 양조장에서 나온 지 한 3~4일이 지나면 막걸리가 사이다 같이 변해. 숙성되면서 진짜 맛이 올라오지. 또 작은 병보다는 큰 병이 더 맛있고”

 

 

술 마실 시간이 없는 막걸리 직매장 주인

 

막걸리를 좋아하느냐, 즐겨 마시느냐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난 막걸리를 안 먹어, 40년이나 장사를 했는데 뭘 또 먹어 지겹게… 그래도 낮에 농사일할 땐 막걸리만큼 좋은 술이 없지. 그런데 난 운전을 해야 하니까 못 먹지, 그리고 막걸리는 너무 빨리 배만 부르고, 오줌 싸러 자주 다녀야 되고… 나처럼 다리 불편한 사람에게는 안 좋은 술이야. 그리고 난 10시면 들어가서 자야 해, 새벽 2~3시면 나와야 하니까. 그래서 실상은 막걸리를 마실 시간이 없어.”

 

툭툭 던지듯 답하는 그의 말에서, 그의 절뚝이는 걸음에서,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에서 그가 그간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고단한 인생을 꾸려왔는지가 말없이 전해진다.

 

“먹으려면 소주를 먹어야지, 막걸리는 배만 불러. 난 몸이 아파서 소주를 많이 먹어… 하루 종일 이 다리 하나로 버티고, 이리저리 다니고 나면 엄청 힘들어, 그래서 술을 먹지. 안 그러면 힘들어 잠도 못 자.”

 

싫어서가 아니라 몸의 불편으로 못 마시는 막걸리, 즐겁자고 마시는 술이 아니라 아픔을 잊기 위해,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마시는 소주… 그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마음 한켠이 먹먹해진다.

 

“그래도 괜찮아. 막걸리 직매장 해서 애들 안 굶기고 다 가르쳤으니까. 막내가 대학생인데, 방학이면 와서 가게도 보고 그래…”

 

시골길에 자리한 낡고 오래된, 작은 직매장이지만 가게 안쪽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도둑을 맞고 나서 CCTV 달았지. 내가 배달을 나가 있는 사이에 돈을 훔쳐 갔어. 누가 계획적으로 한 거야. 주말엔 관광버스가 많이 오거든,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막걸리가 많이 팔려, 우린 남 노는 날 더 바쁜 거야. 주말에 손님들이 우르르 내려 너도나도 한꺼번에 막걸리를 사면 그럼 정신이 없어. 그걸 노린 거야, 버스가 딱 들어올 때를 기다렸다가 손님들이 내리니까 전화를 걸어서는 나를 저기 50리 되는 곳으로 배달을 시키더라고, 집사람 혼자서 우글대는 손님들 틈에서 정신 없을 때 돈을 들고 튄 거야. 종이가방 있잖아. 그래 쇼핑백, 거기에 돈을 담아 들고 갔어…”

 

주말이 바쁘면, 한가한 평일에는 쉬어도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많다 보니까… 가진 돈은 없지, 고향은 떠나왔지. 생떼같은 자식들은 쑥쑥 크고, 돈 나갈 곳은 많고, 하루가 멀다하고 애들은 돈 달라 하고… 쉴 수가 없었지. 그래도 하루하루 벌어 애들 손에 돈 쥐여 주는 재미로다가 그렇게 살았지….”

 

막걸리에 닭발 안주를 팔던 시절

 

전화를 받은 그가 배달을 나가고 나니 그의 안사람이 직매장을 지킨다. 그녀의 고향도 강원도 홍천이다.

 

“직매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기지는 한 25년 됐어요. 처음 가게는 도로 건너편에 있었어요. 하나로마트 옆에. 지금은 외지인들이 지평막걸리를 사 가지만 옛날에는 동네 분들만 찾아먹던 술이었어요. 그래서 그땐 직매장을 하는 가게에서 막걸리도 팔고, 안주도 팔았어요. 안주는 돼지머리도 눌러서 팔고, 닭발도 무치고… 별의별 안주를 다했지.”

 

이젠 음식을 팔래야 팔 수도 없다. 인터뷰를 하는 사이사이 막걸리를 사려는 손님들이 수시로 찾아든다. 이젠 굳이 안주까지 팔지 않아도 술이 술술 팔린다.

