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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서평 대상

유아 이상

 

분야

그림책

 

서지사항

장석주 글 유리 그림 / 이야기꽃 / 2015 / ISBN 978-89-9875-113-5

 

김보라(화성시 병점도서관)

 

 

오래된 집 마당 귀퉁이에 대추나무 한 그루가 있는 듯 없는 듯 서있다가 여름이 되면 슬슬 푸르러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이들이 하릴없이 마당에서 시시한 장난을 치며 뛰어다니다가 익지도 않은 푸른 열매를 아그작 거리며 따먹느라 한창이다. 손이 닿는 부분만 겨우 따먹느라 아래쪽 대추들만 자취가 없다. 그런 일들이 몇 해 간 반복된다. 내가 꼬마였던 시절의 일이다. 그 때의 집도, 마당도, 작은 키로 양껏 대추서리를 못한 그 꼬마도 이젠 없지만 아삭하고 들큰한 대추의 맛만은 생생하다. 온통 초록인 열매가 있었는가하면 점점이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대추도 있었고, 짙은 갈색으로 변해 꽤 달았던 것도 있었다. 그 때는 이유가 궁금하진 않았다. 그런 대추에 대한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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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장석주는 <대추 한 알>이라는 시를 썼다. 시도 짧고 대추도 한 알 이지만 꽤나 많은 것이 담긴 시다. 시의 구절이 어떤 대형 서점의 입간판에 쓰인 적이 있어서 더욱 잘 알려진 시이기도 하다. 그 때에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 여러 번 회자되었다고 한다. 이번 가을에는 그림책 대추 한 알(이야기꽃/2015)로 발간되어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한 알의 대추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지하게 그리는 것은 아이에게는 다소 무거운 주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곡식이 익는다는 당연한 사실에 어떻게?’라는 물음을 가져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태계 이해 시도가 된다. 이런 책이라면 아이들도 쉽게 접근하기에 어색하지 않다.

책 속 싯구는 유리 작가의 세밀하고 빛나는 그림들과 어울려 더욱 맵시가 살아난다. 탁 트인 벌판을 배경으로 천천히 대추가 익어가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들이 대추 한 알이 성숙해지기까지의 온 과정을 풍요롭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지면의 여백과 사계절을 그린 배경은 글로 쓰여지지 않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한 중간을 가득 차지하고 익어가는 대추 알맹이는 마음을 더없이 싱그럽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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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배경은 도심속에서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엄마가 어릴 때는...’ 혹은 대추가 저절로 저렇게 되었을까?’ 정도의 질문들과 함께 읽으며 생각을 발전시켜나가는 시간을 가져보기에 좋은 책이다. 생각없이 대추를 따먹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대추 한 알의 비밀을 하나 둘씩 알아가고 있는 어른에게도 사색의 시간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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