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단상들'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17.08.02 도서관의 미래,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심점?
  2. 2016.06.14 맨-부커 인터내셔날상 (1)
  3. 2016.03.23 출판계에 불어 닥친 복각본 열풍
  4. 2015.08.13 북캉스
  5. 2015.07.25 도서관과 금서
  6. 2015.06.18 도서관과 기부
  7. 2015.05.06 기록의 힘
  8. 2015.04.01 사서의 자격
  9. 2015.01.02 도서정가제와 도서관
  10. 2014.09.16 문화원과 도서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기도 문화자원 아카이브
2017.08.02 09:59

도서관의 미래,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심점?

[칼럼] 도서관의 미래,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심점?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에 미칠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들의 업무를 대체하고, 영화 속에서나 보던 신기한 기술들이 지금의 삶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 가운데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 ‘어떤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대안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도서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 앞으로 사라질 직종 가운데 ‘사서’가 언급되면서 한동안 도서관계가 시끌시끌하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도서관이나 사서 모두 예외 없이 앞으로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많이 바뀌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며칠 전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 도서관계 뿐만 아니라 관련분야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인문학자, 독서와 출판 분야 전문가, 도서관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사회 환경변화를 진단하고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각자 자리하고 있는 위치와 역할 속에서 현재 고민하고 있는 바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생각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참가들이 모두 공감하는 부분, 도서관에 기대하는 바는 의외로 도서관 ‘공간’이 가진 장점이었습니다. 지역 사람들 누구나 차별 없이 자유롭게 함께 읽고, 토론하고, 만들고, 나누고, 배울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가치에 집중했습니다.

지금까지 미래에는 모든 책들은 전자책으로 만들어져 더 이상 책을 모아 놓는 공간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오히려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 공간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자리 잡아 나가기 위해서는 도서관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요.

이날 논의된 내용들은 향후 한차례 더 간담회를 갖고 그 결과를 정리하여 올해 10월말 책으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송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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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4 10:16

맨-부커 인터내셔날상

맨-부커 인터내셔날상

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지난 5월16일 우리나라의 ‘한강’작가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다. 맨-부커상은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며 각종 언론에서 기사가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물론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과 맨-부커상은 다르다. 맨-부커상은 영문으로 쓰인 소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맨-부커 인터내셔널은 다른 나라 언어로 쓰였고, 영문으로 번역된 책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다고 맨-부커 인터녀서널 상의 그 가치가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우리나라 ‘한 강’작가가 수상했다. 번역가는 ‘데보라 스미스’씨로 한국어를 배운지 6년 만인 2015년 4월에 본인의 번역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후보작에 올렸다하여 이슈가 되었다.

 

 

맨-부커상은 매년 새로운 전문가 심사위원을 홈페이지(www.themanbookerprize.com)에 알리고 1차 후보작(The Longlist)을 선정하고, 이어 2차 후보작(The Shotlist)을 공개한다. 그 후 독자 의견을 반영해 최종 수상작을 발표한다. 이러한 선정 과정 때문에 맨 부커상 수상작들은 매번 영미권 베스트셀러가 된다.



올해 맨 부커상 선정위원회는 지난 4월 14일, 맨부커상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를 비롯해 Jose Eduardo Agualusa(앙골라)의 『A Fenerla Theory of Oblivion』 (Daniel Hahn 번역), Elena Ferrante(이탈리아)의 『The Srory of the Lost Child』 (Ann Goldstein 번역), Orhan Pamuk(터키)의 『A Strangeness in my Mind』 (Ekin Oklap 번역), Robert Seethaler(오스트리아)의 『A Whole Life』 (Charlotte Collins 번역), Yan Lianke(중국)의 『The Four Books』 (Carlos Rojas 번역)이 최종 후보로 올라갔다.



그렇다면 맨-부커상은 누구의 어느 작품이 받았을까? 맨-부커상은 1차 후보작을 올 7월에 발표하고, 최종 결과는 올해 10월에 알게 된다.



