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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나무처럼 혼자서 씩씩하게 자라렴

나무처럼 혼자서 씩씩하게 자라렴

 

 

군포시중앙도서관 사서 이시영

 

똥낭구 엄마/이기인 글/최민지 그림/동쪽나라/148/2012

 

 

넌 누굴 닮았니?” “나는 누구를 닮았을까?”

부모가 없어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는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맷돌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단유는 할머니가 귀가 어두워 눈으로만 끔벅끔벅하며 대답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마음이 있어 행복하다. 평소 고맙다고 생각한 분들의 얼굴을 그리는 미술시간에 단유는 누구를 그려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지우개로 하얀 도화지만 지우고 또 지운다. 아무것도 그리지 못해 답답하기만 한 단유. 친구 한결이는 엄마 얼굴도 그리고 아빠 얼굴도 그리며 도화지가 부족할만큼 가득 그리려고 하지만 단유의 도화지는 교실 전체를 다 덮을 만큼 크게만 느껴진다. 구순한 친구였던 한결이가 자기는 엄마 아빠 반반씩 닮았는데 년 누굴 닮았니?’라는 말을 들은 다음부터 한결이가 멀어지는 것 같다. 정말 한결이가 반반 닮았는지가 궁금해 한결이네 집에 놀러간 단유는 요리 솜씨를 자랑하고 싶어 혼자 있을때는 절대로 가스 불을 켜지 말라는 맷돌 할머니 당부를 잊고 라면을 끓이다가 한결이 발등에 냄비가 쏟아져 화상을 입히게 되었다.

자책감에 힘들어 하다가 잠이든 단유는 선물로 받은 일곱 개의 목각 인형 마트로시카 꿈을 꾸게 된다. 마트로시카들은 엄마는 아이들이 무서움에 떨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며 무서움에 맞설수 있도록 가르쳐주어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놀아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엄마, 다친 상처를 치료해주는 엄마, 텔레비전을 보거나 영화를 볼때도 엄마가 있어야 더 행복하고 많이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엄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유는 인형들이 왜 자기를 엄마라고 하는 의아해 하며 꿈에서 깬다.

단유는 자기가 어떻게 절에서 자라고 말 못하는 맷돌할머니와 지금 살고있는지를 물어보러 용문사 누더기 옷 스님에게 찾았다.

 

스님은 10년전 용문사 은행나무 아래에 포대기에 쌓인 아이가 놓여져 있었는데 그 아이가 단유라고 알려준다. 단유는 스님의 말을 듣고 내려오며 저 특유의 냄새로 똥낭구로 불렀던 은행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똥낭구님은 나를 몰래 버린 엄마 얼굴을 보았냐고 물으며 서러움에 울컥한다. 함께 내려오던 동자승은 갑자기 은행나무가 으앙으앙 운다고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신통한 날이라고 한다.

한결이는 아빠 식물원에는 용문사 은행나무의 자녀목들이 있었는데 그 나무가 불탄 후에 자녀목들은 아빠없는 나무라고 알려주고 아빠와 함께 단유에게 자녀목 한그루를 선물해준다. 똥낭구 엄마가 된 단유는 기분이 좋아져 이제부터 생각나지 않는 엄마는 잊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은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기인 작가의 경기도 용문사 은행나무 설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만든 순수창작동화다. 경기도 양평군에서 전통문화 콘텐츠 발굴과 확산을 위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한 스토리텔링 사업의 결과물이다.

혼자인 아픔으로 힘들고 외롭게 자라는 아이들, 슬픔에 찬 아이들에게 혼자서도 잘 자라는 나무들처럼 씩씩하게 자라라는 의미를 전해주는 책이다. 뒷장에는 남실거리다, 무르춤하다, 자냥스럽다, 앙감질 등 동화속 예쁜 순 우리말을 친절하게 풀이해 주었다.

혼자만의 슬픔과 어려움을 뛰어넘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고 나무처럼 혼자서도 씩씩하게 자라라고 용기를 주는 책. 초등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넘어가는 아이들과 스토리텔링 문화컨텐츠 개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