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산수유 몽환의 꽃길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따스한 혹한 / 김정조 지음

- 문학의 전당. 2015.

ISBN 979-11-86091-21-0

 

o 분야

시문학

 

 

 

 

 

유향숙 (성남시판교도서관)

 

시문학...

이번에는 시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집은 얇아서 읽기 쉽다고? 천만에 말씀이다. 쓰기도 힘든 것이 시이겠지만 읽고 공감하고 느끼기에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 시인 것 같다.

시를 대하는 나의 소견은 마치 그림을 대하는 것과 같다.

그림도 아는 만큼 보일 진데, 시도 마찬가지다.

언어의 연금술사, 정제된 언어의 의미전달, 은율과 은유와 시적 상상력을 통해 전달되는 감상.

이 모든 것이 많이 공부하지 않으면 시는 그저 검은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의 종이의 여백으로, 읽는다는 행위는 더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고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따스한 혹한이라는 시집을 소개한다고 해서 내가 많이 알고 시 읽는 법을 배웠기 때문은 아니고, 시는 문학 중에 정수라는 정도와 그리 쉽지 않으나 시에 관심이 있어서 조심스런 마음자세로 이 시집을 소개하고 평하고자 한다.

시인은 나의 지인의 동생분이다. 우연한 만남에 시집을 선물 받았다.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언어들의 어간 사이에서 느껴지는 친근함과 고단함을 노래하는 내용과 왠지 모를 애잔함이, 누가 나를 툭! 쳐주면 확 울어버렸으면 좋게끔 시인은 누군가를 울리기 위해 쓴 글은 아니고 덤덤히 적어간 내용인데 잔잔히 내면을 울렸다. 시인은 시속에 자신의 영혼을 이식 시켜 놓았나 보다.

 

물목거리 인력시장 고려인’ - 나라 잃은 설움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살기 위해, 밥을 위해

죽도록 일만 하던

시베리아 벌판 헐벗은 겨울나무 할아버지는

늘 고향 쪽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했고, 물목거리 인력시장의 고려인은 가족이 있는 우즈베키스탄 어디쯤을 그리워 하고 있다.

 

배티고재 무명 순교자, 안성 장바닥 세근이, 옥자언니, 행려병자, 노숙자, 기증 등의 시 제목에서 보면 작가는 아름답고 고상하며 추상적인 사물에 대한 시가 아니고 우리 주위의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을 소재로 화려한 미사어구가 아니고도, 어렵지 않고 담담하게 아름다운 시를 무슨 내용인지 알게 전달하고 있다.

옥자언니’ - 아홉 살에 전쟁으로 고아가 된 옥자 언니

외로운 눈빛이 떠오른다.

평생을 품앗이로

노동이 몸에 밴 맑은 모습

 

풀밭 언던 외딴 초가집에

방 하나, 부엌 하나

1.4후퇴 때 월남한 농부 아저씨와

신혼의 달콤한 황토방에서

방금 쪄낸 노란 물고구마

어린 방문객을 대접하던 정이 떠오른다.

 

시인의 기억에 어린시절 옥자 언니를 그리면 지은 시인 듯 하다. 시인은 어린시절은 그리 가난하지는 않았던 듯 싶다. 전쟁 고아인 옥자 언니와 한 집에 살았던 기억과 그 언니가 시집을 가서 방문했던 기억을 시로 적어냈다.

현재 시인은 미용실을 하면서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수학 중에 계신다. 힘겹고 바쁜 일상중에도 시를 놓지 않고 쓰고 다듬고 출판하게 되기까지의 수고가 이라는 시에서 느껴진다.

이 시집은 우리 가까이에 구체적인 소재와 담담한 표현들이 정제되고 아름다운 언어로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시적 감정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로 현실화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