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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경기도사이버도서관

독서 표어 이야기

“책 읽는 나! 성장하는 나!”

 

 

경기도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표어공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경기도 독서 표어 공모 최우수작은 남양주시 이현아님이 보내주신 “책 읽는 나! 성장하는 나!”입니다. 이현아님을 비롯하여 우수상과 장려상을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표어 공모를 하게 되면 초등학생 어린이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십니다. 표어 접수를 받아 리스트로 정리하고 ‘주욱~’ 살펴보았을 때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다들 비슷비슷하고 어디서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문구들이라는 것입니다. 비교적 역사가 짧다고 할 수 있는 경기도 도서관 표어만 하더라도 지난 6년간 진행해 오면서 평균 300편씩만 잡아도 벌써 1,800개의 표어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매년 도서관 주간, 독서의 달 등을 기념하여 발표되는 표어들을 모두 따진다면 족히 수 천 개의 표어들을 보아왔으니 무리도 아닐 것입니다. 여기에 독서 표어라는 것이 대부분 ‘독서’, ‘도서관’, ‘꿈’, ‘희망’ 등 한정된 단어들을 대구(對句)나 문답(問答) 형식의 구조로 이리저리 붙여 만들어 놓은 것들이어서 그 혼란은 더욱 가중됩니다. 때문에 매년 표어 공모를 주관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본 심사에 앞서 “표절 의심 표어”들을 걸러 내는 일입니다. 사실 표절이라는 것도 악의적인 도용이 아니라 ‘본의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시상 대상에서는 제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는 수상작 발표 이후 우수작 당선작이 표절로 의심되어 취소된 적도 있습니다. 그 당시 수상이 취소되었던 표어는 독서 분야의 표어도 아닌 신문 관련 분야의 표어와 유사하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아마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고민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표어 공모 때마다 참신한 표어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인간의 창작력이 정말 끝이 없구나 하는 감탄도 하게 됩니다.

 

짧고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것을 선호하는 추세

 

지난 2011년의 경우 최우수작은 “독서는 밥 먹듯이” 였습니다. 지금까지 표어는 감동적이고, 교훈적이면서, 보편적인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 표어는 그러한 틀을 한참 벗어난 표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돌출적인 특징, 어떻게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써서 제출한 듯(?)한 느낌이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 작품은 시흥시의 중학생이 제출한 표어였습니다. 2010년도 표어 최우수작 “이 가을, 책에 이끌리다” 역시 기존 머릿속에 박힌 표어의 이미지들과는 거리가 먼 표어였습니다. 하지만 시적인 표현이 고풍스런 포스터 이미지와 잘 어우러져 참신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최근 당선작들의 경향을 보면 짧고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의 러브마크, 도서관”(제47회 도서관주간 표어 최우수작), “꿈꾸는 미래와의 소셜 네트워크, 도서관”(제47회), “희망을 꿈꾸게 하는 곳, 여기가 도서관입니다.”(제48회 도서관주간 표어 최우수작) 등 근래에 볼 수 있는 표어들은 어지간한 TV 광고 카피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근사합니다.

 

독서 표어의 어제와 오늘

 

그럼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독서 표어들을 분석한 대진대학교 이만수 교수님의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와 70년대는 박정희 정권하의 경제개발 시대로 독서 표어도 독서를 통해 경제발전과 국가 발전 등 희망찬 내일을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합니다. “같이 읽고 함께 건설”(1967), “독서하는 국민 발전하는 국가”(1969), “독서로 빛내자 내 가정, 내 조국”(1970) 같은 표어들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표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0년대에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는데 개인이나 가정이 이전 시기보다 중요시 되면서 국가 발전과 행복, 미래의 꿈을 연계한 표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루하루의 독서가 삶의 즐거움을 준다”(1989), “책 속에 있는 길, 읽으면 나의 길”(1983), “책든 손 귀하고, 읽는 눈 빛난다”(1986) 등의 표어가 80년대를 대표하는 표어들입니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대한 늬우스’에서 보았음직한 계몽적인 표어가 주류를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90년대 이후에 들어서는 문화생활, 지혜, 가족, 정보, 지식 등 문화와 지식정보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한 표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부터 비교적 친숙한 느낌의 표어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열린 도서관 꽃피는 정신문화”(1993), “도서관, 지식정보시대 나의 경쟁력”(2001), “도서관, 내 삶의 포털”(2008), “내 영혼의 러브마크, 도서관”(2011) 등이 도서관 주간이나 독서의 달 표어로 사용되었습니다. 표현 형식도 다양해지고, 은유법을 활용한 감상적인 표어들도 많이 눈에 띕니다.

물론 항상 보다 자유롭고, 파격적인 것만을 쫒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 경기도 독서 표어 “책 읽는 나! 성장하는 나!” 같은 경우 오히려 이전 몇 년간 발표된 ‘표어답지 않은 표어’들과 차별화되는 전통적인 형식의 ‘무난한’ 표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복고풍으로의 회귀라고 해야 할까요. 표어에 대한 유행도 돌고 도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표어는 독서와 도서관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

 

굳이 독서 표어가 아니더라도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누구나 한두 번씩은 ‘의무적’으로 이런 저런 표어들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 상을 받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하지만 상을 받는 1% 이외의 99% 참가자들도 수상자들과 마찬가지고 문구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고민의 시간들을 가졌겠지요.

경기도 독서 표어 공모를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특출난 표어를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누구나 공고를 보고 독서와 도서관의 의미에 대해 잠시라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내년 경기도 독서 표어 공모에는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