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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이 통쾌한 동화의 맛 !

이 통쾌한 동화의 맛 !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돌 씹어 먹는 아이 / 송미경. - 문학동네. 2014. 978-89-546-2658-3

o 분야

동화책

o 추천대상

초등 중,

 

유현미 (평택시립도서관 사서)

 

 

돌 씹어 먹는 아이는 반전과 전복, 일탈이 살아있어 유쾌하고 매력적인 단편동화집입니다. 동화 안에서 유희성과 진정성, 환상성과 현실성이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극적 묘미가 더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시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해대는 혀를 사온다는 설정은 환타지이지만 그 혀를 통해 쏟아내는 아이의 이야기는 실감나게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더 통쾌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릅니다. (단편 혀를 사 왔지)

딸을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이야기는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부모의 잔소리에 지친 아이에 게는 몸을 숨기고 현실을 버티게 하는 은밀한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고양이 부부와 함께 집을 나서는 아이의 모습이 날렵하고 부드럽습니다. 아이가 부모로부터의 자아 독립을 유연하게 마치고 연착륙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단편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헤어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할머니의 현실세계와 자신만의 우주를 건설한 아빠의 세계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존재입니다. 영은이는 집나간 엄마와 무직의 아버지로 대변되는 상투적인 불쌍한아이가 아니라 수많은 다른 우주를 알아보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아빠는 늘 영은이에게 너무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지 말고 대충대충 적당히 해라. 이 아빠의 뜻을 따라 적당히 살아 줘야 할 유일한 가족이 바로 영은이 너 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라고 다그치는 아빠를 가진 아이라면 가장 듣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은이와 아빠는 오늘도 엄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구는 둥그니까끝까지 가면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고 누군가를 기다리면 반드시 온다는 것이 이 부녀가 엄마를 기다리는 법칙입니다. (단편 지구는 동그랗고)

 

돌 씹어 먹는 아이는 유쾌함 뒤에 뭉클함과 허를 찌르는 신랄함이 함께 베어져 있습니다. 돌을 먹는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던 아이가 용기를 내어 가족들에게 고백하자 가족들도 그동안 숨겨왔던 기상천외한 식성을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아이의 고백에 각자 한 술 더 뜨는 가족들의 모습이 절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가족들은 비밀을 서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자신들을 괴롭혀 왔던 고민이 사실은 별 거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연대감을 만끽합니다. (단편 돌 씹어 먹는 아이)

친구가 자꾸만 자신을 욕한다는 환청에 시달리는 아이병우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불량식품 먹지 말라고 잔소리 해대고 깔끔 떠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따뜻한 떡볶이 한 그릇 내어주는 길거리 분식집 아줌마일지도 모릅니다. (아무 말도 안했어?)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는 너무 깨끗한 집과 지나치게 친절한 부모가 오히려 낯설기만 합니다.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 아이는 오히려 낡고 비좁은 좁은 방이 그립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는 헤어져 지냈던 것 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단편 아빠의 집으로)

 

각 편마다 독특한 개성과 울림을 가진 돌 씹어 먹는 아이는 평택시가 선정한 ‘2016년 올해의 한 책선정도서 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