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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나부댕이!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나부댕이! / 제니 오필 글, 크리스 아펠란스 그림. - 봄나무, 2015.

[32p.] : 삽화 ; 24cm.

ISBN 979-11-5613-074-1 77840 : 11,000

o 분야

어린이책 (어린이문학)

o 추천대상

초등저학년

o 상황별추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는 책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앞으로 키울 계획이 있는 경우

 

이연순 (수원시 반달어린이도서관)

 

 

소녀는 반려동물을 갖고 싶고 엄마는 반대한다.

꼬박 한 달을 조른 끝에 엄마의 허락을 받아내지만, ‘산책시키지 않아도 되고, 목욕시키지 않아도 되고,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되는 동물을 찾아보라니,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동물이 있을까? 그야말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엄마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소녀는 곧장 도서관으로 가서 사서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백과사전속의 (니은)으로 시작되는 동물을 찾았다. 하루 16시간 잠만 자고 오랜 시간 동안 꼼짝도 안하고, 나뭇잎과 이슬을 먹는 나무늘보. 빠른우편으로 도착한 나무늘보는 긴 여행에 지처서인지 48시간을 잤다. 본격적인 나무늘보 나부댕이와의 생활이 시작된다. 소녀는 나무늘보와 함께하는 어떤 놀이에서도 다 이길 수 있었지만 가만히 있기 게임에서만큼은 당할 수가 없다.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에게 나부댕이를 자랑한다. 메리는 잠만 자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나부댕이를 보고 묘기도 부릴 줄 모른다며 돌아간다. 속상하고 화가 난 소녀는 나부댕이와 함께 특별공연을 준비한다. 관객은 엄마와 친구 메리, 학교 앞 건널목을 지키는 에드윈 아줌마 단 3명이다. 1주일 내내 연습해서 보여준 공연은 어땠을까? 공연단장의 그 어떤 열정적인 제스처와 명령 아니 애절한 사정에도 나부댕이는 꼼짝하지 않는다. 무안해진 드윈 아줌마는 털이 참 곱구나라며 어색한 상황을 넘겨주려 하고, 메리는 더 실망하여 가버린다. 실패한 공연 뒤에 남아있는 풍경은 어떨까? 어깨는 축 늘어지고 그래도 무대장치는 정리해야 한다. 아무 생각없는 듯 천천히 쿠키를 먹고 있는 나부댕이에게 쿠키를 빼앗을 만큼 소녀의 심정은 참담하다. 저녁이 되었을 때 소녀는 나부댕이를 보러 갔다. 여전히 나무에 누워 있는 나부댕이를 보며 소녀는 손을 뻗어 나부댕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부댕이, 넌 그냥 나부댕이야 나무늘보라고 말하며, 나부댕이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게 된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주는 엄마의 태도다. 나무늘보라는 평범하지 않은 동물을 반려동물로 허락하고, 특별공연을 준비할 때도 격려와 지원을 해주는 모습에서 저자가 책머리에 행복한 유년시절을 물려주신 부모님께라는 책 헌사 사인을 달게 한 이유를 알게 한다. 또한 소녀가 만든 나무늘보 의표지판과 특별공연 전단지는 짤막한 표현에 재미와 창의성이 철철 넘쳐 도서관 행사에 참고해볼만 하다. 비록 엉뚱해보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 소녀의 모습과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들만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마음이 찡하다.

 

내용과 인물을 중심으로 군더더기 없이 그려진 수채화 그림이다. 갈색톤으로 채색되어 차분하지만 결코 어두워보이지는 않는다. 2015년 미국에서 최고의 그림책에게 주는 샬롯 졸로토상을 수상했다.

 

한편, 사서로서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만약 이런 아이가 우리 도서관에 와서 내게 도움을 청했다면 이 그림책의 킨클봄 사서처럼 참고봉사를 해주었을까? “, 저기, 친구야 지금 청구기호를 출력해야 하거든.” “집에 가서 엄마와 다시 의논해보고 귀여운 강아지 같은 것으로 결정하는 것은 어떨까?, 엄마의 진짜 마음이 어떤 것인지도 좀 물어보고...”이러지는 말아야지. 엉뚱한 질문에 한번은 더 성의 있는 답변을 해보리라 생각하며,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앞으로 키울 계획이 있는 사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을 배워가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