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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살아있네~ 모험!

살아있네 ~ 모험!

 

평택시립도서관 유현미

 

호랑이 눈썹 / 이반디 글 서현 그림 / 한겨레아이들

(초등 중학년)

 

호랑이 눈썹을 비롯해 총 네 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는 날 것 그대로의 상상과 모험이 가득하다. 희동이는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아기 공룡을 만나고, 개미떼의 총 공격을 받지만 무사히 엄마품으로 돌아온다. 부끄럼쟁이 소미는 여우 신발을 신고 투명인간이 되어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들에게 귀여운 복수를 감행한다.

 

어린시절 우리와 함께 놀던 호랑이와 공룡, 투명인간은 우리가 떠나온 후에도, 아이들과 이렇게 신나게 놀고 있었구나. 어린 시절 그녀석들이 수업시간이건 시험시간이건 아랑곳 하지 않고 불쑥 불쑥 찾아오는 통에 얼마나 머리를 쥐어뜯곤 했던가. 엄마께 야단맞을 때도 느닷없는 그들의 방문으로 딴 생각한다고 혼줄이 나곤 했었는데, 이렇게 까맣게 잊고 지냈을 줄이야. 펄떡펄떡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 잠자고 있던 어린시절 추억들을 줄줄이 호출해 낸다. 아이의 생각이 뛰어 놀아야 할 곳은 진정 영어단어장이 아니라 이렇듯 살아있는 세계여야 하거늘.

 

아이가 숙학문제 풀다말고 이 친구들을 불러내어 놀고 있을 때, 애써 꺼집어 내어 방해하지 말고 잠시 기다려 주리라. 상상과 현실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세계 또한 현실세계 못지 않게 중요한 영역이다. 아니 어쩌면, 어른들이 상상이라 부르는 그 일들이 우리가 잠시 한눈 파는 사이, 생생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인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상상력이 살아있는 이런 좋은 동화들이 아이들 세계의 외연을 넓혀주고 어른들의 공감지수를 높여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한편, 이 책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험의 세계 뿐만 아니라 동생이 태어난 후 어린 형이 겪어 내는 마음의 혼란과 아이들 눈으로 바라본 어른 세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 소외된 자의 외로움까지도 슬쩍 배어있다. 아직 많은 작품을 쓰지 않은 신예작가지만 내공만큼은 남다르다. 이 작가, 혹시 우리가 탕! 하고 문을 닫고 나온 뒤 잊고 지냈던 어린이세계로 가는 비밀통로를 알고 있거나, 어른들은 볼 수 없는 마법의 세계를 훔쳐보는 호랑이 눈썹하나 몰래 갖고 있는건 아닐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