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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꺼내 놓아도 정말 괜찮을까요?

o 서평대상 서지사항

가시고백 / 김려령 글. - 비룡소, 2012.

292p. ; 20cm.

ISBN 9788949123141 : 가격11,500

o 분야

일반도서 (문학)

o 추천대상

청소년, 성인

o 상황별추천

친구나 가족들에게 상처를 고백하고 싶은 청소년

우정과 가족애를 느끼고 싶은 청소년과 성인

학생들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은 선생님

 

 

안미아 (성남시 도서관지원과)

 

 

완득이우아한 거짓말로 스타작가가 된 김려령의 장편소설인 가시고백은 톡톡 튀는 필체로 쉽게 읽히는 책이다. 작가의 전작들이 그렇듯 청소년들의 삶을 입체적이면서 감각적으로 표현하지만, 주인공들의 인생 앞에 놓인 문제들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가시고백은 예민한 손을 가진 직업 도둑 해일과 반듯한 욕쟁이 진오’, 재혼가정의 대찬 소녀 지란’, 반장 직업병에 혼란스런 다영을 중심으로 고2학생들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해일은 자신의 도둑질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가시, 재혼가정의 지란은 친아빠와 새아빠 사이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진정한 가족에 대한 열망에 대한 가시, ‘다영은 완벽한 반장이지만 반의 모든 아이들을 챙기는 것도 어렵고, 짝사랑은 더더욱 어려운 가시, ‘진오는 욕을 무기로 자신과 주변을 통제하지만 마음에 맞는 친구가 도둑이라는 것을 알고 받아들여야하는 가시를 가지고 있다. 복잡할 것만 같은 여러 사건들이 병아리 부화실험과 어우러져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어놓고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어렸을 적 외로움과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불안감을 간직한 채 성장한 해일은 자신을 몸이 먼저 움직이는 태생부터 직업 도둑이라 생각한다.

 

“...걸리면 빌어야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해야지.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가져온 건전지다. 비겁한 겁쟁이. 건전지는 큰 것을 묻어 버리고 작은 것으로 용서받고자 하는 마음이 그만큼 쌓인 것이다. 훔치는 행위보다 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비겁함. 너무 많은 건전지는 한 번쯤 해 보는 치기가 아니라 상습적인 도둑임을 명확하게 입증하고 있었다.”

쌓인 건전지만큼 용서받고 싶은 해일은 자신의 비겁함을 한탄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가시고백을 해내고 말 것 같은 작은 희망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치 않게 실험하게 된 병아리 부화과정을 따라 해일, 지란, 진오, 다영 뿐만 아니라 담임인 조용창까지 자신의 가시를 치유하게 된다는 점에서 전세대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따뜻한 해일의 가족, 어색함 속에 단란함을 유지하고 있는 지란의 가족, 상대방의 약점만을 바라보는 미연 등 각각의 캐릭터들이 다양한 삶과 생각의 형태를 보여주며, 어른에게 도둑질이 발각되어 반성하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자신의 가시를 믿고 의지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스스로 고백해 비난도 받고, 이해도 받을 수 있는 따뜻한 성장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