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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헝겊 위에 피어난 들꽃

헝겊 위에 피어난 들꽃

 

들꽃이 핍니다 / 김근희, 한솔수북

 

 

,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이 다가왔다. 한파 탓에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겠다 싶은 요즘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책 없나 하고 서가 사이를 오락가락하게 된다. 그러다 발견한 이 책 들꽃이 핍니다는 제목만으로도 따뜻해지는 느낌이 물씬 풍겨 와서 집어 들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다소곳이 피어 있는 들꽃에 눈길이 닿을 때가 있다. 도시의 보도블록 사이로 빼꼼히 꽃잎을 내민 들꽃이라도 볼라치면 어쩜, 저런 곳에서도 피다니?’하며 신기해하게 된다. 어른도 이럴진대 아이의 눈은 어떨까? 키 작은 아이의 눈에는 더 잘 보이고 더 신기하겠지 싶다. 그런 수많은 들꽃 중에 작가는 제비꽃, 꽃마리, 뱀딸기, 까마중, 나팔꽃, 자운영을 소개한다. 들꽃은 계절이 바뀜에 따라 봄에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또다시 겨울이 되면 씨앗을 땅속에 남긴다.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각 들꽃마다 특성을 꼼꼼하게 살펴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아이가 들으면 재미있어할 만한 온갖 의성어와 의태어를 선보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톡톡톡, 뽀롱뽀롱, 동그르르, 올망졸망, 뚜뚜뚜, 살금살금, 새근새근 등은 아이가 반복하여 따라 하며 재밌다고 깔깔대고 웃어댈 것만 같다. 또한, 다음처럼 내용 일부만 떼어내 보면 예쁜 시어를 나열해 놓은 한 편의 동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까마중은 / 올망졸망 꽃망울 내밀어 / 별빛 꽃 피워요. / 까만 밤 별빛 꽃 지고

/ 달빛 둥그런 열매 맺었지요.

이 책은 삽화의 표현 기법면에서도 두드러진 점을 보인다. 작가는 그림 대신에 앙증맞은 자수를 선택하여, 헝겊 위에 수를 놓아 촬영한 사진 위에 글이 올려져있는 기법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그 때문인지 당연히 매끈한 단면인 줄 알면서도 괜히 오돌토돌하게 수가 만져질 것 같아 자꾸만 쓰다듬다가 머쓱해지기 일쑤다. 시각적 표현만으로 촉감적 착각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그림책 작가를 꿈꾸던 작가는 자신의 첫 그림책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처음이라는 설렘과 정성이 묻어나는 책을 만난 것에 반갑고 앞으로 펴내게 될 작품이 기대된다. 추운 겨울밤. 잠자리에 든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싶다. 그러면 온갖 들꽃에 둘러싸여 즐겁게 뛰노는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하남시나룰도서관 사서 최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