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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7년 동안의 잠

7년 동안의 잠

 

 

o 서평대상 서지사항

7년 동안의 잠 / 박완서. - 어린이작가정신. 2015. 9788972887683

o 분야

그림 동화책

o 추천대상

초등저,,

 

 

김새롬 (남양주시 평내도서관 사서)

 

도서관 앞 화단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땅바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해져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보았더니 밤하늘보다 더 까만 개미떼 한 무리다. 자기몸집보다 큰 먹이를 들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의 갈라진 작은 틈 사이로 열심히 줄을 지어 기어간다.

 

아마도 박완서 작가의 책 ‘7년 동안의 잠에 나왔던 땅 속 깊은 곳 수많은 광으로 이어져 있는 거대한 개미마을로 향하는 것이리라. ‘7년 동안의 잠은 수년 간 지속된 흉년에 배고파하는 개미마을 식구들이 모처럼만에 얻은 큰 식량인 매미가 되기 직전의 번데기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개미마을에 갑자기 찾아온 싱싱한 먹잇감이자 여름마다 찾아오는 친구이기도 한 매미 애벌레를 먹어야하는가 말아야하는가를 두고 개미마을 식구들은 저마다 한마디씩을 늘어놓는다. 매미소리를 시끄러워했던 개미는 매미를 잡아먹자고 말하지만, 매미 덕분에 땅 위의 여름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던 개미는 매미를 살려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미마을이 술렁거린다. 이 때, 현명한 늙은 개미가 나타나 이야기 한다. 족히 7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버텨내고 마침내 매미가 될 준비를 끝낸 매미 애벌레를 살려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7년이라니. 개미마을 식구들 중 어느 누구도 7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알지 못한다. 그들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늙은 개미만이 애벌레가 견뎌낸 7년의 세월을 통해 한여름 내내 울게 될 매미로서의 삶의 가치가 개미마을의 먹잇감으로서의 가치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매미 애벌레를 잡아먹는다면 당장의 배고픔은 면할 수 있을 테지만 앞으로 다가올 뜨거운 여름 날, 먹이를 찾아 헤맬 개미들을 위해 노래해줄 매미는 볼 수가 없게 된다. 그것뿐이겠는가. 매미가 울지 않는 여름은 결코 여름답지도 않을 것이다. 개미들은 긴 시간 이어진 배고픔 때문에 매미가 바삐 우는 여름의 아름다움을 잠시 잊고 있었다. 여름이 여름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개미마을의 흉년은 땅이 땅답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콘크리트가 땅 위에 깔리고 건물이 들어서며 인간의 물질적인 삶은 편리해졌다. 반면에 인간은 넓고 푸른 들판을 잃었고 그 들판 밑 푹신한 땅 속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개미들은 들판에서 풍요롭게 얻었던 먹이 터전을 잃었다. 땅은 땅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매미는 매미대로 그것이 주는 본연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았더라면 개미는 진작부터 매미 애벌레를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코 끝이 찡해온다.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문명의 발전은 필연적인 것이고 발전을 위해 본연의 모습은 현재에 맞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 촉촉한 땅이 딱딱한 콘크리트 땅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변화하고 있는 편리한 삶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편리한 삶 이면에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모든 것들에 작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