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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여우 제삿날

여우 제삿날

 

수원 선경 도서관 이연수

 

 

여우제삿날 / 한미경 글이지선 그림 / 학고재

 

얼마 전 친구들 모임에서 명절빼고 제사만 1년에 네 번 모시는 친구가 있어서 우리는 그 친구에게 대단하다고 놀람과 칭찬의 말을 하니 친구가 말하길...

 난 제사가 무슨 소꿉 장난같애

아니 이런 조상님이 들으시면 기절초풍할 이야기에 우리는 놀라서 그게 무슨 말이야?”하고 되물었다. 친구 말인즉슨음식 이거저거 조금씩 해놓고 보이지도 않는 알지도 못하는 조상님께 한껏 엄숙한 척(?)절하고 한참 서로 기도하듯이 조용히 있다가 모두 모여 먹고 이야기하다 헤어지고... 마치 예전에 소꿉장난할 때 연극하듯이 하는 것 같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만큼 제사라는 의식이 허례처럼 흘러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제사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네 가지(관혼상제)로 꼽힐 만큼 중요한 의식으로 여겨져, 옛 조선시대에는 제사 모시는 것이 정치 문제까지 파급될 만큼 중용한 형식이고 의식이였는데... 어느 덧 핵가족화 된 현대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조상보다는 살아있는 사람의 삶에 더 가치를 두어 번거로운 형식으로 여겨지게 되어 제사의 참 의미를 되묻게 될 지경까지 된 것이다.

어른인 우리들도 제사에 대하여 아니 엄밀히 말하면 제사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회의를

갖는데 우리들의 자녀인 어린이들에게 제사의 형식, 절차, 방법 그리고 왜 제사를 지내야되는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차차 사라져가는 제사, 그래서 보기 어렵고, 보더라도 그 의미를 깨닫기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제사의 형식과, 제사 음식, 제사지내는 모습 등을 그림으로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며, 또한 여우를 통해서 제사를 지내는 의미와 제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또한 이 책에 흥미로운 점은 통상 여우하면 떠오르는 선입관을 잠시나마 지울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람들을 속이고 해치는 간교한 동물 여우를, 사람의 도리와 조상을 모시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현명한 여우로, 나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다른 동물을 곤란에 빠트리는 여우를 맹수 호랑이에게서 아기를 구하는 용기 있는 여우로 그려진 점도 이 책의 새로운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여우, 잘난척하는 백년 묵은 여우가 병이 깊어서 병을 고칠 목적으로 제사지내는 집을 전전하며 마침내 정성어린 제사가 어떤 모습이라는 알게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과 함께 인간이나 여우나 누군가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시간이 없이 고고함만 지킨다면 마음의 병이 생기니 더불어 함께 살아가라는 다소 심리 치료같은 느낌의 내용도 전해준다.

 

이 책을 그린 이지선씨는 2006년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그 밖에도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빌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일러스트레이션 상등을 다수 수상한 작가인 만큼 파스탤과 색연필을 사용한 듯한 느낌의 가볍지만 따뜻한 느낌의 그림으로 표현한 점도 특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