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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경기도사이버도서관

기획기사 - 빅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2

빅북은 이렇게 만들어 졌다. 2

 

글. 경기도사이버도서관팀장 송재술  

 

 

빅북! 도서관의 품으로

 

금요일 오후 4시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 위치한 부천동화기차도서관. 작은 무대 공간 주변으로 학교수업을 마치고 온 어린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어린 아이들에게 빅북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날이다. 첫 행사이니만큼 조금 특별하게 준비했다. 빅북으로 제작한 도서 가운데 하나인 <도서관에 온 생쥐2> 공연의 배우들이 등장하여 재미있게 책을 들려주었다. 극단 봄과 어린이 도서관 동아리 이야기꽃이 함께 참여하여 책 읽어 주기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셨다. 이날 진행된 행사는 빅북 홍보와 향후 사서 대상 활용 교육을 위해 영상물로 만들어졌다. 책을 만드는데 이미 대부분의 예산을 사용해 버린터라 부대 행사를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욕심에 최소한의 비용으로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거의 재능기부수준으로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곳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빅북 보관함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일반 책과 크기나 용도가 다르다보니 책을 보관할 별도의 장치가 필요했다. 빅북 선정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대략적인 스케치가 완성되었다

 

 

칸막이 네모 박스형으로 하되 상판은 독서대처럼 접고 펼수 있게 만들어 빅북을 올려놓고 읽어 줄 수 있도록 하였다. 아래는 바퀴를 달아 이동하기 편리하게 하였다. 물론 기성품으로 판매되는 것 가운데 용도에 적합한 것은 없었고, 따로 제작을 해야 하는데 소량이고 예산이 적다보니 마땅한 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가운데 혹시나하고 연락드렸던 도서관 가구 전문 업체에서 빅북 사업의 취지에 동감하고 흔쾌히 참여해 주셨다. 덕분에 기대 이상의 튼튼하고 유용한 빅북 보관함이 탄생하게 되었다.

 

                                                         

 

서울독서교육연구회와의 인연도 우연히 이루어졌다. 빅북 제작 기념 마지막 행사를 323일 고양시의 주엽어린이도서관에서 열기로 하고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한시간 반 이상 진행될 행사인데 빅북 행사라고 해서 주구장창 책을 읽어주는 것도 재미없을 것 같고, 저자 강연이나 음악공연은 차별성을 갖기도 어려울뿐더러 결정적으로 그렇게 진행할 예산도 없었다. 여기 저기 자문을 구하던 차에 빅북 선정위원으로 참여하신 한 선생님의 제보로 서울독서교육연구회와 연락이 닿았다. 마침 연구회에서도 모임을 활성화 시킬만한 새로운 계기를 찾던 중이었는데 서로의 필요와 요구가 적절히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여기에 행사를 진행하게 될 주엽어린이도서관 관장님의 적극적인 도움에 힘입어 마지막 행사 준비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 이처럼 주위의 많은 도움이 없었더라면 빅북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면을 빌어 도와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부천에서 시범 행사를 진행한 이후 몇 가지 보완할 점이 나타났다. 떨어지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도록 보다 신경써서 만들긴 하였지만 책이 워낙 크고 무겁다 보니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접착제를 사용한 기본적인 제본으로는 다시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문제의 소지가 있는 책들은 전량 수거하여 실로 튼튼하게 밖음질 제본을 하였다. 이미 책을 나눠 주기로한 행사 일정이 잡혀 있던터라 시간이 매우 촉박했지만 다행히도 행사 하루 전날 가까스로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드디어 313.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낸 빅북을 시군에 전달하는 날이다. 장소는 경기도 최남단, 충청도와 맞닿아 있는 안성시립중앙도서관. 경기도대표도서관 사무실이 있는 파주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리고, 북쪽끝 연천, 동두천, 양주에서는 3~4시간 걸릴 각오를 하고 와야 하는 곳이다 보니 사전 참가 신청율이 매우 저조하였다. 이날은 단순히 빅북을 나눠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도서관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책읽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앞으로 도서관과 출판계가 어떻게 노력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세미나를 진행하는 행사였다. 당일 오전까지 참여를 독려 한 끝에 애초 신청자보다 두배 가량 많은 150여명의 도서관 사서 선생님, 출판계 관계자 여러분들이 이날 행사에 참여해 주셨다

 빅북 사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던 파주 어린이 책예술센터 정병규 대표와 그림책 작가이면서 재미마주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이호백 작가가 특별강연을, 안성시립도서관 공정자 선생님이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운영 방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였다.

 빅북은 행사가 모두 끝난 다음 나눠 주었다. 빅북 43권과 보관함, 빅북에 대한 소개와 활용방법을 담은 매뉴얼을 31개 시군에 전달하였다. 이번에 제작한 총 40세트 가운데 시군에 전달하고 남은 9세트는 경기도대표도서관에서 직접 활용하거나 순회 전시용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아직 도서관에 빅북이 전달된지 얼마 기간이 되지 않아 지금 당장 그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빅북 43권을 만들어 전달했다고 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안성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호백 작가는 이번에 빅북을 만들었으니 다음번에는 스몰북을 만들어 보라는 부탁을 하셨다. 빅북에 대한 실질적인 활용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빅북 자체가 갖고 있는 상징성, 출판 시장과 책 읽는 문화에 하나의 새롭고 참신한 자극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시작단계이긴 하나 다행히 부천에서 진행한 시범 운영에서도 아이들의 매우 반응이 뜨거웠고, 하루에도 몇 통씩 빅북을 따로 구입하고 싶다거나, 더 만들어 달라는 부탁 연락이 오는걸 보면 소기의 목적은 어느정도 달성한 듯 하다. 아마도 경기도에서 이번처럼 빅북을 새로 만들어 전달하는 사업을 다시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사업의 효과를 바탕으로 이후에는 시장의 순리에 따라 도서관의 요구와 출판사 이익 사이의 적당한 지점에서 빅북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