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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같은 책을 1만번?

같은 책을 1만번?

 

안성시립도서관 사서 맹진아

 

조선 제일 바보의 공부 / 정희재 글 ; 윤봉선그림. 책읽는곰. 2013

 

 

한 책을 10번 이상 읽어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여기 같은 책을 1만번 읽으며 자신의 약점까지도 꾸준함으로 극복한 한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뒤에서 지켜본 그의 아버지도 있다. 아직까지도 교육에 대한 확고한 교육관이 정립되지 않고 있는 현재, 교육에 임하는 아이와 뒷받침해주는 부모의 자세에 대해 모범을 보여준 조선 제일 바보의 공부는 조선중기 시인, 김득신의 삶을 통해 친근한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더 큰 귀감을 주고 있다.

 

주인공 득신이는 어릴 때 마마에 걸려 머리가 나빠졌다. 계속 까먹는다고 하여 까마귀 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득신이는 남들이 뭐라고 하던 간에 책과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를 하였다. 어떠한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머리가 나빴을지는 몰라도 꾸준함과 성실함그 자체는 가장 으뜸이었다. 청년이 되어서도 득신은 여전히 머리가 나빴지만 오로지 책과 시만을 생각하며 같은 책만 1만번 읽을 정도로 노력한 끝에 어떤 책이든 막힘없이 얘기하고, 1500편이 넘는 시와 180편이 넘는 글을 남겨 당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른다.

그의 아버지 김치의 자세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득신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차라리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르치는 게 빠르겠어라고 수군대는 친척들과 하인에게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는 게 얼마나 기특해요?” 라고 이야기 한다. 하루에도 몇 개씩의 학원을 보내고, 당장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을 전전긍긍해하는 우리 교육의 모습과 매우 대조적이다. 득신이 아버지는 총명하지 않은 아들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못미더워 하지 않고 언제나 자식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식을 기다려 준다. 책을 통해 무엇을 꼭 얻기 보다는 책, 공부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강조하며 언제나 자식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아버지의 태도가 이랬기에 김득신은 자신을 믿고 끝까지 학문에 정진할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화하여 만들어진 조선 제일 바보의 공부는 김득신이라는 한 인물을 통해 우리 교육의 큰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어떠한 성과를 얻고 어떠한 규격화된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 학문 자체, 배움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니 등수가 낮아 걱정인 부모, 학원 선생님 없이는 공부하기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김득신 이야기를 다룬 또 다른책으로 책 씻는 날도 함께 읽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