2015년 맨-부커상은 자메이카의 ‘말론 제임스(Marlon James)’의 『일곱 가지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A Brief History of Seven Killings)』가 수상했다. 이 책은 1976년 밥 말리 암살미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에 빛나는 작가 ‘한강’은 많은 작품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비교적 초기의 작품이며, 최근 작품으로는 『소년이 온다』가 있다. 작가는 본인은 채식주의자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내면에서부터 시작한 고민을 현재의 『소년이 온다』까지 꾸준히 끌어내 왔는데 과거의 생각이나 고민, 그때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이 낯설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작가가 어느 고민의 과정을 통해 현재까지 이야기 하고 있는지 여러 작품을 통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상으로 작가 ‘한강’의 전작주의자들이 많이 등장할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www.Library.kr)에도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전자책으로 소장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에 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없지만 전자책으로 발매되었으니 조만간 만나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한강 작품의 『희랍어 시간』이나 『소년이 온다』가 있어서 반갑다. 작가 ‘한강’의 작품을 한 번도 접해 본 적 없는 독자라면 오늘 전자책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그리고 소장 욕구가 생기거나, 다른 책에도 관심이 든다면 시간을 내서 가까운 서점에 나가보면 좋겠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가까운 공공도서관에 간다면 그 역시 즐거운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부커상의 유명 작품인 얀 마텔(Yann martel)의 『파이이야기(Life of Pi)』도 전자책으로 읽어 볼 수 있다.

 

-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정은영

 

※ 참고사항 ※
부커상 : 매년 영국연방 국가에서 영어로 씌어진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주는 문학상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해마다 지난 1년간 영국연방 국가에서 영어로 씌어진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한다.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며,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시상은 매년 10월에 행하며, 영어권 출판업자들의 추천을 받은 소설작품을 대상으로 평론가·작가·학자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심사해 최종 후보작을 선정한 뒤, 다시 수상작을 선정한다. 원래는 수상작에 3만 파운드, 최종 후보작들에 1,000파운드의 상금을 주었으나, 2002년부터는 수상작에 5만 파운드, 최종 후보작들에 2,500파운드의 상금을 주고 있다.

2002년부터 영국의 맨 그룹(Man Group)이 스폰서로 선정됨에 따라 2006년까지 5년간 후원을 하는데, 이 기간에는 부커상의 공식 명칭도 '맨 부커상(The Man Booker Prize)'으로 통용된다.

1969년 영국의 소설가 뉴비(Percy Howard Newby)가 처음 이 상을 받았고, 최근에는 인도의 여성 작가 로이(Arundhati Roy)의 《작은 것들의 신 The God of Small Things》(1997), 맥완(Ian McEwan)의 《암스테르담》(1998), 애트우드(Margaret Atwood)의 《눈 먼 암살자 The Blind Assassin》(2000), 캐리(Peter Carey)의 《갱 켈리의 진정한 역사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2001), 마텔(Yann Martel)의 《파이 이야기 Life of Pi》(2002) 등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또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쿠체(John Maxwell Coetzee)는 1983년과 1999년에 이 상을 받음으로써 부커상을 두 차례 받은 최초의 작가가 되었다. 2003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마약 중독 환자였던 피에르(DBC Pierre)의 데뷔작 《버넌 갓 리틀 Vernon God Little》이 선정되었다. 수상작 대부분은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부커상 [The Booker Prize, ─賞] (두산백과)
맨부커 국제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은 영국의 문학상으로 영국 연방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맨부커상을 보완하여 2004년 6월에 만들어졌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격년으로 영어로 출간되거나 영어 번역이 출간된 작가와 작품을 대상으로 상을 주었다.

2016년부터는 맨부커 국제상을 개편하여 영어로 번역된 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며, 상금 5만 파운드는 원작자와 번역가에게 분배된다.

