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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도서관의 책들은 기다린다

도서관의 책들은 기다린다.

 

-       <행복한 책>, 케이트 베른하이머 글, 크리스 쉬밴 그림, 최순희 옮김, 국민서관, 2012

 

 도서관에는 다양한 책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빌려간다. 매일 그대로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도서관의 책들은 끊임없이 순환되고 있다. 변화무쌍한 도서관의 일상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나 끄집어 올린 이 책의 작가는 케이트 베른하이머로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미국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고, <프레드릭>, <엄마의 의자>등 많은 작품을 옮긴 최순희의 번역으로 이 책에 관심이 더해진다.

 

 우리는 보통 낡은 책보다는 새 책을 선호한다. 도서관에 책을 빌려온 사람들도 대게 그렇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도서관의 초록색 책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관심 속에서 자주 빌려졌지만, 서서히 낡은 책으로 변하게 되면서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소녀 앨리스에 의해 읽혀지고, 사랑받게 된다. 대출기간이 끝나면서, 이 둘의 만남은 서로 원하지만, 한동안 이어지지 않는다. 비 오는 날 다시 극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둘은 행복해한다.

 

그림을 그린 크리스 쉬밴도 역시 낯설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이야기와 조화롭게 따뜻하면서도 아름답다. 특히 표지의 그림에 주목해본다면, 그는 글을 잘 살려내는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이다. 책장 앞에서 한 아이가 주황색 책을 읽으며 행복해하고 있다. 책장 뒤에는 초록색 책이 한 권 있는데,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읽혀지길 외롭게 기다리는 듯 하다. 이 책의 원 제목은 <The lonely book>이다. 그는 또 색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초록색과 앨리스가 책을 읽는 부분에서 자주 등장하는 보라색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아름다운 조화가 좋다.

 

앨리스도 어쩌면 초록색 책처럼 외로운 아이다. 책에는 아버지만 등장하고, 형제도 없다. 주로 혼자서 책을 읽는다. 물론 직장에 다니지만, 매일 밤 책을 읽어주고, 주말에는 도서관에 함께 가는 자상한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어서인지, 앨리스는 밝고 착하며 긍정적인 아이다. 낡은 책이지만, 책에 담긴 이야기를 사랑할 줄 알고, 찢겨져 나간 결말 부분을 자신의 이야기로 상상하며 행복해 하는 앨리스를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모든 것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자. 도서관의 낡은 책들도 우리의 따뜻한 관심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책 안에 담긴 내용을 사랑해보자. 도서관의 책들은 기다린다. 외로움을 극복하고, 책을 읽으면서 꿈꾸고 성장하는 앨리스 같은 아이들을.

 

양유진(수원 태장마루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