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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종이 할머니, 우주호텔을 꿈꾸다

종이 할머니, 우주호텔을 꿈꾸다.

 

우주호텔 / 유순희 글,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12

 

무심코 책장을 넘겨보다 발견한 삽화 하나에 눈길을 떼지 못 하고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폐지를 잔뜩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는 꾸부정한 할머니. 손수레를 끌고 간다기보다는 그 무게에 밀려가는 듯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할머니 표정에서 그 무게가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책은 오승민 작가가 그린 삽화로 구성되었는데 삽화를 보노라면,‘글 없는 그림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의 삽화는 내용을 빼고 삽화만 따라가며 넘겨 보아도 -.”하는 탄성이 나오게끔 하는 힘을 지녔다. 그 덕에 당연히 글이 있고 그 뒤에 삽화가 그려졌겠지 하면서도 그림이 먼저인 것 같은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먼저 그려진 그림을 통해 글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었어도 멋지겠다 싶다.

 

허리를 펴고 똑바로 살면 뭐 혀. 허리가 구부러질 대로 구부러지면 땅에 납작하게 붙어 버리겠지. 그럼 저 갈라진 틈으로 사라지면 그뿐 아니겠어.‘

 

가족도 없이 폐지를 주우며 사는 종이 할머니는 꾸부정한 허리를 펴봤자 뭐하겠느냐며 땅만 보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이웃집에 메이라는 여자아이가 이사 온다. 메이는 재미있는 놀이라도 되는 양 할머니에게 매일같이 공책, 스케치북 같은 폐지를 가져다준다. 할머니는 매일 메이를 기다리고, 소녀가 준 스케치북 속에 그려진 상상 속 우주 호텔로 날아가 보고 싶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종이 할머니는 결심했어. 쉽게 허리를 구부리지 않기로 말이야. 쉽게 허리를 구부리면 다시는 저 우주 호텔을 보지 못할 것 같았거든.

 

허리를 구부리지 않기로 결심한 종이 할머니의 우주 호텔은 멀리 있지 않다. 할머니가 찾은 우주 호텔은 어디일까? 힌트는 책의 표지에 있다고 먼저 살짝 알려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린다. 책을 읽기 전, 책의 표지를 가만히 바라다보자. 그 속에서 할머니의 우주 호텔을 찾는다면 성공!

 

하남시립도서관 최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