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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철수에게 새 빤스를!!

철수에게 새 빤스를!!

 

남양주시 화도도서관 사서 이은주

 

 

- 내 빤스 / 박종채 글·그림 / 키다리 / 11000/ 그림책

- 초등저학년

 

 

 

신간도서 코너를 돌다가 재미있는 그림책을 발견했다. 제목은 내 빤쓰.

책 표지에는 빨간 망토를 두르고 슈퍼맨이 된 남자아이가 파란 하늘을 날고 있다. 표지를 넘기면 삼각 빤스, 사각 빤스, 줄무늬 빤스 등 온갖 종류의 남자 빤스가 그려져 있다. 몇 종류의 빤스가 그려져 있는지 맞추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칠남매 중 막내인 철수는 책과 학용품, 옷 등 모든 물건들을 형들과 누나들에게 물려받아 쓴다. 엄마는 그런 철수를 위해 재봉틀로 마술처럼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주시기도 한다. 그런데 신체검사 날 친구들에게 팬티에 빨간 나비 리본이 달린 것을 들켜 창피를 당하고 만다. 철수는 헌 빤쓰를 입고 싶지 않다며 엄마 아빠에게 투정을 부리다가 혼이 나고, 그날 밤 새 빤쓰와 난닝구를 차려입고 하늘을 나는 꿈을 꾸게 되는데...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새 빤쓰와 난닝구를 차려입고 하늘 높이 나는 꿈이었어요.”

 

7~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니던 부모들은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속옷을 물려 입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도 슬픈 추억이 있다. 엄마는 명절이나 신체검사일 전날이면 가마솥에 물을 데워 커다란 대야에 물을 한가득 넣고 동생들부터 씻기셨다. 나는 때가 많이 나온다며, 동생들을 씻긴 물에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 더 부어 맨 나중에 씻기셨는데 더럽다고 반항하던 일이 생각난다. 네 명을 씻기느라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 책의 특이한 점은 페이지가 없다. 작가의 숨은 뜻이 궁금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뒷부분에는 엄마 아빠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라는 제목으로 신체검사 하는 날의 풍경’, ‘재봉틀’, ‘교복, 교모, 가방 물려주기’, ‘다리이’, ‘빤스와 난닝구사진과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다. 다리이는 대야’, 빤스와 난닝구는 팬티, 러닝셔츠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가 갖고 있는 따뜻하고 행복한 추억을 전해주며, 가족간의 사랑과 진정한 의미의 풍요로움, 또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워 주며, 온가족이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다.

 

 

작가 박종채씨는 시각디지인을 공부하고 디자인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03년부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의 첫 창작그림책으로 앞으로 세상에 나올 작품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