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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술 익는 소리는 어떤 소리?

술 익는 소리는 어떤 소리?

 

이명옥(서수원지식정보도서관)

 

 

우리집 막걸리 / 양재홍 글/김은정 그림/ 보림/10,800

 

  우리나라 전통술 하면 자연스럽게 막걸리가 떠오른다. 이 술이 익을 때는 과연 어떤 소리가 날까? 어린 아이가 항아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의 표지그림에서 궁금증을 더하게 한다. 표제지에 이어지는 노란 주전자는 금방이라도 막걸리를 사발에 부어 마시고 싶어지게 한다.


밀이 익어가는 초여름부터 벼를 수확하는 가을까지 우리나라 전형적인 농촌풍경을 배경으로 전통적으로 술을 담그는 모든 과정과 그 술이 쓰이는 용도까지 여자 어린이의 시선으로 이야기 해 나가고 있다. 누렇게 익은 밀밭모습, 밀로 누룩을 만드는 과정, 항아리 소독 장면, 지에밥을 지어서 누룩과 버무려 항아리에 넣는 과정, 술이 익기까지의 과정, 종류별로 술을 거르는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술 하나 빚는 데도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고 오랜 준비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이렇게 정성을 다한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는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음식에 담긴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술을 빚는 과정에 등장하는 맷돌, 표주박, , 누룩고리, 절구, 가마솥, 술독, 용수, 시루, 소줏고리, 자배기, 쳇다리 등 요즘에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 도구들을 실감나게 표현하여 보는 이의 즐거움을 더하게 한다. 또한 문살, 마루, 장독대, 정원, 담장 등 우리나라 농촌 한옥의 모습을 자세히 표현하여 보는 이의 향수를 자아낸다.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은 사람만이 아니다. 농촌생활에 빠질 수 없는 강아지, 닭의 모습을 장면에 맞게 등장시킴으로써 이들 가축들이 우리 농촌에서는 한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인공 보영이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함께 나타나는 강아지 모습은 상황마다 다르게 표현되어 있음을 통해 가축과 사람이 얼마나 친밀하게 지냈었는지 알 수 있다.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넘길 때마다 주인공들의 표정에서 나오는 여유와 미소, 한가로운 농촌 풍경, 풍요로움, 이웃과 나누는 즐거움 등 그림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술에 취하고 이웃의 정에 취한다.


속도를 강조하는 세상,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는 세상, 옆집에 사는 이웃도 모르고 사는 세상... 이런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을 한번이라도 슬프게 느껴보았다면 이 그림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풍요로움과 푸근함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