[위키백과] 맨부커 국제상

 

< 맨부커상 공식 홈페이지 > http://themanbookerprize.com


사진출처 > http://themanbookerpriz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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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뉴스레터 원고를 마감 한 후에 한강 작가의 신작 <흰> 제작발표회 겸 기자 간담회가 있었다. 본 간담회를 정리한 내용은 아래 주소를 참고해 볼 수 있다.

http://blog.aladin.co.kr/m/bookplezigi/851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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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3 13:34

출판계에 불어 닥친 복각본 열풍

출판계에 불어 닥친 복각본 열풍



복각본이란...
  * 복각본 : [명사]  <출판>  복각한 판으로 박아 낸 인쇄물. [비슷한 말]  복각판.
  * 복각(復刻/覆刻) : [명사] <출판> 판각본을 거듭 펴내는 경우에 원형을 모방하여 다시 판각함. 또는 그런 판.


복각본이 열풍이다. 도서출판 소와다리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비롯해서 『사슴』, 『진달래꽃』,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왕자』까지, 영화 《동주》의 인기와 더불어 복각본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경우에는 ‘경성’에서 발송된 듯 한 포장까지 해서 SNS에서 화재를 불러 일으켰고, 화재만큼이나 독자들의 구매본능을 일깨웠다.






수년째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출판계에서 도서출판 소와다리의 복각본 열풍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분석하고자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무엇이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해외에서는 복각본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그림책 같은 경우에는 그림책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세기 빅토리아시대의 책을 지금 시점에 복각해서 내놓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소와다리에서 부터 시작된 복각본은 이미지가 주를 차지하는 책도 아니다. 그때의 판형과 느낌을 살린 복각본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 트랜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복각본의 대상이 되는 책은 누구나 그 작품성을 인정하는 책이라는 점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공통된 사항이다. 그리고 이번 소와다리의 복각본은 삽화 등 이미지의 재생산이 아니라 과거의 편집, 활자 등의 이미지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윤동주의 <서시>를 몰라서, 새로 읽어보려고 산다는 것보다는 향수 자체를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자들의 소장욕구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소와다리의 복각본이 나올 때 어린이책의 역사성에 의미를 두고 예전의 책을 새롭게 출간하고 있는 재미마주출판사의 책들이 떠올랐다. 《아동문학 보석바구니》라는 시리즈로 『흙손엄마』, 『아기눈』, 『무지개』 등 5~60년대 어린이 책을 복각하여 출간하고 있다. 2011년 윤석중 선생의 탄생 100년을 기념한 『바람과 연』 등 5~60년대의 명작 동시, 동화 등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예전 출간된 책을 그대로 복각하는 형식은 아니고, 예전의 동시 등에 그 시절 삽화를 새로 배치하기도 하고, 초간본에 실린 이야기 중 몇 편 만을 뽑아 재 수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것은 요즘 인기인 복각본의 출현과 맥이 닿아 있다.






흥행성적(?)은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지만 우리의 과거 이야기가 지금 시절에 다시 주목받는 것은 동일한 맥락인 것 같다. 복각본의 대상이 되는 책은 문학적으로 일류라고 손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의미와 시대적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이 그 시절에도 의미가 통하고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의미가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독자나 지금의 독자나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작가의 작품을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작가는 동일하게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 쓰여 지는 작품들은 어떨까? 50년 후, 100년 후의 후세들이 이 책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도 읽혀지고, 보여 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복각본을 내놓을까? 아니면 이건 시대에 뒤쳐져있어, 그림이 진부해. 라고 평가하고 덮어버리게 될까?


도서관은 출판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도서관인으로 더 좋은 출판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한명의 독자로서도 더 좋은 출판을 고대한다.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책, 권하고 싶은 책, 선물하고 싶은 책들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다. 100년 후에도 복각하고 싶은 책들이 지금 시장에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도서관은 그러한 책들을 구비해서 후세에 전하고, 독자들은 그러한 책을 구매하고, 지지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함께 읽고 나누는 사회를 꿈꿔본다. 책이 더 이상 출간되지 않는 나라가 된다는 건 너무도 끔찍한 일이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깐.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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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5 14:26

도서관과 금서



얼마 전 때 아닌 금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5월 19일 “청년 지식인포럼 Story K”라는 단체에서 도서관의 어린이·청소년 근현대사 추천도서 42권을 모니터링하고 그 가운데 12권이 편향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발표가 있은 후 며칠 뒤 문화제육관광부와 경기도 교육청 등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도서들의 폐기 여부를 결정하여 처리하고, 해당 도서를 읽은 학생들이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급 학교와 도서관에 시행했습니다. 해당 출판사와 출판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출판·사상 탄압’이라고 비판하였고 도서관계에서도 도서관의 고유 권한과 전문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발하였습니다.