 

“직매장엔 밀 막걸리도 있고, 쌀 막걸리도 있지만 이젠 쌀을 더 많이 먹지. 팔리기도 쌀이 많이 나가. 두 술의 차이가 있다면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밀이 좀 더 텁텁하다고, 그래도 밀 막걸리는 좋아하는 사람은 또 꼭 밀 막걸리만 먹지…”

 

또 손님이 들어오고, 이야기는 끊어지고, 기다리는 사이 다시 손님이 찾아든다. 언제 한가하시냐 여쭈니 잠시도 몸을 쉬지 않으며 답한다.

 

“난 평생을 놀아 본 적이 없어, 사람이 시도 때도 없이 오니까. 가게도 쉬어 본 적이 없어… 그래도 얘기 듣고 싶으면 또 와… 그런데 난 바빠…”

 

 

구술정리. 이현주(여행 작가).

 

 

[참고자료]


〇 홈페이지 : 경기도메모리 테마자료 - 경기도민 술 이야기
   http://theme.library.kr/sool/intro.html
〇 책자 :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 경기도사이버도서관 편. 2016.
   http://theme.library.kr/sool/book.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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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8 09:48

경기도민이야기 3.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2) - 가장 작은 양조장 이야기

 

2016, <경기도민이야기>는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에게 매우 가까운 존재인 술을 매개체로 떠올릴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전국적으로 쌀로 유명한 경기도는 좋은 쌀과 물의 영향으로 다양한 지역 술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전역을 대상으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수집하고 싶었지만, 일정과 여건상 허락하지 않아 경기북부지역에 한하여 구술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포천시 양북면 전기보님의 술과 함께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가장 작은 양조장 이야기

 

 

전 술빚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인 줄로만 알았어요
물론 제대로 만들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돼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주 짧게 배운 지식으로 술을 담아 보니까 술이 맛있게 되는 거예요.
아 이게 별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술에 차츰 빠져들게 된 거에요.”

 

 

유년 시절의 곳곳에 자리하는 술의 기억

 

고향이란 말에는 아련한 애잔함, 따뜻함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고향의 원래 뜻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 하지만 사실 고향의 개념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일 수도 있지만 살았던 곳 중에 마음에 깊이 아로새긴 곳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천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연어처럼 회귀하듯 쉰이 넘어 다시 돌아온 전기보 씨에게 포천은 마음속 깊이 간직된 그립고 정든 곳이다.

 

전 포천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다녔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쉰일곱에 다시 포천에 내려와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거기서 만든 술을 맛볼 수 있는 주막을 운영하고 있어요.”

 

술과의 만남은 때로는 사람과의 만남처럼 강렬하게 기억된다. 또한 누군가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양조장을 운영 중인 전기보 씨가 그러했다. 몇 년 전 누군가 우연히 건넨 가양주의 맛에, 그는 어린 시절의 술 맛이 떠올렸고, 술과 함께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술 하면 어렸을 때 기억이 먼저 떠올라요. 어린 시절부터 할머님을 따라다니며 집집의 가양주를 맛보았던 기억이 있어요. 포천에 와서도 술의 기억이 있어요. 겨울이 되면 이 동네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른들은 매일 모여서 화투를 치고, 저에게 꼭 술심부름을 시켰죠. 그럼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를 사다 날랐어요. 그 당시에는 면 단위마다의 양조장 체제였어요. 영북면 운천 양조장에서 나오는 막걸리를 받아다 먹었는데, 술도가에 가면 큰 항아리 같은 데서 바가지로 주전자에 막걸리를 떠줬죠. 어렸을 땐 먹을 것도 없고, 또 그게 굉장히 궁금하고, 막걸리가 독한 술이 아니기 때문에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한 모금씩 마셔보고그게 그렇게 맛있었어요.”

 

그가 어린 시절에 기억하는 또 따른 술은 밀주. 그 시절엔 밀주 단속이 있어 집에서 함부로 술을 담가 먹을 수 없었다. 술이나 누룩을 세무서나 직원에게 들키면 살림이 망할 정도로 벌금이 나와 술을 빚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명절 때나 제사 때가 되면 아낙네들이 제사에 올릴 제주만큼만 몰래 집에서 빚는 집이 많았다.

