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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다름’을 ‘평범하게’ 바라보는 이쁜 마음

o 서평대상 서지사항

HO 1 : 일반 / 억수씨 글. 그림. - 거북이북스, 2015

310p. ; 21cm.

9788966071197 : 13,800

o 분야

일반도서 (800)

o 추천대상

청소년 및 성인

o 상황별추천

나와 다름 사람혹은 사람들과 다른 나때문에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책

 

 

이병희 (안성시 보개도서관)

 

 

왜 백설공주는 왕자와 결혼했을까??

 

여러분들도 아마 동의하시겠지만, 사람은 참 구분분류를 좋아하고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단적인 예로 사람은 들에 가득히 핀 꽃을 보면 애써 ---의 생물학적 기준으로 구분과 분류를 합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한 체계를 만들어 둘 만큼, 구분과 분류는 인간의 본질적 습성에 닿아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선뜩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구분과 분류는 필연적으로 차이와 차별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여러분, 그림형제의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내용을 다들 아시겠죠? 제가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왜 백설공주는 난쟁이가 아닌 왕자와 사랑에 빠지게 될까요? 난쟁이는 오갈 데 없는 공주를 자신의 집에 받아들여서 지극정성으로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아가페적인 사랑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런데도 공주는 잠깐의 고민조차 하지 않고 생면부지의 왕자에게 가버립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이렇게 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에이, 난쟁이는 키가 작잖아요. 사실 이 이유 말고는 백설공주의 배은망덕한(?) 선택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정말로 정답이라면, 그리고 우리가 그 답에 자기도 모르게 수긍을 한다면, 참 슬픈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난쟁이와 공주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고 선천적으로 키가 작은 인간정상인으로 구분해 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양자가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존재라고 단정해 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 슬픈 일이지 않나요?

다름을 인정하기 위한 노력

 

유명 웹툰작가 억수씨의 만화 ‘Ho!’는 바로 인간의 그러한 습성에 일침을 가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백수 김원이와 청각 장애인 윤호입니다. 둘은 과외 선생과 학생의 관계로 처음 만나게 됩니다. 원이는 예기치 못한 장애인 제자에 당황합니다. 하지만 곧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수업을 합니다. 물론 말이 아닌 필기로 이해를 시키고, 똑같은 문제를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수업과는 조금 달랐지만 원이에게 호는 그저 수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평범한 초등학생 제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원이는 입대를 하고, 호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둘의 인연은 잠시 끊어지지만 원이가 회사에 취직을 한 후 두 사람은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이미 선생과 제자의 관계는 끝이 났지만, 둘은 서로를 여전히 선생과 제자로 여기며 관계를 이어갑니다. 회사 내부의 비리문제로 실직을 하게 된 원이는 자괴감에 빠져 호를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 모두를 멀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호는 오랫동안 숨겨온, 원이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호가 원이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바로 원이가 자신을 평범하게 대해주기 때문이죠. 원이는 뭔 당연한 소리를 하냐며 퉁을 놓지만, 사실 그건 대단한 겁니다. 사람이 구분분류를 좋아하는 존재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말이죠.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사람을 AB로 나누기에 아주 좋은(?) 기준입니다. 실제로 귀가 안들리는 사람을 우리는 청각장애인’, 혹은 귀머거리등의 이름을 주어 정상인과 구분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남다르게 대하죠. 남다르게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친절을 베풀거나, 배척하거나입니다. 둘 중에 어떤 태도가 좋은가요? 물론 친절을 베푸는 쪽이 더 낫겠죠. 하지만 친절을 베푸는게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장애인이라는 칭호를 왜 부여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장애인이라는 칭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단지 몸이 불편한 보통사람입니다. 비정상인이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겠지만, 측은지심을 가지고 시혜적 태도로 친절을 베푸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배척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원이가 호를 대하는 그 마음이 참 이쁩니다. “성생니믄 날 평벙하게 봐둬.”라는 호의 말에, “, 당연한 소릴 하고 있노.”라고 대답하는 그 마음. 그 마음을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물론, 사람은 타인에게서 본능적으로 나와 다른 점을 찾아낸다고 합니다. 이는 무리생활을 하던 원시사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일종의 DNA와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원시인이 아니지 않나요? 사람을 대할 때 편리와 불편, 유리와 불리 따위의 기준이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 바라보고 온전히 그 사람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그 길로 걷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어 보고 원이와 호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도 그 노력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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