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사랑해 꼭꼭꼭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사랑해, 꼭꼭꼭 / 김이자 글 ; 조아름 그림. - 고래이야기, 2016

32p. : 천연색삽화 ; 26cm.

ISBN 978-89-91941-58-8 : \12000

o 분야

유아용 창작그림책

o 추천대상

영유아

o 상황별추천

병상에 계신 아픈 엄마가 가족의 사랑으로 기적처럼 깨어난 이야기입니다.

 

 

 

김새롬 (남양주시 와부도서관)

 

첫 장을 넘기면 휴대폰 가게 앞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진 규하의 엄마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규하가 있다. 아마 엄마에게 밤낮으로 휴대폰을 사달라며 조른 규하의 성화에 못 이겨 휴대폰 가게에 들른 길이었을 것이다. 그 즐거운 외출 길에 엄마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리곤 깨어나지 못하는 엄마를 구급차가 싣고 가버렸다. 규하는 엄마가 들어간 수술실 앞에서 하나님께 기도한다. 다시는 핸드폰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을 테니 엄마를 살려달라고 말이다. 수술 후 병상으로 옮긴 엄마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이 자기 탓인 것만 같은 규하는 깨어나지 못하는 엄마를 붙잡고 연신 말을 건다. 그래도 여전히 엄마는 잠만 잔다. 할머니가 매일 아침 규하를 깨우기 위해 책을 읽어주었던 것처럼, 규하도 엄마를 깨우고 싶어 엄마가 누워있는 침대 앞에서 책을 읽는다. 할머니가 읽어주면 엄마가 더 빨리 잠에서 깰 것 같지만 부끄러운 할머니는 나중에, 나중에 읽어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규하가 읽는다. 조곤조곤 엄마에게만 들리도록 말이다. 자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깨지 않도록.. 엄마는 잠꾸러기가 되었는지 규하의 이런 노력에도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다. 규하가 보고 싶지도 않은지 무심한 엄마는 여전히 잠만 잔다.

어느 날 규하는 의사선생님께 잠꾸러기 엄마를 어떻게 깨울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의사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이 이번에는 꼭 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엄마가 이번엔 꼭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규하는 아빠에게 달려가 말한다. 엄마의 손바닥을 꼭꼭꼭 누르고 사랑해라고 세 번 말하라고.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빠도 부끄러운지 나중에, 나중에 말하겠단다.

마음이 저려오는 장면은 규하가 할머니에게 책을 읽으라고 했을 때,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세 번 말하라고 했을 때 규하 앞에서는 하지 않았지만 엄마와 둘만 있을 때에는 규하와 같은 마음으로,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엄마에게 책을 읽어주고 사랑한다고 세 번 말하는 부분이다. 할머니와 아빠도도 규하가 믿어 의심치 않는 것처럼 엄마가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간절히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장면. 단어 하나 없이 책을 읽어주는 할머니의 모습, 누워있는 엄마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빠의 모습. 그림만 있는 그 장면이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어린이가 알 수 없는 어른의 마음.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규하처럼 겉으로 드러내서 표현할 수 없는 착잡한 어른들의 마음을 어른의 눈으로 책을 읽는 내가 그 심정을 십분 이해했기에 마음이 아프다.

 

규하와 아빠, 할머니는 매일매일 엄마 손바닥을 꼭꼭꼭 세 번 누르고 사랑해하고 말한다. 무려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말이다.

 

기적을 믿으면 기적이 일어난다.

엄마가 언젠간 깨어날 것 이라는 규하의 믿음에 엄마가 100일 만에 답했다. 세 사람의 사랑고백에 100일동안 대답 없던 엄마가 침묵을 깨고 드디어 사랑한다고 대답한 것이다. 영화나 소설에 나올 법 한 기적이 말 그대로 기적처럼일어난 것이다. 규하에게는 엄마가 깨어나는 일이 기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한 믿음이었으리라. 다만 엄마가 깨어나지 않던 100일간 마음 아파했을 규하를 생각하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휴대폰을 사달라고 졸랐던 자신이 매우 미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병상에 누워있던 엄마도 본인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규하가 안쓰러워 어서 빨리 눈을 뜨려 노력했을 것이다. 100일의 시간은 규하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깨어날 것을 의심하지 않았던 이 가족에게 드디어 남들이 말하는 기적은 현실이 되었다. 특별할 것 없는 날, 여느 때와 다르지 않던 날, 기적이 일어날 것 같지 않던 날에 기적이 있어났다. 그렇게 규하네 가족은 100일간의 소원이 이루어 졌다.

 

이 이야기는 실제 작가의 친구가 뇌출혈로 쓰러져 있는 동안 친구를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고 친구의 손바닥을 세 번 꼭꼭꼭 누르며 사랑한다고 말했던 친구 남편과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다.

기적을 믿지 않는 당신 주변에서도 규하가 보여준 기적은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