먼 옛날 진시황은 정치를 비판하는 일체의 행동을 봉쇄하기 위해 의약과 농업 등을 제외한 모든 책을 불태워 버렸고, 히틀러는 ‘비(非)독일적’ 서적들을 베를린 광장에 쌓아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올해 초에는 IS는 순수한 이슬람 국가를 세운다는 명분하에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의 도서관에 소장된 11만 여권의 책을 불태워 이슈가 된바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굵직굵직한 ‘분서’ 사건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특정한 사상과 정보를 담은 ‘책’을 인위적으로 읽지 못하도록 금지했던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의 사례에서와 같이 정치색이 강한 도서와 성적으로 선정적인 도서, 특정 종교의 이념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도서 등은 시대별로 금서의 주요한 타겟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고전으로 평가받는 ‘레미제라블’이나 ‘1984’, ‘군주론’, ‘수호전’, ‘열하일기’ 등 국내외 수많은 도서들이 금지의 대상이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책이 가진 ‘보이지 않는 막강한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시각에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책 또한 도서관이 보듬어 안고 다음 세대에 전승해야 할 ‘수집 대상’입니다. “도서관인 윤리선언”에서는 ‘도서관인이 지식자원을 선택, 조직, 보존하여 자유롭게 이용케하는 최종책임자로서 이를 저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배제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 중에 하나도 거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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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8 16:30

도서관과 기부


 철강왕 알려진 앤드류 카네기는 자선사업가로도 명성이 높습니다. 67살 현역에서 은퇴하며 부인과 딸의 몫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후 카네기는 4만5천통의 아이디어가 적힌 편지를 받았는데 그 가운데 선택한 것이 바로 도서관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었던 과거 어린 시절, 지인을 통해 빌려본 책은 고된 육체노동의 고통을 잊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큰 꿈을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라도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빵이 아닌 책을 선물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후 카네기는 미국을 비롯한 11개국에 무려 2,811개의 공공도서관을 건립하여 기증하였습니다.


 컴퓨터 황제 빌게이츠는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마을의 공공도서관 때문이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성공 비결을 도서관에서 찾았습니다. 빌게이츠는 “공공도서관이야말로 미국 사회와 민주주의의 기본을 이루는 제도라고 믿고 있으며, 중요한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럴 수 없는 사람들 간의 간격을 메꾸어주는 다리가 된다”라고 주장하며 도서관 건립과 도서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도서관내 소프트웨어 지원에 막대한 금액을 기부 하였습니다.

 이런 사례가 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는 지은 지 40년이 넘은 오래되고 낡은 중앙도서관이 더 이상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새로운 도서관 건립을 위해 모금 캠페인을 추진하였습니다. 초반 모금액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삼영화학그룹 이종환 회장이 건축비로 600억 원을 기증한데 이어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금에 동참하며 700억 원의 기금을 모아 도서관을 건립하게 됩니다. 관정도서관 로비 벽면에는 기부자들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모은 200만원을 기부한 조용남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는 이진아기념도서관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다 뜻밖의 불행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진아양을 위해 가족들이 평소 책을 좋아하던 고 이진아양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하기 위해 도서관을 지어 기증한 것입니다. 고인은 안타깝게 떠나갔지만 도서관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숭고한 뜻을 함께 나누며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밖에 수원의 선경도서관과 중앙도서관을 비롯하여 뜻있는 기업체, 독지가의 기부로 만들어진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분명 공공도서관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육성해야 하지만 도서관에 대한 기부 문화 확산은 분명히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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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6 10:08