 

어머님이 원래 경주 최가신데, 집안에서 대대로 옛날 누룩을 만들던 방식이 있었어요. 술을 빚는 방법도요. 술 빚는 솜씨가 좋으셨죠. 그래서 명절이나 제사가 있을 때면 집에서 몰래 술을 담갔어요. 당시엔 다른 집에서도 몰래 밀주를 담갔죠. 가끔은 이 부근에서 옥수수로 담근 밀주를 아버님이 사 오셔서 나눠 먹기도 했으니까요. 아버님이 술을 굉장히 좋아하셨죠.”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양조장 주인

 

친구가 건넨 술 한 잔에 반해 전통주 빚기에 들어선 그는 술을 배우면서는 우리 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에 눈을 떴다.

 

“2014년은 제가 쉰일곱 살 되던 해에요. 그해 1월 술을 배우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죠. 우리는 막걸리를 당연히 우리 술이라 생각하는데, 교육을 받다보니 정확하게 따져보면 우리 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실제 막걸리는 쌀, 누룩, 물로 만들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는, 쌀도 우리나라 쌀이 아니고, 누룩도 우리의 것이 아니에요. 물은 우리 물로 만들긴 하지만, 물만 가지고 우리 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죠. 그리고 술을 빚는 방식도 옛날 우리 선조들이 빚는 방식이 아니었어요.”

 

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흥미는 술에 대한 그의 열정을 더 자극했고, 차츰 차츰 알아가는 술빚기의 매력은 그의 몸과 마음을 더 바쁘게 움직이게 했다.

 

전 술빚기가 굉장히 어려운 일인 줄로만 알았어요. 물론 제대로 만들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돼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아주 짧게 배운 지식으로나마 술을 담가 보니까 술이 맛있더군요. 그러면서 차츰 술에 빠져들었어요.”

 

그가 양조장까지 열게 된 데에는 또 다른 계기가 있었다. 같은 해 3, 그는 사진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좀 특별하고 해보고 싶다는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술과 사진을 같이 전시해 보라 권했다.

 

사람들이 술을 맛보더니 정말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사실 전시회장을 찾은 사람들은 그 술들을 좋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막걸리 맛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가 진짜 우리 술을 맛볼 수 있는 기회였고, 막걸리와 비교해서 월등하게 좋은 맛과 향을 지닌 술이고, 거기에 스토리까지 있으니이 술은 이런 술이고, 저 술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다 했더니. 사람들이 술에 대해서 굉장히 호감을 갖고 야 이걸 갖고 장사를 해봐라하더군요.”

 

그래서 그는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양조장에서 만든 술을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양조장에서 만든 술을 우리 주막에서 먹도록 하자라는 결론을 얻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오직 이곳에만 있는 술

 

포천하면 명성산, 그리고 명성산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억새다. 가을이면 명성산 정상은 일렁이는 억새로 뒤덮인다. 그는 억새로 술을 빚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한의사에게 억새의 성분 분석을 의뢰 하고, 고문헌도 찾아보며 술에 명성산 억새를 집어넣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았어요. 여러 자료를 검토하다보니 식약처 자료 중에 억새의 어린 순은 식용으로 쓸 수 있다고 나와 있더군요. 억새의 어린 순을 달여서 제가 만든 술에 첨가를 해서 빚고 이름을 궁예의 눈물이라고 만들었죠. 이 술은 정말 술 맛도 그렇고, 우리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의 혼이 담긴 그런 술이에요.”

 

술을 빚은 지 3, 그에게는 술을 빚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술은 음식이고, 음식이기 때문에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술은 음식이니까 맛있는 음식처럼 정성을 더해 술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어요. 또 저는 음식 자체가 아트라고 생각해요. 음식이란 예술작품처럼 섬세한 손길이 닿아 만들어 져야 좋은 맛과 좋은 향을 품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음식을 먹은 사람이 그 맛에 만족을 해야 에너지가 되는 거잖아요. 저는 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전 정말 이 쌀, , 누룩만 가지고 이렇게 다양하고 맛있는 술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술을 사람들이 맛보고 맛있다고 할 때마다 술 빚기는 계속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구술정리. 이현주(여행 작가)

 

[참고자료]

홈페이지 : 경기도메모리 테마자료 - 경기도민 술 이야기

http://theme.library.kr/sool/intro.html

책자 : 술과 함께 삶을 빚어가는 사람들 / 경기도사이버도서관 편. 2016.

http://theme.library.kr/sool/book.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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