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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일상에서 찾은 깜짝 선물 『털실뭉치』

 

일상에서 찾은 깜짝 선물 털실뭉치』 

 

화성시립 삼괴도서관 홍 미 정

 

 

털실뭉치/ 김규학 동시집, 오인아 그림 / 섬아이 / 2012

 

 

엄마는 털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고, 딸로 보이는 꼬마 아이는 턱을 괴고 엎드려 뜨개질하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아이의 표정은 마냥 즐겁고 호기심으로 가득 차 보인다. 아마도 털실의 놀라운 변신을 기대하고 있으리라.

섬집문고 19권 김규학 동시집 털실 뭉치의 표지 그림이다. 표지 그림만으로도 내게 따스함이 전해진다. 과연 이 동시집은 나의 마음을 어디로 이끌까? 나도 아이처럼 설레고 기대된다.

 

엄마, 전업주부가 뭐야? / 응 그건, 엄마처럼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엄마들을 말하는 거야. /

엄마, 그럼 살림은 또 뭐야? / 살림은, , 그러니까, 말 그대로 살린다는 뜻이지 / 우리 민수를 살리고 아빠를 살리고 가정을 살리고...... / 엄마, 엄마 없으면 우리 다 죽겠다.

- 엄마가 하는 일전문

 

살림이 뭐냐는 자녀의 물음에 답이 궁색해진 엄마가 얼떨결에 가족들을 살리는 일이라 대답한다. 뭐 그리 틀린 답도 아니다. 아이는 잠시 생각한다. 아이고, 그럼 엄마가 없으면 우리는 다 어떻게 되는 거지?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하고 고개를 절로 주억거리게 만드는 재치 만점의 동시이다. 늘 곁에 있어 몰랐던 엄마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깔끔하게 각인시킨다.

 

작년에 입던 겨울옷을 꺼내 입었다. /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는데 반으로 접힌 천 원짜리 두 장이 나왔다. / 콩닥콩닥 가슴이 뛴다. / 5학년 배준현이가 4학년 때의 배준현이한테 깜짝 선물을 받은 것 같다. - 깜짝 선물전문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돈이 들어있는 경우, 마치 공돈을 얻은 것 같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던가? 이런 기분 좋은 마음을 5학년 배준현이가 4학년 배준현이한테 주는 깜짝 선물로 표현한 부분은 정말 아이처럼 순수하고 참신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 땅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한다. / 다케시마 거꾸로 쓰면 마시케다이다. / 마시케다 마시케따 마싰겠다 맛있겠다. / 그래서 만날 넘보는 걸까 맛있을 것 같아 자꾸 삼키려는 걸까? / 세상이 다 보고 있는데...... - 독도전문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독도를 늘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을, 작가는 단 몇 줄로 예리하게 한 방 먹인다. 아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다케시마를 맛있겠다로 풀어놓은 부분이 엉뚱하면서도 재미지다. 시의 마지막 연에 세상이 다 보고 있다며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는 일본에 경고와 야유를 날리기까지 한다.

이외에도, 같이 놀던 마당이 혼나는 걸 보고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친다고 표현한 때치

되똥되똥 오리걸음을 걷는 할머니가 이랑 위에 알을 낳는 것 같다고 묘사한 감자밭

우리 집 진돗개 바둑이는 멍, , 멍 한국말로 우는데 옆집 애완견 메리는 왈, , (R.R...) 외국말로 운다고 표현한 외국말로 울어요

문제투성이인 시험지에서 딱 두 문제만 맞힌 나도 문제투성이라 말하는 시험지

작가의 재치와 익살이 돋보이는 주옥같은 동시가 넘쳐난다.

 

시를 재미지게 하는 데는 삽화의 공도 크다. 광고디자인 경력을 지닌 일러스트레이터가 삽화를 그려서일까? 마치 주제를 대표하는 키워드만을 뽑아 그림에 옮겨놓은 듯, 군더더기 없이 글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삽화와 함께 읽으면 시의 농도가 더 진해지는 느낌이랄까.

우리 엄마는, 털실 뭉치, 저요, 시험지, 바람 때문에, 주먹탑, 아버지와 함께 학원 가는 날등의 삽화가 더욱 그러하다.

우리 엄마는털실 뭉치에서의 엄마와 아이의 캐릭터, 저요에서의 엄마 제비와 아기 제비의 캐릭터, 시험지에서 절규하는 듯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아이의 캐릭터는 시를 더 감칠 맛나게 하는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바람 때문에에서, 바위처럼 거대하게 과장해 표현한 아빠의 몸집과 상대적으로 쪼그라들어 있는 듯 왜소하게 표현해 놓은 아이의 캐릭터는 야단맞고 있는 상황에서의 아이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작은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세심하게 관찰해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에, 약간의 위트와 익살을 섞고, 거기에 찰떡같은 어여쁜 그림이 더해져 훌륭한 동시집이 되었다. 책을 열고 덮을 때까지 지루해하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일상은 더 이상 지루함이 아니다. 깜짝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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