기록의 힘

 

 지난 416일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애도의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국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드는건 단지 여러 사람이 희생된 하나의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수많은 고질적인 병폐들이 한데 뒤엉켜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많은 어린 생명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고 안타깝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리 곳곳의 현수막에서 볼 수 있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의 의미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반드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문제점들을 바로잡겠다는 스스로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체 한달이 되지 않았던 2014510, 한국기록관리전문가협회를 중심으로 의미있는 모임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 모임의 이름은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입니다. 기록관리 분야의 전문가와 일반 시민 등 90여명이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기록물들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에서는 안산 단원고 정문에 붙은 추모글과 그림, 쪽지에서부터 각지의 합동분향소와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등과 접촉하며 얻은 각종 추모 모든 자료들을 수집하였습니다 또 전문적 역량을 바탕으로 추모기록 수습 방법 매뉴얼을 만들고 자원 봉사자들에게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수집과 보존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바람과 먼지, 접착제, 이물질 등에 훼손된 기록물을 보수하는 작업도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의 중요한 임무중에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기록 자료들은 컨테이너 박스 3개 분량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들 기록물은 뜻있는 분들의 힘을 모아 안산시 고잔동의 한 상가 건물에 마련한 “416 기억저장소에서 분류와 정리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속에서는 그날의 아픔과 상처가 언제까지나 남아 있겠지만 우리 다음 세대, 그 다음세대를 거쳐가며 그 기억은 점점 희미해 질 것입니다. 하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아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다시는 그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역사는 계속 반복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고 그 역사는 기록을 통해 전해집니다. 지난해 4월 뼈아픈 상처를 경험했지만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수집된 기록들은 다시 그러한 아픔을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싸이렌이 될 것입니다.

 

기록의 힘을 새삼 다시 한번 되새기는 4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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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1 16:37

사서의 자격

 

 

 책 좋아 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 한번쯤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을 것입니다. 우선 좋아하는 책과 항상 함께 할 수 있고, 쾌적하고 조용한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공공도서관의 공무원 사서라면서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부분 왜곡되고 부풀려진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사서들이 가장 싫어하는 얘기가 “도서관에서 일하니 좋으시겠어요 ~, 매일 책을 볼 수 있고, 돈도 버니 얼마나 좋아요~”일 것입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긴 하나 어디까지나 책을 선정하고, 구입하고, 정리하고, 안내하는 것은 책을 읽고 감상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민원을 처리하고, 각종 도서관운영과 관련한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정작 선임 사서들은 책을 만져보기도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책더미와 책장을 정리하며 들이마시는 미세먼지의 양도 적지 않습니다. 법에서는 공공도서관 하나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사서배치 기준을 정해놓고 있지만 그 수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도서관수는 217개관이나 그 가운데 사서가 3명 이하인 곳이 141개관으로 68%에 달합니다. 주말도 없고 아침 일찍부터 밤 10시, 11시 늦은 시간까지 돌아가며 도서관을 지켜야 하는 것도 어려운 점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더 열악한 환경속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일하고 계시는 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다만 사서들의 일이 그리 보이는 것처럼 편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과 절차가 필요할까요? 공공도서관의 경우 지자체나 지방 교육청에서 뽑는 사서직 공무원 공채를 통해 사서가 될 수 있습니다. 정식 공무원 시험이 아니더라도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채용하는 기간제나 계약직 사서로 지원할 수 도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고 민간 기관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경우에도 공무원 신분이 아닌 일반 해당 기관으로 직원 신분으로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나 사서직 채용에 응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사서직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과정을 거쳐 사서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1966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발급하고 있으며, 1급 정사서, 2급 정사서, 준사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사서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 학위를 취득하는 것입니다. 4년제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면 2급 정사서를 취득할 수 있고 1급 정사서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박사 이상의 학위나 2급 정사서 자격 취득 후 9년간 도서관 현장에서 경력을 쌓고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합니다

