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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호오 호!”내가 고쳐줄게

o 서평대상 서지사항

그 나무가 웃는다 / 손연자 글, 윤미숙 그림,- 시공주니어, 2016.

48p. : 삽화 ; 22cm.

ISBN 978-89-527-8251-9 74810 : 12,500

o 분야

어린이책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 저 ~ 성인

o 상황별추천

따뜻함과 위로가 필요한 아동과 성인

 

 

김정미 (오산시 중앙도서관)

 

 

우리가 느끼는 나무는 항상 푸르고 늘 거기에 있는 변함없음을 상징한다. 혹은 나무와 사람의 인생을 비교하여 생명 순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희생과 곧은 성품을 나무에 비교하는 옛 성인들의 기록은 나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준다. 이처럼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나무다.

이 책 역시 나무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풍성한 초록잎을 가득 머금은 나무와 빨간 열매하나, 그리고 나무위의 새, 나무에 속해있는 모든 곤충과 꽃송이와 푸른 잎은 참으로 따뜻하고 편안하다. 표지는 한 땀 한 땀 자수로 표현되어 그 시간과 정성을 가늠할 수 있다. 저자가 의도한 정성과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듯하다.

  앞부분의 면지는 벌레에게 시달려 누렇고 숭숭 뚫린 잎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물을 머금은 나뭇잎이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 시작이다. 뒷부분의 면지는 하얀 꽃과 노란 새싹으로 면지를 가득 채워 내 마음마저 풍성하게 한다.

볼품없어 무시당하는 것 같고, 스스로 보호할 힘조차 없이 무기력한 존재로 삶의 의미를 잃어갈 때쯤 엄마 없이 단둘이 사는 아빠와 꼬마 아들이 바위대문 집으로 이사 온다. 처음으로 나무와 마주 선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지만 나무가 아프다는 아빠의 말에 엄마 생각이 나는지 금세 울음을 터뜨린다. 아빠와 아이는 그날부터 나무에게 정성을 쏟는다.

호오 호!”

나무야, 걱정 마. 내가 얼른 고쳐줄게.”

시원하니?”, “기분 좋지?”, “예쁘다!” “애썼다!”

우리가 일상에서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 한마디에 울컥하고, 나를 위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에게 내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가슴이 뭉클해지는 따뜻한 말을 통해 힘을 내고 그 사람을 위해 또 나를 위해 참고 견디며 더 단단하게 삶을 맞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새잎이 돋아나고, 봉오리가 터지고, 기다리고, 수줍은 듯 열매를 맺은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된 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어느 새 훌쩍 커버린 아이와 나무는 긴 기다림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날이 있다. “ 밥 먹었니”, “ 수고했다!”, “아프진 않니?”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냈을 때 우리는 더 큰 위로와 힘을 얻는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고 위로가 될 따뜻한 그림책이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윤미숙 작가는 우리나라 최초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팥죽할멈과 호랑이로 라가치 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콜라주 작업을 통한 그림을 많이 그렸으며, 최근에는 웃음은 힘이 세다를 작업했다. 독특한 그만의 기법은 그림책을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준다. 우울하고, 기운이 없을 때 이 두 책을 함께 읽는다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띄며 힘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