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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지하철은 칸칸이 특별한 삶을 싣고 달린다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나는 지하철입니다 / 김효은 글, 그림 - 문학동네, 2016. 9788954642491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중학년 이상

 

 

이가영 (평택시립안중도서관 사서)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은 남녀노소, 빈부의 차이를 떠나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나는 지하철입니다는 이처럼 지하철이라는 교통수단이 갖고 있는 속성을 주제로 삶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 나는 지하철입니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화자는 지하철자신이다. 그래서 이 책의 화자는 매일매일 같은 역에서 같은 시간에 지하철에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화자인 지하철의 소개로 시작해서 등장인물 개개인의 자세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책의 내용은 같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 개개인에게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예쁜 딸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항상 달리는 회사원 완주씨. 딸과 그 딸의 딸이 좋아하는 문어, 전복을 바리바리 이고 지고 지하철에 타는 제주도에서 올라온 할머니. 어릴적 자신과 같이 겁보, 울보, 잠보였던 두 아이를 품에 안은 유선씨. 사람들의 고장난 신발을 말끔하게 고쳐주는 재성아저씨. 학원으로 가득 찬 건물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처럼 기분도, 성적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나윤이. 지하철에서 빠질 수 없는 다양한 물건을 파는 구공철 아저씨. 그리고 질그릇 도에 옥구슬 영자를 쓰는 도영씨. 이 책에 등장한 7명의 평범한 등장인물은 지하철이라는 익명성 안에서는 그냥 아주머니, 아저씨, 학생에 불과하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한 명 한 명에게 담겨 있는 삶과 인생은 누구와 비교할 것 없이 특별하고 의미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지하철입니다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일상에는 이 세상 어떤 사람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 따뜻한 이야기를 등장인물마다 특징을 살린 그림체와 다채로운 채색을 통해 표현하고 있어 책이 전하려는 의미가 독자에게 더욱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에서 등장인물들의 따뜻한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나는 지하철입니다를 읽는 작은 즐거움으로 작용한다. 바다에서 아이와 물놀이를 하는 엄마와 아빠,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재성아저씨, 학원 공부를 끝내고 달빛을 받으며 걸어가는 나윤이의 모습 등에 집중해서 다시 읽어본다면 나름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