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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진실이 우리를 날게 해 줄 수 있을까?

진실이 우리를 날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늘을 나는 마지막 돼지 / 벤자민 파커 글, 그림, 김영숙 옮김. - 재미마주, 2012.

  

   

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은 이 책의 말미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역시 책보다는 텔레비전이 파급력이 좋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니깐. 그런데 정작 작가는 텔레비전이 아니라 책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라니…….

 

얼마 전 모 방송사의 지구의 눈물 시리즈가 사람들의 관심을 산 적이 있었다. 남극의 눈물,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등 우리는 수 많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연, 평화, 진실, 평등, 사람다움 등을 깨달아 간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자연이 직접 내는 목소리를 놓쳐 버렸을 수 있다. 이 책은 그것을 상기시켜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거짓말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어린이들이 하는 나 초콜릿 안 먹었어!’라는 사소한 거짓말이 그렇게 큰 파급력을 갖고 있을까? 잠깐 나오는 필요이상의 생산품과 전쟁 등 더 극심한 어른들의 거짓말과 사회의 모순이 이 세상을 망치는 주범일진데 그것은 어떻게 이야기 해줘야 하는가라는 수 많은 의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의문 속에 사회의 영향력이 미미한 아이들 때부터 우리는 진실을 마주해야 하다는 사실을 떠 올리게 된다.

 

돼지는 결국 텔레비전의 힘을 빌어서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그만하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단지 텔레비전의 힘일까?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에는 마지막 돼지의 간절함이 너무 크다. 여하튼 포기 하지 않고 계속 다른 방법을 찾아감으로서 태양도, 달도, 바람도, 여우와 늑대도……, 아무도 하지 못한 것을 하늘을 나는 마지막 돼지가 이뤄냈다는 것이다. 물론 책등과 제목에 사용된 낮은 핑크빛처럼 완벽하게 희망적인 결말은 아닐지라도…….

 

날개가 있는 돼지’, ‘노란 불꽃을 이글거리는 불여우라는 상상력이 거짓을 말하지 말고 진실을 추구하자는 이 책의 주장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지만 소재 하나만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붙잡기에는 충분하다.

 

이 그림책은 보통의 영유아 그림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보통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밝고 경쾌하지만 이 책은 매우 낮은 채도의 그림책으로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그림과 색에서 보다 좀 더 어둡고 우울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의 한 장면, 비 내리듯 떨어지는 날개 잃은 돼지들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골콩드(겨울비)를 떠올리게 하지만 훨씬 더 슬프고 아련해 보인다. 이런 전반적인 잔잔함이 우리에게 더 강하게 진실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 그림책이라고 하기엔 좀 어둡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하늘을 나는 돼지라는 신선한 소재와 거짓말에 대한 경종과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읽어주기 좋은 책이다. 또한, 초등학교 3,4학년 이상의 연령의 아이들과 텔레비전의 다큐프로그램과 함께 연계해서 읽고, 하늘과 땅과 바다를 빌려 쓰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토론해 본다면 더 깊은 책읽기, 사회읽기가 될 것이다.

 

정은영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