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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지음 ;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2014.

348 p. : 21 cm.

9788954624862 : 13,500

o 분야

일반책 (소설)

o 추천대상

일반

o 상황별추천

 

 

 

김보라 (화성시시립도서관)

 

 

단편 소설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 일단 짧다. 다들 바쁜 시절이라, 장편소설을 시작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도 부담 없다. 짧지만 짜임새가 있고, 함축적인 메시지가 있어 쨍한 울림을 안겨주기도 한다. 단편이 사건을 겪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면, 장편은 인간이 겪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설가 김중혁이 정의한 적 있다. 멋진 정의라고 생각한다.

 

단편소설을 말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작가가 있다. 바로 레이먼드 카버(소설가시인, 1938~1988). 카버는 미국의 체호프로 불리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38세에 제발 조용히 좀 해요(1976)를 출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3년에 발표한대성당은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삶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주목할 만한 작품집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대성당(1983)에는 표제작 대성당11편이 수록되어 있다.

 

카버는 주로 큰 이야기 보다 우리 주위의 위태로운 일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귀에 낀 귀지 때문에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람, 아이가 죽은 줄도 모르고 케익을 찾아가지 않는다고 항의를 하는 사람, 맹인, 또 귀가 있어도 제대로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 등 소통 불가능한 인간상이 주로 등장한다. 그러나 상호간의 대화와 몸짓을 통해 상대방이라는 건너편에 있는 무언가를 뜨끈하게 느끼게 되며 소통이라는 희망에 한 걸음 가까이 가게 된다. 무언가란 단어 혹은 문장으로 명확히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보편적인 어떤 정서가 우리 삶에 분명히 있고, 희망적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보여준다는 점에서 카버의 단편은 참으로 소중하다.

 

화려한 수식이 아닌 간결한 문체와 일상적 대화로 드러나는 공간과 상황은 오히려 인간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 가운데 감정이 샘솟는 그런 광경을 카버의 단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감정은 희망적이라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든다. 특히 표제작 대성당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은 특히 그렇다.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카버의 작품을 소개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소설가 김연수가 번역했다. 20142쇄로 발행된 책에선 카버의 문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역자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오늘 보낸 일상이 차갑고 딱딱하고 비루하고 공허했다면 그래서 마음을 따뜻하게 할 문장 하나가 필요하다면, 단편 하나를 읽을 짧은 시간과 따끈한 롤빵 하나 그리고 카버를 추천한다.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