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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아빠의 마음에 감기가 걸렸어요

아빠의 마음에 감기가 걸렸어요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아빠의 마음에 감기가 걸렸어요/클라우디아 글리만 글 - 책빛. 2016. 9788962192155.

o 분야

그림동화책

o 추천대상

초등학교 전 학년

 

 

김새롬 (평내도서관)

 

 

 넬라는 미라콘다 서커스단에서 줄을 타는 곡예사 부모님을 둔 아이다. 넬라의 부모님은 집안대대로 곡예사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서커스단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곡예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분들이다. 넬라는 그런 부모님이 항상 자랑스럽다. 어느 날 부터인지 넬라의 아빠는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낯빛 또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넬라는 그런 아빠가 걱정스럽다. 아빠가 점점 웃음을 잃어가던 어느 날, 엄마와 아빠에게 세계 서커스 대회 초대장이 도착한다. 곡예사라면 누구나 명예롭게 생각하는 대회에 엄마와 아빠가 직접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뛸 듯이 기뻐하는 엄마와는 달리 아빠는 우두커니 창밖만 바라본다. 서커스 단원들은 그런 아빠의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드디어 서커스 대회가 열리는 날. 엄마와 아빠의 첫 출전을 축하하기 위해 곡예사 출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다른 곡예사들도 참석했다. 그 모습을 본 넬라는 아빠와 엄마가 여간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회에서 선보이기 위해 준비한 특별한 묘기를 보여주려 높은 사다리 위로 올라가 앉은 순간 아빠는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고 괴로워했다. 아빠가 사다리 아래로 왔을 때,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 얼굴을 본 넬라는 아빠가 불쌍하기보다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넬라의 모습이 가엽고 안쓰럽기만 하다.

넬라는 서커스단에서 광대역할을 하는 아우구스트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왜 아빠가 달라졌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아우구스트 아저씨는 아빠의 마음에 병이 걸렸다고 했다. 몸에만 병이 걸리는 줄 알고 있었던 넬라는 아우구스트 아저씨의 대답이 아주 의아했다. 마음에도 병이 걸릴 수 있다니 말이다. 이 책에서 아우구스트 아저씨는 넬라에게 아빠가 걸린 병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며 부끄럽고 창피한 병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남들의 눈에는 바보라고 불리는 아우구스트 아저씨를 통해 아빠를 더 이상 창피해하지 않고 아빠의 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 한다. 달라진 아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넬라는 아빠에게 조금 더 다가가게 되었고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던 아이에서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아이로 변하게 된다. 넬라의 마음이 한 뼘 더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은 가족들이 함께 아빠의 우울증을 같이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빠의 마음에 감기가 걸렸어요는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책에서는 흔하게 다루지 않는 주제인 우울증이라는 조금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몸이 가끔 아픈 것처럼 마음 역시 아플 수 있다는 것을 넬라의 시점으로 따뜻하게 전개하였다. 가족 구성원 한 사람의 아픔은 그 사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온 가족에게 영향을 준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것은 하나의 끈으로 묶여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공동운명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빠가 겪고 있는 마음의 병은 아빠만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온 가족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 노력은 비단 물질적인 것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빠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아빠를 향한 따뜻한 마음도 포함한다. 이 책을 읽고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몸의 병은 의사를 통해, 마음의 병은 가족의 사랑을 통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