도서관을 많이 짓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근 10여년간 경기도에 많은 도서관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도서관이 늘어난만큼 그 도서관들이 제 기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전문 인력을 배치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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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2 16:45

도서정가제와 도서관

 

 

 

지난 11월 21일부터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습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새로 도입된 규정이 아니라 기존에 시행되던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가 보다 엄격해 졌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정가’라는 표현도 무조건 책에 표시된 가격을 ‘정가’ 그대로 받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할인율 제한 규정’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서민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할인율을 높여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책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도서정가제는 시행전부터 “제2의 단통법‘이니 해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새로 개정된 도서정가제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독자입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기존에 신간 도서를 구입할 경우 정가의 10%와 판매가의 10% 간접할인을 합하여 최대 20%까지 할인을 받아서 구입할 수 었습니다. 그런데 그 할인 범위를 최대 15%로 제한하였습니다. 특히 마일리지 등이 아닌 가격할인은 최대 10%로 못박았습니다. 신간 도서의 경우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발행된지 18개월이 지난 도서입니다. 이전에는 발행 18개원 이전 도서에 대해서는 할인율 제한이 없었습니다. 실용서나 학습 참고서는 아예 발행일과 상관없이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한때 이러한 틈새를 악용(?)하여 번역서를 영어교육 실용서로 둔갑하여 도서정가제의 감시를 피하려는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새로 개정된 도서관정가제에서는 18개월이 지난 도서의 경우 출판사에서 정가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도서관입장에서는 도서의 서지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가격이 들쑥날쑥하면 관리측면에서 상당히 번거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이 고민해야할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전까지 도서관은 사회복지시설이나 국가 지자체 등과 함께 정가제 적용 예외 기관이었습니다. 도서정가제와 상관없이 입찰을 통해 가장 할인율을 적용한 납품사를 선정하여 도서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일반 개인이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보다 많은 책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내용에서는 도서관도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자료 구입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입니다.


 

아직 시행 초기여서 새로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얼마나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당장 내년 살림살이를 준비해야 하는 도서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만 갑니다. 도서관의 자료구입 예산은 동일한데 정가 그대로 구입하라고 한다면 애초 도서정가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시민들의 도서관을 통한 독서 향유권은 점점 열악해져 갈 것입니다. 때문에 도서관이 보다 많은 자료구입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출판 생태계도 살리고, 시민들의 독서 권리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의 내년도 살림살이가 어떤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때입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팀장 송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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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6 14:12

문화원과 도서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기도 문화자원 아카이브

문화원과 도서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기도 문화자원 아카이브/송재술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매일 많은 기록을 생산해 낸다. 일기와 가게부를 쓰고, 달력이나 스케줄표에 약속들을 기록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지인들과 나누고 싶은 정보를 올리기도 하고, 그때그때 생각난 중요한 아이디어를 잊지 않기 위해 메모지나 수첩에 기록한다. 초등학생들은 노트에 받아쓰기하고 대학생들은 리포트와 논문을 쓴다. 회사에서는 사업계획서나 각종 품의서를 기안하고, 길거리를 걸으면서 멋진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을 보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간직한다. 굳이 작가가 업(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살아가면서 수많은 기록물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록물을 고스란히 보존하여 후대에 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죽고 나서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다른 누군가가 내가 남긴 기록들을 뒤적이면 나의 생각과,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음식과, 내가 교류했던 사람들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에코와 카리에르의 대담을 엮은 “책의 우주”라는 책에는 고서점에서 구한 1790년대 파리의 지도와 당시 살았던 한 가구상의 상세한 약속을 적어 놓은 수첩 내용을 분석하여 수첩 주인의 동선과 사생활을 재구성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한다.

