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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나도 더 놀고 싶어!

나도 더 놀고 싶어!

 

 

더 놀고 싶은데 / 채인선 글; 황보순희 그림. - 한울림어린이. 2012. 12,000.

4~8세 어린이 및 부모님

 

집 근처에 동물원이 있는 커다란 공원이 있다. 벚꽃축제 기간이 되면 동물원은 꽃향기, 동물 배설물 냄새, 흥겨운 음악, 미아 찾는 방송을 바람에 싣고 우리 집에 찾아온다. 지금은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어렸을 때에는 입장료를 안 내고 싶어서 오전 9시 이전에 동물원에 가기도 했다. 그 때는 가족과 함께 사이다와 김밥을 싸들고 가서 여기저기 구경하러 가는 게 가장 재미있었다.

 

더 놀고 싶은데4~8세 어린이와 부모님에게 동물원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채인선 작가의 신간 그림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제목과 즐겁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그림에 푹 빠질 것이다.

알록달록한 색채가 들어간 표지 그림에는 저글링을 하는 광대, 북 치는 사람, 트럼펫을 부는 사람, 풍선을 든 사람, 동물 탈을 쓴 사람들, 커다란 자전거를 탄 사람의 퍼레이드 행렬 사이에 독자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호랑이가 있다. 표지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는 호랑이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어느 동물원에 어린이들을 비롯한 가족들이 놀러 온다. 항상 그랬듯이 그 날도 동물원에서 퍼레이드를 한다. 예쁘게 단장한 언니가 풍선을 들고 동물 탈을 쓴 아저씨들과 함께 나타나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호랑이는 사육사가 빗장을 잠그지 않은 채 황급히 나간 틈을 이용해 우리 밖으로 나간다. 동물원 안을 어슬렁거리다 꽁지머리 아이가 놓친 풍선을 잡아주게 되고, 아이들은 진짜 호랑이를 호랑이 탈을 쓴 아저씨라고 생각하며 거리낌 없이 논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호랑이도 마냥 신이 난다. 언제 이런 날이 또 올까? 날이 저물고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들도 그렇지만 호랑이도 헤어지는 게 무척 섭섭하다. 호랑이는 어슬렁거리면서 우리로 돌아갔고 그 날 밤, 잠꼬대 같은 소리가 들린다. “더 놀고 싶은데.”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호랑이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다.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동물원에 가서 동물들과 노는 상상을 해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리고 함께 따라오는 색칠 그림책으로 색칠 놀이를 한다면 최고의 독후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른의 시선으로 읽었던 이 책을 마지막에는 아이의 시선으로 읽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글 속에서 느낀 아이들과 동물들의 순수함이야말로 이 책에서 의도하고 있는 가장 큰 선물이리라.

작년 12, 도서관에 채인선 작가를 초청하여 북콘서트를 개최했을 때 접한 책. 행사 시작 전, 아이들에게 미리 더 놀고 싶은데의 색칠 그림책을 나누어 주었더니 인기 폭발이었다. 거기에 작가가 직접 책을 읽어주자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부모님의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남시립도서관 사서 김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