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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천만의 말씀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천만의 말씀 / 스즈키 노리타케 글,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2016.

36 p. : 천연색삽화 ; 25x25 cm.

ISBN 978-89-6635-058-2 77830 : 13,000

o 분야

어린이책 (그림책)

o 추천대상

유아

o 상황별추천

친구를 부러워하는 아이

 

이윤정 (평택시립 지산초록도서관)

 

 

책의 겉표지에는 사자 한 마리가 턱을 괴고 누워있습니다. 책의 제목을 잘 표현해주는 표정으로 책을 읽는 사람을 바라보며 말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책의 겉표지를 벗겨낸 책의 표지에는 평범한 집 한 채가 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턱을 괴고 뚱한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년이 있습니다. 그대로 책을 펼쳐 첫 페이지를 보면 표지에 있던 한 소년이 턱을 괴고 말합니다. “나는 어디어산 만날 수 있는 아이.” 자신은 누구보다도 평범하고 그냥 그런 보통 아이라고 생각하는 한 소년은 코뿔소를 부러워합니다. 자신에게는 없고 코뿔소에게는 있는 것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부러워하는 소년을 시작으로 책 속에 나오는 동물들은 서로를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부러워하는 소년을 보며 코뿔소는 말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천만의 말씀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소년이 부러워하는 점을 코뿔소는 도대체 왜 부러워하는지 모르겠다는 어투로 말합니다. 그리고 코뿔소는 오히려 토끼를 부러워합니다. 자신을 부러워하는 코뿔소를 보며 토끼는 말합니다. “천만의 말씀.” 이 책에 나오는 한 소년과 동물들을 서로를 부러워하고, 자신을 부러워하는 이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천만의 말씀.” 누구에게나 자신이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많은 고충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좋은 점으로 보이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학창시절 반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부러움의 대상은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장난감이 많은 아이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를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좋은 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계속해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고, 장난감이 많은 아이는 부모님이 바빠 함께 놀아줄 수 없어 장난감을 많이 사주신 것일 수 있고,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다니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책상에 놔두었던 책을 다시 보니, 처음 표지를 보았을 때는 보지 못했던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한 소년과 7마리의 동물이 나옵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만 보였던 처음과 달리 책 속에 등장한 동물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실 표지를 주의 깊게 봤다면 보였을 수도 있지만, 초점이 소년에게 맞춰져 있어 보이지 않았던 동물들을 책을 다 읽은 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들을 남들이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너무나도 잘 보이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나 스스로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알고 보면 다른 사람들도 내가 가진 것을, 나의 장점들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점이 있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좋은 점들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기 보다는 나의 장점을 스스로 찾아보고 좋은 면을 보며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