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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왠지 모르게 익숙한 코끼리 아저씨

<왠지 모르게 익숙한 코끼리 아저씨>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 노인경 글·그림. 문학동네, 2012

 

수원시 선경도서관 사서 손샛별

 

 

말 그대로 그림책인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은 글자라고는 의성어, 의태어만이 두세번 나올 뿐이라서 이 책을 보는 부모님과 어린이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화려한 색깔도, 꼼꼼한 뒷배경도 없지만 어린이가 슥슥 그린 것같은 그림에도 코끼리 아저씨의 표정이 살아있어 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첫 번째 장면에서 코끼리 아저씨는 물방울이 가득 들어있는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어디론가 향한다. 왜냐하면 코끼리 아저씨가 사는 곳 근처이 오아시스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이 물방울을 어서 빨리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야지. 우리의 코끼리 아저씨는 과연 무사히 물방울을 집까지 가져갈 수 있을까?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여름날.

울퉁불퉁한 자갈밭길을 가려하니 기다란 코가 덜덜덜 떨리기도 하면서 물방울은 하나둘 날아가 버린다. 으스스스 어둡고 캄캄한 동굴 속을 지나는건 아무리 코끼리 아저씨라도 무서운가 보다.

 

동굴을 빠져나오니 이게 웬걸~ 천길 낭떠러지가 코끼리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인장 밭에 떨어졌지만, 우리의 용감한 코끼리 아저씨는 그래도 소중한 물동이를 네 발로, 코로 지켜냈다.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내고 맛있는 과일나무 열매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양동이에는 이제 물방울이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코끼리 아저씨는 개미화산에 불이 난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물방울을 뿌려주는 착한 마음씨도 가졌다.

이런저런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이제 다시 기운을 내서 출발하려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물방울을 새가 모두 가져가버린다.

 

이제는 물방울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양동이.

 

코끼리 아저씨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그런데 이 때, 하늘에서 물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쏴아아! 하늘에서 내리는 물방울로 온세상이 파란색이다. 코끼리 아저씨는 룰루랄라 자전거 바퀴를 굴린다.

이렇게 양동이에 물방울을 가득 담아 아기 코끼리가 있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코끼리 아저씨!

 

아기 코끼리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가 가져온 물을 맛있게 먹고 있다.

 

주인공인 코끼리 아저씨의 힘든 여행을 보면서 어린이들은 아마도 아빠를 생각할 것 같다. 우리가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이 아빠라고 불리지 않는 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까? 생각한다면 착하지만 어리숙한 코끼리 아저씨처럼 어렵고 힘든 일도 용기 있게 잘 견뎌내는 멋진 아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