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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동물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네모돼지 / 김태호 글, 손령숙 그림. - 창비, 2015.

117p. : 삽화 ; 23cm.

ISBN 978-89-36442-82-8 73810 : 9,800

o 분야

어린이책 (어린이문학)

o 추천대상

초등저학년 ~ 초등고학년

o 상황별추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책

 

 

 

엄정란(시흥시 정왕어린이도서관)

 

 

2013년 제5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장한 신예작가 김태호의 첫 동화집 네모 돼지는 총 일곱 편의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동화 속 동물들은 인간과 같이 즐거움,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을 가진 주체로서 각자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본 인간의 모습과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1편의 기다려!는 버려진 개가 주인공으로, 주인을 형으로 표현해 인간세계와 같은 친근감을 살렸다. 주인공은 기다리고 있어! 형 갔다 올게!.”라는 말만 믿고 집에서 하염없이 형을 기다린다. 나중에 형은 잠시 집에 돌아오지만 주인공 몸에서 털이 한 움큼 빠진 것을 보고 기다려란 말만 하고 도망치듯 매몰차게 떠난다. 동물들 간의 대화에서 공기 속에 나쁜 것이 섞여 버렸다며 사람들이 떠나고 주인공 몸에서 털이 한 움큼씩 빠지는 장면을 보면, 일본 대지진 속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주변 마을이 떠오른다. 필요에 의해 선택되고 버려지는 동물의 시선에서 인간의 이중성을 비판한 것이다.

2편의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들의 자유를 향한 열망을 표현한 소풍, 3편의 고양이를 버리는 현 세태를 풍자한 고양이를 재활용하는 방법, 4편의 분홍빛 냉장고처럼 생긴 네모 돼지, 5편의 풍선처럼 하늘을 날게 된 개, 7편의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타난 호랑이 등 과감한 상상력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곱 편의 동화를 담았다. 이야기마다 동물의 눈에 비친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그려 냈다.

이 중 표제작인 네모 돼지는 철로 된 네모 상자에 갇혀서 키워지는 돼지들과 천국으로 가는 법을 알려주는 둥그런 돼지 오스터의 이야기이다. 오스터는 책을 읽을 줄 아는 유일한 돼지였는데 인간들이 오스터를 통해 돼지들을 살찌워서 결국은 높은 가격을 받고 팔게 하고자 하는 수단이었다. 오스터가 인간의 추악한 행태를 알고 결국은 돼지들에게 농장을 탈출해 숲으로 갈 방법을 알려주는데 이것은 그가 늘상 이야기했던 천국으로 가는 길이었다. 벽돌처럼 포개 튼튼한 탑을 만들어 천국으로 가는 문까지 도달하게 된다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놀랍다.

작가는 인간의 동물의 갈등에서 동물들이 약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에 주저앉지 않고 주체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흔히 볼 수 있는 동화 속 동물들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들까지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동물학대와 동물유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며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많이 반성할 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정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