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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그림자 길들이기

그림자 길들이기 


진접푸른숲도서관 사서 이현아


그림자 길들이기 

*  최은옥 저 / 김중석 그림 / (주)교학사



「그림자 길들이기」란 제목에 호기심을 느껴 읽게 된 이 책은 학교에서의 놀림과 따돌림에 대한 얘기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주인공 동우는 학년 전체에서 키가 제일 작은 아이다. 놀림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울어서‘땅꼬, 울보, 찌질이’라는 너무나 싫어하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동우의 엄마 아빠는 시장 사람들을 상대로 작은 식당을 하고 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공원에 가 보는게 소원이었지만 두 분 다 늘 바빠서 동우랑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도, 동우의 고민을 들어주지도 못한다. 같은반 민규, 준호, 경민이는 항상 동우를 놀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민규는 동우를 가장 못살게 괴롭히는 아이다. 그래도 동우는 두려움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속으로 움추러들기만 한다. 괜히 대들어 봤자 나중에 더 큰 괴롭힘을 당할 거라고 스스로 변명하지만 그럴수록 민규와 아이들의 괴롭힘은 점점 심해지고, 상처 받은 동우의 마음속 분노는 계속 커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동우의 발밑이 훅 뜨거워지면서 꿈틀꿈틀 그림자가 떨어져 나와 동우를 대신해 동우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혼내 주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너무나 신나고 통쾌해하지만, 그림자의 장난이 점점 정도가 심해지자 동우는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얼마 후, 동우는 그림자 머리 꼭대기에 주먹만 한 뾰족한 뿔이 나 있는 걸 발견하고 너무나 놀란다. 동우는 점점 자라나는 그림자의 뿔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면서, 무슨 일이든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땅꼬, 울보, 찌질이’에서 당당히 할 말을 하는 용기 있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새롭게 태어난다. 동우는 스스로 홀로서기를 다짐하며 그동안 곁에서 자신을 지켜 주던 그림자와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림자야,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이젠 나 혼자서 할 수 있을 거 같아.”


 소심하고 용기가 없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일이 있거나 정말 잘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다시 회상해 보았다. 내 그림자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나를 대신해 내가 하지 못한 일들을 보란 듯이 해 주었으면 나도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지만 만일 그랬다면 내 그림자에도 엄청나게 큰 뿔이 자라났을 것이다. 과연 나는 동우처럼 멋있게 그림자를 길들일 수 있었을까?  


 책 후반부에서 더 이상 다른 누군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용기 있게 자신을 지키고 표현한 동우의 모습은 정말 의젓하고 대견해 보였다. 요즘 학교내 왕따 문제가 아주 심각하고 그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혹시 지금도 예전의 동우처럼 따돌림 괴롭힘에 힘들어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