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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많을 다(多), 복 복(福), 다복이

많을 다(), 복 복(), 다복이

 

 

다복이 / 윤구병 글,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2013.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다복이보다 윤구병이란 글자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전 작 <우리 순이 어디 가니>, <심심해서 그랬어>, <바빠요 바빠> 등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며 망설임 없이 책을 펼쳐 들게 하는 이름이다. 언제나 따스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윤구병 작가의 그림책을 만난 것이 반갑다. 과연 표지 속에서 밝게 웃으며 뛰어가는다복이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다복이는 처음부터아빠가 없었던 아이다.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혼자 낳아서 어떻게 키울 거냐는 주변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엄마는 혼자서 다복이를 낳았다. 돈을 벌어야 했던 엄마는 한 해 가까이 어린 다복이를 혼자 집에 두고 일을 다녔다. 세 살이 되도록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다복이를 껴안고 슬퍼하는 엄마. 어느 날, 엄마는 직장 교육에서 공동체 마을 이야기를 듣고 다복이와 함께 그 마을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 살게 된다. 그곳에서 다복이는 점차 마음의 치유를 받고 밝은 아이로 자라게 된다.

 

이 책은 내용과 더불어 삽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물감을 칠한 종이 위에 왁스 페인트를 입힌 뒤 긁어내는 기법으로 그려졌다는 삽화는 사실적인 묘사로 이야기의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커다란 자물쇠가 달린 문 너머로 젖병을 든 아기가 우두커니 앉아 있는 장면은 아이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하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이 하나 떠올랐다. 대형할인점에 갓 태어난 아기를 버리고 간 미혼모가 있었다. 아기를 버린 미혼모를 찾기 위해 경찰은 주변 CCTV를 확인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버스 CCTV에 비친 그녀는 바닥에 무너지듯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TV 속에서 흐느끼는 미혼모의 모습과 앞서 말한 삽화 장면이 눈앞에 겹쳐진다. 비록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미혼모의 흐느낌이 가슴을 파고들어 눈시울을 붉히며 TV를 바라봤다. 그때의 느낌이 삽화에서도 느껴진다.

 

작가는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더라도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어른들은 짐승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덧붙인다.‘짐승만도 못한어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은 어른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조근조근 읽어주면 좋겠다.

 

하남시나룰도서관 사서 최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