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작은 일에 감사하기

작은 일에 감사하기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찬이가 가르쳐 준 것 / 허은미 글 : 노준구 그림.- 양철북. 2016. ISBN 978-89-6372-195-8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 저학년

o 상황별추천

부족함을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일상의 감사함을 알게 해주고 싶을 때

장애인 가족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싶을 때

 

 

유옥환 (안양시 석수도서관)

 

찬이는 뇌병변 장애아다. 뇌병변 장애는 뇌성마비,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해 상지와 하지의 마비가 나타난다. 주로 보행 장애와 일상생활 동작의 제한을 받게 된다. 신체적 장애 외에도 언어장애, 시작 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주인공 찬이는 혼자서는 서지도 걷지도 못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찬이 옆에는 늘 엄마가 있고, 다른 형제는 늘 관심 밖이다. 쯧쯧...안타까워하는 주위의 시선이 엄마는 부담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한다. 장애아를 둔 탓에 눈물이 많아졌고 힘이 세졌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리나 한편으론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는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세상을 즐기는 법도 배웠다. 어려울 때 진정 힘이 되어주는 것은 다름아닌 가족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랑은 결코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이 책은 장애인 가족의 일상을 덤덤하게 그리고 있다. 뇌병변 장애아 찬이를 통해 낮아지는 법과 감사하는 법, 그리고 느리게 살아가는 법을 안내한다. 표지를 넘기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안타깝고 걱정하는 모습뿐이다. 장애인을 둔 가족들의 일상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장이다. 그곳에선 주위 사람들이 다시 환하게 웃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뇌병변 장애아를 둔 엄마들의 모임을 찾아가서 직접 회원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으며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게 되어 놀랐다는 허은미 작가의 마음은 물론, 찬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찬이가 그림 속에서 혹여 달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을 노준구 작가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시각장애우를 위한 도서녹음봉사 활동을 한다. 처음 장애인복지관을 방문했을 때 다소 불편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눌한 목소리, 이상한 표정들, 제멋대로인 손동작, 부자연스런 걸음걸이들이 내겐 익숙지 않았었다. 4층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 승강기를 타자마자, 바로 뒤이어 장애인이 탔을 때는 솔직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해코지를 하면 어쩌지? 라는 지레짐작으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 왔을 때 살짝 놀라면서 안도했었다. 나의 오만함이 꼬리를 내리고 갑자기 순한 양이 되었다. 그리고 낮아졌다. 그제야 나도 웃으며 ~ 안녕하세요?’라고 답해주었었다. 그들은 복도에서 승강기에서 부딪힐 때마다 언제나 먼저 웃으며 다가왔다. 복지관을 드나든 지 벌써 5년 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아주 자유롭다.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없어야겠다. 오히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함께 마음 아파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기를 바란다. 방하착(放下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온갖 번뇌와 갈등, 스트레스, 원망, 집착 등을 모두 홀가분하게 벗어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