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스티나의 여름

스티나의 여름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사서 이가영

 

 

스티나의 여름 / 레나 안데르손 글.그림. - 청어람아이. 2015

그림책 / 유아 이상

 

방학 때마다 할아버지 댁으로 놀러 오는 스티나의 모습은 현재와 과거를 각각 살고 있는 우리 나라의 어린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10년 전에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방학 때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놀러가서 계곡에서 물장구 치고, 할머니가 쪄주신 옥수수도 먹으며 방학을 보내는 것이 보통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어린이들은 방학의 여유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방학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러한 면에서 스티나의 여름방학은 우리네 어린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외따로 떨어진 섬에서 할아버지와 단 둘이 지내지만, 외로움과 쓸쓸함은 찾아볼 수 없다. 섬 곳곳에 버려져 있는 잡동사니들이 스티나에게는 좋은 장난감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에서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외딴 섬으로 흘러들어온 잡동사니들을 모아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 가는 스티나의 모습이 보기 좋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없이는 여가시간을 보내기 힘들어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어린이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험을 좋아하는 스티나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할아버지 몰래 밖으로 나가고 할아버지는 침대에 없는 스티나를 발견하고 놀라서 스티나를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폭풍우 치는 위험한 밤에 몰래 나간 손녀를 따끔하게 혼낼 수도 있지만 할아버지는 스티나를 혼내는 대신 폭풍우가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지, 그리고 이렇게 거친 날씨엔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스티나와 함께 우비를 입고 같이 나간다. 자연 속에서 이런 저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자연 속에서 많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스티나의 모습과 그런 스티나의 옆을 지켜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교과서 속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하다.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지내면서 글자가 전해 주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작열하는 태양과 위아래 모르고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지혜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가 어린이들에게 주어진 어린이라면 그렇지 못한 어린이들보다 한 뼘은 더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서들의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돼지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  (0) 2017.10.31
날아라 삼겹살  (0) 2017.10.31
바람개비 의사 이길여  (0) 2017.09.27
어쩌다 여왕님  (0) 2017.09.27
나를 나답게!  (0) 201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