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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brary & Libro

[2012년 10월호] "도서관의 천사"

 

 

 

“도서관의 천사”

 

지난 호에는 남량특집으로 “도서관의 유령”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호에는 “도서관의 천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동안 기억 속에 잊고 있던 도서관의 천사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지난번 파주 북소리 축제 「도서관의 날」세미나 때문이었습니다. 주제발표로 나선 강창래 작가님은 권장도서목록이 도서관의 천사가 해야 할 일을 없앨지도 모른다며 책 읽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도서관의 천사를 만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뭔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을 때, 찾고 싶은 정보가 있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 서가 사이를 거닐고만 있으면 도서관의 천사가 날아와 찾고 있는 책으로 안내합니다. 심지어는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조차 몰라도 도서관의 천사는 친절하게 내가 필요로 할 만한 책을 눈앞에 펼쳐 보여준다고 합니다. 천사라는 게 현실에 있을 리 만무하지만 분명히 도서관을 즐겨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런 유사한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도서관 목록이 전산화 되어 온라인 검색과 위치 확인이 수월해졌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책에 대한 기본 정보만 알고 있으면 홈페이지나 검색 단말기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한 책을 찾아 대출하면 끝입니다. 이젠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서가에 갈 것도 없이 보고 싶은 책을 바로 다운 받아 볼 수 있는 세상이니 앞으로 서가 사이를 헤매며 배열된 책들의 청구번호 순서를 따라 다닐 일은 더욱 줄어 들 것입니다. 도서관 천사가 설 자리가 점점 사라져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남들이 다들 좋다고 추천해 주는 책만 골라 읽는 것도 독서의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책 저 책 눈이 가고 손이 가는 데로 자유롭게 책을 펼쳐 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새롭고 흥미 있는 내용 들을 만날 수 도 있습니다. 또 어떤 책과 그 주변에 꼽혀있는 다른 여러 책들과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이리저리 파헤쳐가는 과정 속에서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끔 도서관의 천사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