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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단상들

출판계에 불어 닥친 복각본 열풍

출판계에 불어 닥친 복각본 열풍



복각본이란...
  * 복각본 : [명사]  <출판>  복각한 판으로 박아 낸 인쇄물. [비슷한 말]  복각판.
  * 복각(復刻/覆刻) : [명사] <출판> 판각본을 거듭 펴내는 경우에 원형을 모방하여 다시 판각함. 또는 그런 판.


복각본이 열풍이다. 도서출판 소와다리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비롯해서 『사슴』, 『진달래꽃』,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왕자』까지, 영화 《동주》의 인기와 더불어 복각본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경우에는 ‘경성’에서 발송된 듯 한 포장까지 해서 SNS에서 화재를 불러 일으켰고, 화재만큼이나 독자들의 구매본능을 일깨웠다.






수년째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출판계에서 도서출판 소와다리의 복각본 열풍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분석하고자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무엇이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해외에서는 복각본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그림책 같은 경우에는 그림책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세기 빅토리아시대의 책을 지금 시점에 복각해서 내놓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소와다리에서 부터 시작된 복각본은 이미지가 주를 차지하는 책도 아니다. 그때의 판형과 느낌을 살린 복각본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 트랜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복각본의 대상이 되는 책은 누구나 그 작품성을 인정하는 책이라는 점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공통된 사항이다. 그리고 이번 소와다리의 복각본은 삽화 등 이미지의 재생산이 아니라 과거의 편집, 활자 등의 이미지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윤동주의 <서시>를 몰라서, 새로 읽어보려고 산다는 것보다는 향수 자체를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자들의 소장욕구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소와다리의 복각본이 나올 때 어린이책의 역사성에 의미를 두고 예전의 책을 새롭게 출간하고 있는 재미마주출판사의 책들이 떠올랐다. 《아동문학 보석바구니》라는 시리즈로 『흙손엄마』, 『아기눈』, 『무지개』 등 5~60년대 어린이 책을 복각하여 출간하고 있다. 2011년 윤석중 선생의 탄생 100년을 기념한 『바람과 연』 등 5~60년대의 명작 동시, 동화 등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예전 출간된 책을 그대로 복각하는 형식은 아니고, 예전의 동시 등에 그 시절 삽화를 새로 배치하기도 하고, 초간본에 실린 이야기 중 몇 편 만을 뽑아 재 수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것은 요즘 인기인 복각본의 출현과 맥이 닿아 있다.






흥행성적(?)은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지만 우리의 과거 이야기가 지금 시절에 다시 주목받는 것은 동일한 맥락인 것 같다. 복각본의 대상이 되는 책은 문학적으로 일류라고 손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의미와 시대적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이 그 시절에도 의미가 통하고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의미가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독자나 지금의 독자나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작가의 작품을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작가는 동일하게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 쓰여 지는 작품들은 어떨까? 50년 후, 100년 후의 후세들이 이 책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도 읽혀지고, 보여 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복각본을 내놓을까? 아니면 이건 시대에 뒤쳐져있어, 그림이 진부해. 라고 평가하고 덮어버리게 될까?


도서관은 출판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도서관인으로 더 좋은 출판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한명의 독자로서도 더 좋은 출판을 고대한다.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책, 권하고 싶은 책, 선물하고 싶은 책들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다. 100년 후에도 복각하고 싶은 책들이 지금 시장에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도서관은 그러한 책들을 구비해서 후세에 전하고, 독자들은 그러한 책을 구매하고, 지지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함께 읽고 나누는 사회를 꿈꿔본다. 책이 더 이상 출간되지 않는 나라가 된다는 건 너무도 끔찍한 일이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깐.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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