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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그리움

그리움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엉터리 집배원 / 장세현 글,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2016. ISBN 978-89-7288-791-1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 저학년

o 상황별추천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유옥환 (안양시 석수도서관)

 

 

 

동네 꼭두마리, 낮은 산자락에 기대어 병든 도둑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낡은 집안에는 고목같이 늙은 할멈이 산다. 할멈은 산만 보고 산다. 그 산등성이로 가끔 비행기가 넘나들곤 한다. 비행기가 오가는 하늘길 너머 어느 낯선 외국 도시에 아들이 산다. 외국의 아들에게서 크리스마스카드가 오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까막눈 할멈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카드에서 귀신같이 글자를 찾아내어 집배원에게 읽어달라고 청한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집배원은 외국에서 오는 크리스마스카드가 할멈에게 일 년을 살아갈 힘을 주는 양식임을 알기에 할멈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지레짐작 지어내어 읽어드린다.

 

'어머니! 즐거운 성탄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늘 건강하세요

 

그래서 엉터리다. 그런데 그마저도 소식이 끊기자, 집배원은 자신의 딸에게서 받은 편지와 양말 선물을 할멈에게 마치 외국이 아들이 보낸 것처럼 사연을 이야기해주며 선물까지 전달한다.

역시 엉터리다.

 

나이가 든다는 일은 그리움도 같이 커지는 모양이다. 언제 올까 시선은 문에 고정하고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은 집배원의 방문이 늘 반갑기만 하다. 봄꽃이 흩날리는 서정적인 느낌의 산길을 오래되고 낡은 집배원 아저씨의 자전거는 두 바퀴로 이리저리 길을 만들어가며 기쁘고도 슬픈, 때로는 싱거운 소식 등을 전한다. 산골마을 집집마다 속속들이 사연을 알고 있는 집배원 아저씨는 엉터리 집배원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손 편지를 쓰지 않는다. 전자메일과 문자메시지로 대체된 지 오래지만, 집배원은 여전히 바쁘다, 홍보물, 고지서 등의 우편물이 상대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전처럼 엉터리지만 사람 냄새나는 집배원의 역할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장세현 작가는 그림에 관심이 많다. 미술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집필했다. 글과 그림이 한껏 어우러져 독자로 하여금 마치 고향 시골 우체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편지요!’ 하는 집배원의 목소리에 반가운 마음으로 뛰어나가 편지를 받아볼 때의 반가움, 혹은 아쉬움과 실망 따위의 감정이 겹친다.

 

마음을 전하는데 손편지 만한 것이 있을까? 부모에게, 친구에게, 자녀에게 정감 있는 애틋한 손 편지로 속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 이메일이나 문자로 전하는 빠르지만 깊이가 없는 글보다는 느리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초등 저학년은 물론 어르신들께도 읽어드리면 좋겠다. 옛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그때가 좋았지! 하실 어르신들의 모습이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