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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힘, 바리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힘, 바리

 

 

 

바리공주/이지선 그림;정하섭 엮음/웅진주니어(2011)

(추천연령 : 초등저학년부터)

 

 

이수경(평택시립도서관 사서)

 

오구대왕의 일곱 째 딸로 태어나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림받은 바리. 그런 바리를 비리공덕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정성껏 키운다. 큰 병이 든 오구대왕과 길대부인을 위해 여섯 공주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버림받은 바리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부모를 살리고 갈 곳 몰라 헤매는 영혼을 저승에 데려다주는 일을 하는 무조신이 된다.

 

바리공주이야기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았지만 큰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어 죽은 자의 영혼의 길을 밝히는 신이 되는 성장 옛이야기라 할 만하다. 바리공주이야기는 여러 책이 나왔지만 이지선이 그리고 정하섭이 엮은 바리공주는 민화풍의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야기 전개에 따라 밝은 색채와 괴기스런 지옥까지 보여주지만 결코 무겁게 처지거나 섬뜩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눈은 등잔불 같고 얼굴은 쟁반같은 무장승을 만나는 장면은 색색의 꽃들이 피어 환상적인 신비로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죽음과 고난,지옥, 인간의 죄 등 삶의 커다란 문제와 맞닥뜨리지만 바리공주의 형형색색의 그림은 생기로 가득하다.

 

굿을 시작하기 전에 섬기는 신들의 내력을 풀이하는 노래를 서사무가라 하는데 바리공주 이야기는 오구굿에서 불리는 노래로 무속인의 조상격인 무조신에 대한 전설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무조신 바리공주 이야기는 지역에 따라 여러 이야기가 존재한다. 바리공주 이야기는 무장승과 결혼해 무조신이 되는 이야기와 동수자와 결혼해 별이 되는 두 가지 갈래로 크게 나뉘어 전해진다. 이 책은 무조신이 되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그렸고 <한겨레아이들><대교출판>은 글밥이 많은 동화책으로 바리공주의 고난의 여정과 의미를 자세히 풀어 북두칠성이 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았으나 고난이 닥쳤을 때 그 부모를 외면하지 않고 갖은 고생으로 부모를 구하고 길 잃은 영혼을 이끄는 큰 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바리 이야기는 몸도 마음도 하루 하루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만한 이야기다.

우리의 정신세계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무속 신앙이 조상들의 삶과 어떤 연관을 맺으며 살아왔는지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