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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엘레강스 : 심혈을 기울여 선택하다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샤넬, 미술관에 가다 / 김홍기 저

- 아트북스. 2017

ISBN 978-89-6196-286-5

o 분야

의상학

 

 

 

유향숙 (성남시판교도서관)

 

 

 

이 책은 서양 명화를 패션이라는 렌즈를 통해 읽은 것이다. 패션의 역사와 여기에서 파생된 지식이 한 점의 그림을 읽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를 알게 된다.

저자는 패션은 사회의 일원인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 심리, 예법, 사회적 지위, 라이프 스타일 등을 모두 망라하는 지호이자 정신적 형상을 찍어내는 거푸집이라고 한다.

패션은 인간의 몸을 감추거나 드러냄으로써 은밀한 욕망을 표현한다. 이때 옷은 우리가 의지하고 기대어 사는 집이 된다.

패션은 인간의 집단적인 열망이 짓는 집이다.”

명화를 볼 때 한 벌의 옷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이 그림 전체의 의미를 설명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촘촘하게 접힌 주름의 형태, 시접, 소매의 형상, 단추의 소재, 비딱하게 쓴 모자의 각도, 직물 프린팅에는 모든 사람의 기억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패션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중세부터 1980년대까지의 다양한 그림을 훑었다. 여기에 수록된 명화들은 중세부터 시작하여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인상주의, 그리고 현대미술에 이르는 긴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빅토리아 시대의 패션을 많이 다루었다.

패션으로 보는 서양의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자본주의의 태동과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프랑스의 봉마르셰가 당시 귀족과 프롤레타리아로 양분된 사회에 어떻게 중산층 개념을 만들어 냈는지 살펴보는 것도 패션의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흥미로운 사실이다.

역사가 반복되듯 패션의 순환도 당연한 일이다. 옛것을 새롭게 변형해서 당대의 정신을 덧붙여가는 과정을 통해 패션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패션과 명화를 통해 설명하는 방식이며 어느 순간 인문학의 지식이 풍부해 지는 느낌이다.

 

패션을 시대정신의 단층을 읽어내는 렌즈로 쓰기 위해서는 옷을 입는 인간의 역사를 중심에 세워야 한다. 지금 우리가 입고 먹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하나씩 만들어져 쌓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우아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엘라강스 élégance'의 라틴어 어원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하다라는 뜻이 있다. 나 자시을 아름답게 만드는 미의 기준을 내가 선택한다는 것이며, 아름다음은 결국 나를 통해 완성된다는 뜻이다. 꼼꼼하게 나를 성찰하고 그 배경위에서 외양을 꾸미기 위한 장치를 하나씩 고르는 것, 이것이 바로 엘레강스라고 한다.

우리가 입고 있는 다양한 옷과 액서서리와 보석도 오랜 시간을 통해 빚어진 언어다. 그 언어의 속살을 뚫고 들어가 깊은 의미를 깨달을수록 우리 자신의 외양을 가꿀 논리는 풍성해지고 정교해 진다.

 

이 책은 2008년에 처음 출간했으나 2017년에 증보개정판이 나왔는데 케이프와 스카프, 니트 숄, 클러치, 레이스, 안경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의 역사를 넣어 증보판을 만들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패션을 단순한 싸구려 소비재에서 명화와 역사의 축적물로 설명함으로써 인문학의 경지에 올렸다고 보며, 최초의 패션큐레이터라는 패션을 기획, 전시, 인문학적 설명이 풍분한 보편적 학문으로 접근했다고 본다.

새로운 시각으로 패션을 풍부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