4년 후인 2018년은 ‘경기’라는 지명을 사용한 지 1000년이 되는 해이다. 만약 1000년 전 지금의 수원땅 어딘가에 살던 아무개가 매일의 일을 기록하고, 그 기록이 지금까지 잘 보전되어 왔다면 우리는 그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수원의 생생한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거리의 꼬마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놀았고, 명절이 되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노래를 부르며 살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고려 시대에 대해 남아 전해오는 기록이라고는 정사를 다룬 『고려사』나 『고려도경』 같은 당대의 기록, 기타 일부 고려의 풍습을 담은 몇몇 자료들뿐이다. 이런 단편적인 기록들을 근거로 당시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와 소설이 만들어 진다. 하지만 남아 있는 빈약한 기록들만으로 구현한 과거의 모습은 사실과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록은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이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면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누군가의 필요에 부응하는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華城) 같은 경우 기록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라고 할 수 있다. 정조는 1796년 화성을 완공하고 화성 성곽 축조에 관한 모든 기록을 상세하게 수록한 화성성역의괘(華城城役儀軌)를 편찬하도록 하였다. 화성은 이후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부분이 파손·손실되었지만 화성성역의괘가 있었기에 지금과 같이 온전히 복원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다.

그럼 미래에는 어떨까? 앞으로 1000년 후, 그러니까 31세기쯤에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예전에 비해 훨씬 발달한 다양한 기록 수단과 방법들, 저장장치에 힘입어 일거수일투족까지 모두 알 수 있게 될 것인가? 한 사회의 경험과 기억을 상세한 기록으로 남기는 것과 함께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그 기록을 수집하여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기록을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망 보급으로 ‘정보의 홍수’ 속에 파묻히면서 어떤 것이 중요하고 정확한 기록인지를 파악하고 선별하는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기록을 장기적으로 보존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기록의 중심이 종이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기록 보존의 문제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정보매체의 수명이 CD는 길어야 3~40년, USB 메모리는 불과 10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드디스크도 5년이 지나면 불량률이 급속히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가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로 매일 쓰고 찍어 보관한 기록 자료들이 몇십 년 후에도 무사히 남아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디지털 기록물 보존의 최대 단점은 그 기록물을 읽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까지 함께 보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DOS 시절 작성한 한글문서를 최근 버전 프로그램에서 열어본다면 읽을 수 야 있지만, 폰트나 문서 양식은 완전히 달라 보일 것이다. 이것을 과연 진정한 원본 기록물로 볼 수 있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록물 보존은 피해갈 수 없다. 이미 많은 기록정보가 태생적으로 디지털을 기반하여 만들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기존 종이 기반의 기록물이 가진 단점, 즉 공간과 이동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에서 1㎡당 190권의 도서를 수장할 수 있다고 할 때 100만 권의 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5,263㎡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그 100분의 1도 안 되는 공간에 디지털 형태의 전자자료 수 백만 권을 축적할 수 있다. 이렇게 디지털로 구축해 놓은 기록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고, 전 세계 누구라도 바로 열람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0년부터 시작된 아메리칸 메모리(American Memory)는 미국의회도서관과 여타 주요 아카이브에 소장된 역사적인 유산 9백만 건 이상의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서비스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전자도서관프로젝트 유로피아나(Europeana)를 통해 2,300여 개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기록관의 온라인 장서 3천 만 건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사이아크(CyArk)는 문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만리장성, 타지마할, 마추픽추 등 세계 500개 주요 문화 유산을 3D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 보존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화자원의 디지털 보존을 위한 다양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문화콘텐츠 닷컴(http://www.culturecontent.com)은 30만 점 이상의 다양한 문화적인 전통, 역사 사건 등에 관한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서비스하고 있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운영하는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http://www.grandculture.net/)은 향토문화 관련 전문가와 기관 담당자들이 참여하여 표준화된 분류체계에 따라 지역별 역사, 지리, 인물, 산업 등 지역과 관련한 모든 향토문화자원을 총 망라 수록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든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http://www.koreanhistory.or.kr/)은 우리나라의 역사자료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전산화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역사 관련 전문기관이 자료 제공전문센터로서 참여하여 운영하는 대표적인 역사분야의 디지털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경기도메모리』(http://memory.library.kr)도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기록들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도(道) 