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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커다란 눈사람. 커다란 권력.







서평대상 서지사항

거만한 눈사람 / 세예드 알리 쇼자에 글

엘라헤 타헤리얀 그림. 김시형 옮김. 분홍고래. 2013

ISBN 979-11-9507-352-8


o 분야 : 그림책


o 추천대상 : 초등 저학년부터

 

 











커다란 눈사람커다란 권력


이가영 (안성시 공도도서관)

 

 

 우리는 살면서 순리를 무시하고 자신의 뜻대로만 세상을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런 사람은 나의 가족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있고, 위정자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잊고 그 상황에 안주하며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은 권력과 맹목적인 복종이라는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이 책에서 눈사람은 마을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면서 주민들에게 이런저런 명령을 내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눈사람이 자신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무시하기는커녕 이상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봄햇살이 다가와서 따뜻한 햇빛을 비춰주려고 할 때에도 주민들은 봄을 원하지 않는다는 눈사람의 말에 어쩔수 없이 동조해 태양은 떠나가 버리고 만다.


 이 책에서는 커다란 눈사람이 커다란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어떻게 해야 잘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과연 커다란 눈사람에게 커다란 권력이 주어진 것이 맞는가, 그것도 아니면 커다란 권력이 주어졌다고 해서 그것을 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불 보듯 뻔하다. 커다란 눈사람, 혹은 높은 위치나 셀 수 없이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커다란 권력이 주어진 것은 아니며, 한 회사의 사장, 한 국가나 단체의 수장이라고 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그 권력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상식도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 많은 듯하다. 눈사람이 자신의 몸집이 크다고 해서 주민들을 자신의 하인 부리듯이 하면 안되는 것처럼, 자신에게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여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와 신념이 다르다고 배척할 수 있는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 눈사람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태양의 방문을 거절한다. 변화하는 세계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눈사람의 모습은 오만해 보이기 까지 하다. 우리 사회도 똑같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는 사람은 결국 거만한 눈사람처럼 비극적 결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읽게 될 어린이들 또한 이 책의 이런 의미를 마음 속에 새기고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