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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편견을 버리고넓은 세상으로

o 서평대상 서지사항

곰과 새
김용대 그림, 길벗어린이, 2020

o 분야

어린이 그림책

o 추천대상

유아~초등 고학년, 편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김나리(하남시 디지털도서관)

 

 

곰과 새는 글이 없는 그림책이다. 지은이 김용대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한 분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책 속 그림들도 굉장히 사실적이다. 눈에 띄는 점은 주로 무채색을 사용했지만, 새와 마지막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만 색채가 칠해져 있다는 점이다.

곰이 오두막에 찾아 들었을 때, 창문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새의 입장에서는 곰만이 아니라 오두막, 사냥꾼, 사냥개, 그 외의 다른 모든 풍경들이 무채색으로 보였을 것이다. 단순히 검정색만을 생각하면 어둡고 두려움의 표현이라 여겨지지만, 이외의 다른 풍경들을 생각해 보면, 새에게 위협이 되기보다는 아무 감정 없는 공간일 수 있겠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새가 풀려나 나오는 순간에 바로 색채가 채워지는 게 아니라 곰과 눈빛의 대화를 거친 뒤 어떤 오해가 풀리고 곰이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새가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었을 때, 비로소 모든 곳의 색채가 돌아온다.

이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곰은 왜 굳이 언덕에 올라 새를 풀어준 것일까? 오두막의 위치를 생각해 보았을 때 산 아래로 추측되는 위치와 상반된 곳이라고 생각된다. 산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오두막과 그 안의 새장 안 공간으로부터 언덕 위, 모든 곳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하늘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새의 세계가 확장되는 순간이다.

표지가 곰과 새가 처음 만나는 장면인 것은, 편견이 가장 극대화되어 있는 순간일 것이다. 새는 겁먹고 곰을 향해 뒤돌아보고 있다. 곰이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독자에게도 위협적으로 보이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 곰은 사냥꾼과 사냥개를 해하거나 상처 입히지 않고 따돌리며’, 그 후에도 어느 동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두막에서 배를 채운 탓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이 목을 축이는 동안에 새를 탐낸 오소리를 해할 법도 하건만, 오소리를 단지 위협만 할 뿐 그저 새장을 들고 그 자리를 떠날 뿐이다. 그 순간 책 속의 곰이 독자가 생각하던 일반적인 곰들과는 다르며, 곰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는 마지막에 말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틀 안에 갇힌 시선은 서로간의 오해를 낳고 미워하며 때로는 이유 없이 싸움을 만들기도 하지요. 어쩌면 서로 친구가 되길 원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만의 스몰 데이터를 쌓아간다. 그리고 이것이 위험한 상황을 피하고 안전하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의 스몰 데이터가 그러하다고 말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다름과 차이에 관하여 알아가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이런 대화는 때로는 오해를 풀어 나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거나 때로는 나를 현명하고 성숙한 한 인간으로서 성장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화자의 생각을 온전히 그림만으로 전달하고, 독자는 그림을 통해 화자의 뜻을 유추하여 파악한다. 이 책은 그림만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적인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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