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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그건, 책이야

그건, 책이야

 

그래, 책이야 / 레인 스미스 지음,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2011년 우리나라의 아동도서의 신간발행은 9,500여종이며, 이중 번역도서는 2,500여종으로 26%가 넘는다. 그러다보니 아동문학의 경우는 몇몇 잘 옮겨졌다고 평가되는 책을 집중적으로 보게 되고, 옮긴 사람들을 눈여겨 두었다가 신간이 나오면 그 이름을 살펴보는 것이 책을 선택하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독일어와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을 전공하고 <책 먹는 여우><행복한 청소부> <조금만, 조금만 더> 등 수많은 작품을 옮긴 아동문학의 대표적인 번역가 '김경연' 선생님도 그중 한 사람으로 이번에는 새로운 화두와 감각 있는 일러스트인 ‘레인 스미스’의 그림책을 옮겨 눈길을 끈다.

「그래, 책이야!」는 속표지에 글자 위에 서있는 마우스, 컴퓨터를 들고 글자사이를 걷고 있는 동키, 의자에 깊숙이 앉아 책 읽기에 열중인 몽키를 등장시키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몽키에게 컴퓨터에 익숙한 동키가 ‘그건 뭐야?’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낯선 책에 접근하고 책 읽는 흥미를 체험하는 과정을 당나귀와 원숭이의 깜직한 모습과 표정들로 그려내고 있다

‘스크롤은 어떻게 해?’ ‘그걸로 블로그는 해?’ ‘마우스는 어디 있어?’ 동키의 질문에, ‘이건 책이야!’ 몽키의 대답은 간단하다. ‘게임할 수 있어?’ ‘메일 보낼 수 있어?’ ‘트위터는?’ ‘와이파이는?’ 음악감상은? 계속되는 질문에도 ‘아니’ ‘이건 책이야.’ 몽키는 여전히 같은 대답이다. 몽키가 보던 책을 살짝 보여주자 동키는 컴퓨터에 맞는 단축문장으로 바꾸고는 책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책으로는 뭘 할 수 있어?’ 비밀번호가 있어야 해?‘, ’별명이 있어야 해?‘ 질문이 달라진다. 그리고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다섯 시간이 지나도록. 자신도 모르게 책이 주는 즐거움과 매력에 빠져든다.

「그래, 책이야!」는 책을 좋아하는 몽키와 책에 익숙하지 않은 동키의 대화는 짧은 단답형이지만 책과 컴퓨터의 특징을 함축해 놓았으며, 서로 다른 점들을 자연스럽게 짚어 주고 있다. 또한 깨끗하고 차분한 바탕에 친숙한 캐릭터와 그들의 감정들을 세밀하고 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동키의 계속되는 질문에 책에서 눈을 떼고 쳐다보는 몽키의 눈, 귀가 꺽이고 눈을 치켜뜨고 컴퓨터에 빨려갈 듯 게임에 몰두하는 동키와 정신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배경그림, 책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동키가 너무 화가 난 몽키, 가까이 보다가 멀리 보기도하고 두 귀를 구부렸다 폈다 책에 빠져드는 동키와 시계 등의 세밀한 표현은 흥미를 더하게 하고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대화에 나오는 컴퓨터 용어들은 그림책을 읽는 유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어 별도의 낱말 지도가 필요한 아쉬움은 있지만 디지털시대에 당면한 과제일 것이라 생각하며, 최근 전자책과 컴퓨터, 스마트폰이 아이들을 사로잡는 시대에 종이책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재치 있고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박정순(수원영통도서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