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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따뜻함이 비처럼 나를 적시다

따뜻함이 비처럼 나를 적시다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엄마의 선물 / 김윤정. - 상수리. 2016.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유아부터

 

 

유현미 (평택시립도서관)

 

 

 

모든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엄마의 존재도 그렇습니다.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 부재가 뼈에 사무쳐 옵니다. 책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마주한 작가의 말이 그래서 더 가슴을 울립니다. “긴 시간동안 메아리 없는 대화로 외로웠을 엄마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을 이 책을 빌어 전합니다. ”

 

이 책을 읽어주면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처음 독자들은 OHP 필름을 활용한 기발한 상상력에 열광합니다. ‘구멍뚫기(die cut hole)’ 방식을 활용한 심스태백의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첫 장을 넘기면 남을 비난하려고 뻗은 손가락이 바로 다음 장에서 손의 주인을 향한 손가락질로 되돌아오는 구성 방식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 하면, 언젠가는 너에게 돌아온단다.” 라는 엄마의 당부가 이어 집니다. 엄마 가슴 위에 놓여 있던 두 손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아이의 머리 위에서 비를 가리는 우산이 되어 줍니다. “ 비 맞을 까 두려워 너의 길을 멈추지 마. 너에게는 커다란 우산이 있잖니.” 어디선가 따뜻한 엄마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어지는 이 구성 방식은 독자들에게 다음 장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하게 합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처음 재미있다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거쳐 서서히 감동으로 변해 갑니다. 책장을 덮을 즈음엔 내 뒤에는 언제나 엄마가 계셨겠구나하는 깨달음이 이어집니다. 항상 나의 곁에서 언제까지나 나를 지켜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혹은 있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든든하고 따뜻할 수가 없습니다.

 

책을 다 읽어주고 나면 아이들은 앞다투어 책을 가져다 직접 만져보고 읽어보고 싶어 합니다. “이 책 갖고 싶어요 하는 반응에 이어 ! 책값이 너무 비싸요라며 볼멘소리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 얘들아! 이 책은 OHP 필름인쇄와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진 책이라서 그렇단다 작가나 출판사를 대신해 책 가격을 변호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도 놀라며 이 책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실감합니다. 이번에 엄마가 계신 곳을 찾아갈 때는 꼭 이 책을 가지고 가려 합니다. 어디에서든 엄마가 듣고 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