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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도장에 새겨진 아픈 기억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나무도장 권윤덕 글 그림 - 평화를 품은 책 2016.

[60]p :삽화 ; 24cm

ISBN 979-11-85928-08-1 16,800

o 분야

그림책(어린이 문학) / 800

o 추천대상

초등고학년, 청소년

o 상황별추천

한국 현대사, 제주 4.3사건이 궁금할 때

 

 

이연수 (수원시 일월도서관)

 

몇 년 전 제주를 관광하다 나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제주 송악산 해안가 동굴을 보고 알게 된 것이다. 동굴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연 동굴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미군과 싸우기 위해 무기를 숨겨두는 용도로 제주 주민들을 동원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때 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제주에 대하여 참 나는 아는 게 없구나! 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권윤덕 작가님의 나무도장을 읽으면서 또 한 번 제주도에 대하여 나의 무지함을 체감하였다. 변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가 학교에서 한국역사를 배울 때에는 현대사는 교과서에 가장 끝부분에 있고 학년이 끝나는 시점이라 어영부영 넘어간 걸로 기억한다.

 

책 앞면에 제주 4.3사건으로 희생된 모든 분께 바칩니다’. 라는 헌정사가 이 책의 내용을 미리 짐작하게 한다. 책 면지 그림은 제주 푸른 바다와 한라산의 모습이 펼쳐지고, 표지 들어가기 전 그림은 해방을 맞아 제주도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희망에 들뜬 모습과 희망에 들뜬 모습으로 관덕정에 모인 사람들이 총탄에 맞아 죽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앞으로 펼쳐질 내용이

조금은 무겁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머니는 손때가 묻은 나무 도장을 주머니에 넣고 13세 소녀 시리를 데리고 산자락 검불을 헤집고 동굴로 들어간다. 몇 줄의 도입부는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펼쳐지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동굴 속에서 어머니는 시리에게 시리의 세 살 때 이야기를 한다. 시리 어머니가 갖고 있던 나무도장과 관련된 이야기다. 시리가 세 살 때 제주는 일본군이 물러가고 그 자리에 육지경찰, 서북청년단, 군인들이 들어와 서로 다른 이념으로 서로를 학살하게 되는 4.3사건이 시작 되었다.

시리 어머니네 가족은 서북청년단의 토벌을 피해 산으로 올라갔으나 빨갱이라는 이유로

모두 학살을 당하였다. 시리 어머니만 시리 외삼촌이 육지 경찰이여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시리 외삼촌은 다른 경찰들과 군인들과 함께 산속의 동굴에 숨은 사람들을 찾아내 빨갱이라는 이유로 총을 겨눴다. 그 가운데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시리였으며 외삼촌은 시리를 누나에게 맡기고 키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 누나는 지금의 시리 어머니이고 나무도장은 죽은 시리 가족이 남긴 유품이다. 13세 소녀가 감당하기엔 참 버거운 이야기이다. 아니 소녀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현대사의 혼란기에서 명령에 의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외삼촌도, 그 외삼촌을 좋아했던 시리도, 정확히 왜 죽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산으로 도망갔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가족의 죽음을 지켜보고 자신만 살아남은 어머니도 모두 제주 4.3사건으로 피해자고 버거운 삶을 살아갔으리라.

 

권윤덕 작가님은 <꽃 할머니>라는 작품을 통해 일제 강점기에 희생당한 위안부 할머니의 가슴 아픈 역사를 이슈화하여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에 대하여 다뤄주었는데 이번 <나무도장> 또한 우리가 몰랐던 제주도의 아픈 역사와 더불어 한국 현대사 중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그림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작업을 하신 작가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림과 간결한 글로 표현되어 모든 어린이들이 볼 수는 있지만 가급적이면 초등 고학년 또는 청소년이 보면 더욱 이해하기에 쉬울 거라 생각된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 즈음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찬반으로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이 서로 다른 이념 대립이 최고조에 다할 때여서 읽고 나니 당초에는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인데 왜 서로 같은 민족끼리 비방을 하고 격해지는 건가 70년 전 제주의 현실이 지금 현실과 조금은 닮아 있은 것 같아 심란했다.

 

작가가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으며,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는지가 책 뒷면에 수록된 점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한 권의 역사책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작가의 말 중에 ‘7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가 묻어 두었던 이야기, 빠트리거나 애써 지워 버린 이야기들 속에서 그 파편들을 찾아내 우리의 꿈으로 복원해야한다문구가 지난날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현재 우리가 있는 지금, 세대 간 소통 불협화음으로 갈등하고 반목하는 현재에 꿈으로 얼마나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