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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경기도사이버도서관

경기도의 기억을 담다. 경기도 메모리

경기도의 기억을 담다 경기도 메모리

 

글. 경기도사이버도서관 팀장. 송재술

 

 

 

1994년 프랑스 남부 아비뇽 지방의 아르데슈 강 깊은 골짜기에서 발견된 쇼베 동굴”. 이곳에는 약 300여점의 동물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동굴벽의 굴곡을 살려 동물의 움직임을 3차원적으로 표현했는가 하면 크기가 4미터가 넘는 거대한 작품들도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벽화가 그려진게 지금으로부터 무려 약 32천년 전이라는 사실이다. 그림이 그려진 사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건 이미 그 때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인간이 무언가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태생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호모 스크립투스(=기록하는 인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잠시도 쉴새 없이 컴퓨터로, 핸드폰으로 기록들을 생산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근황을 올리고, 사진을 찍고,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수많은 문서들을 만들어 낸다. 21세기 첨단 디지털 기술들이 호모 스크립투스 본능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록들은 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척척 찾아낼 수 있다. 더 이상 10년 전 신문기사 하나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몇 시간을 먼지구덩이 속에서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도서관에서는 더 이상 철지난 신문들을 제본하여 보관하지도 않는다. “정보화 시대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애써 보관하지 않아도 디지털 세상 어딘가에 알아서 차곡차곡 쌓여지고 있으며, 언제든지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검색포탈 사이트의 검색결과는 정보의 정확성보다 얼마나 많은 광고비를 부담했느냐를 기준으로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하나의 키워드에 수많은 검색결과를 보여주지만 과연 내가 찾은 정보가 진실을 담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런 검증 없이 무작정 여기 저기 퍼나르다가는 유언비어 유포죄로 잡혀가기 십상이다. 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 정말로 가치있는 기록정보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다른 쓰레기 정보들과 함께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진짜 기록들,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전달해야할 기록들을 정보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찾아내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이 디지털 시대 이전보다 더욱 절실해 졌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통상 선진국이라고 지칭하는 세계의 주요국에서는 기록을 보존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미국의 국립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의회도서관과 여타 주요 아카이브에 소장된 역사적인 유산 9백 만건 이상을 디지털화하였으며, 유럽연합(EU)는 전자도서관 프로젝트 유로피아나(Europeana)를 통해 2,300여개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기록관의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디지털로 구축하고 있다.

 

초보 단계이지만 경기도에서도 기록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도 기록정보 디지털 아카이브 경기도 메모리”(memory.library.kr)가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경기도내 공공기관에서 발간한 도서와 개인들이 기증한 자료 등 총 9,000여권, 370만 페이지의 정보를 디지털화여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하였다. 5월에는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도서관, ·군 문화원, 기록학 연구자 등 전문가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경기도 문화자원 아카이브 심포지엄이 열렸다. 경기도에 산재한 가치있는 기록 정보들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수집·보존을 위한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논의된 결과를 바탕으로 시·군문화원과 도서관이 상호 협력하에 경기도 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단계적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우선 7월중에 전문가들로 TF팀을 구성하여 문화원 소장자료 현황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경기도민 개개인들이 보관하고 있는 기록 자료들도 중요한 수집대상이다. 일기나, 업무수첩, 가계부 등 일상적으로 생활의 단편을 담고 있는 기록물들은 먼 훗날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사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종이 형태의 기록물 뿐만 아니라 사진, 음성, 영상 등 수집 유형을 다변화하여 다각적인 측면에서 경기도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수집과 보존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여야할 부분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아무리 중요하고 방대한 자원을 수집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고, 이용하기 불편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우선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대 디지털 도서관인 국립디지털도서관(www.dibrary.net)과 자료 검색 연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전세계 이용자들과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는 오픈 엑세스 아카이브인 “OAK 리포지터리를 구축하여 구들 등 검색 포탈을 통해서도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아놓은 자료에 대한 수동적인 검색 뿐만아니라 수집된 자료들을 테마별로 재가공하여 기록 자료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들도 함께 진행된다. 올해는 1차로 한국전쟁당시 전란을 피해 경기도로 내려온 피난민들의 기록을 모아 서비스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단편적인 기록들 속에 담긴 이야기를 엮어 영화나 드라마, 소설 창작을 위한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배수 경기도 평생교육국장이 개회사에서 경기도의 매력적인 문화 유산을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하고, 콘텐츠화하여 경기도 미래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기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기억과 성과들은 기록을 통해 세대를 거쳐 후대에 전승된다. 흩어진 수많은 기록들을 검토하고 선별하여 보존하는 작업은 지난하고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100, 1000년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는 점점 더 커져 나갈 것이다. “경기도 메모리에 모인 기록들이 언젠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 내는데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