차원의 아카이빙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미 2002년부터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는 저작권상 문제가 없는 공공기관에서 발간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도내 공공도서관과 도청 행정자료실(365도서관), 도내 문화원과 공공기관들의 협조하에 지역별로 수집한 공공기록물을 인계받아 디지털 파일로 제작하였고 현재 약 9,000여 권, 380만 페이지의 원문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수집대상을 확대하여 개인들의 생활사가 담긴 기록물을 모아 사회적 기억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로 “e-추억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여기에는 개인의 일기에서부터, 업무 수첩, 사진앨범, 어린 시절 학교에서 그렸던 스케치북 등 다양한 기록물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서비스 개편을 통해서 자료 검색과 분류 방식을 개선하여 보다 편리하게 자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고, 특화자료관을 만들어 특정 주제에 대한 관련 자료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아직 『경기도메모리』가 경기도의 과거를 보여주고, 후세에 현재의 모습을 전승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게 사실이다. 현재 수집한 데이터양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책자 형태의 자료 이외에 사진이나, 영상, 녹음자료, 기타 비도서 형태의 자료들을 포괄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선이 필요한 과제는 기록물 생산 기관과의 밀접한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부분이다. 전자의 경우 시간과 시스템 개선을 위한 예산만 수반된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부분이지만 후자는 아카이브의 향방과 질적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면서 상호 목표에 대한 공감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5월 7일 열릴 “경기도 문화자원 아카이브 구축 심포지엄”은 경기도 문화원연합회와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이 상호 협력 관계를 맺는 출발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문화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향토자료를 포함한 지역 문화 자원을 발굴·수집·조사·연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각 지역에 뿌리내리고 전시와 축제, 공연 등은 물론 지역의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조사와 연구 활동을 추진해오면서 귀중한 기록물을 축적하고 있다. 문화원이 경기도 31개 시·군 전역을 포괄하며, 경기도문화원연합회를 중심으로 상호 공고한 연계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향후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은 기록물을 디지털 형태의 파일로 가공하고, 시스템 상에 축적하여 온라인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국내 최대의 디지털 도서관인 국립디지털도서관(http://www.dibrary.net/)과 자료 연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전 세계 이용자들과 자유롭게 데이터를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는 오픈 엑세스 아카이브 “OAK 리포지터리”를 구축하여 구글 등 검색 포탈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검색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된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시스템)도 기록물 자료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보존서고 기능을 갖춘 경기도 대표도서관이 완공되면 실물 기록자료에 대한 영구적인 보존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지털 아카이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물 자료에 대한 보존은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만 한다. 경기도 문화원연합회의 문화자원 기록물의 수집·생산 기능과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의 정보자료의 보존·활용 기능이 유기적인 협력관계 속에 작동한다면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새로운 디지털 아카이브 롤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으로 우선 기록자료의 최신성 유지를 들 수 있다. 이전에도 문화원에서 생산한 기록물을 전달받아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을 통해 서비스해오고 있으나 연말에 지난 1년간 생산한 자료들을 이관받아 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기록물의 생산과 서비스 시점 간의 차이가 최대 1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자동 등록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방 문화원에서 발간한 자료의 전자파일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면 실시간으로 최신 자료를 이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는 맞춤형 알림 서비스도 가능하다. 단지 독립적으로 문화원마다 자발적으로 생산한 기록물 이외에도 협의를 통해 기획 주제를 선정하고, 특정 기간 집중적인 자료수집·발굴을 진행할 수도 있다. 경기도의 단면들을 보고, 찍고, 묘사고 그 결과들을 조합하는 과정 자체가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경기도의 기록 자료들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문화원과 도서관의 협력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섰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앞으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 단계별로 구현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와 우선순위를 정해야하고, 주위의 유관 기관과 개인들의 관심과 협조도 이끌어 내야 한다. 경기도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100년, 1000년 먼 앞을 내다보고 한 걸음 한 걸음 작은 실천들이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출 처 : 경기문화저널 제6호  http://ggjournal.or.kr/webzine/contents/100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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