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아빠에게 가는 길

아빠에게 가는 길

이지연 (안성시립도서관 사서)

 

아빠에게 가는 길 / 심스 태백 저, 김정희 역. - 베틀북. 2008

 

해가 짱짱한 날에도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에도 아빠가 보고 싶어요.” (P.1-4)

 

어릴 적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아빠에게 가는 길>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따뜻한 도시 통영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원으로 이사를 왔다. 아버지 직장, 자녀들의 교육을 걱정한 부모님은 고향에서 멀리 멀리 수원에 정착하기로 결정하셨다. 이사 가기까지 1년여 수원에서 홀로 직장 생활 하고 계신 아버지는 지금처럼 교통편이 좋지 못했기에 한 달에 한번 집에 오셨다. 한 달에 한번 아버지가 오시는 그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식구 모두가 대청소를 하고, 어머니가 해주신 푸짐하고 맛있는 요리를 맘껏 먹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아버지는 무척 낯설었지만,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신 젊은 아버지를 뵈면 항상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 같다. 그 시절 일기장엔 온통 아버지에게 잘못과 자랑을 고백하는 글로 가득 차 있었고, 어린 나이였지만, 어머니, 남동생을 더 잘 돌보겠다는 이른 철들음이 반듯한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그 시절의 나를 보는 듯,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린 소녀는 잠도 안 올 정도로 아빠가 보고 싶어, 자신을 선물 포장해서 아빠한테 선물하는 계획을 구상한다. 포장지에 알록달록 예쁜 그림을 그리고, 보라색 끈으로 리본도 묶고, 직접 그린 우표를 붙여 친구한테 우체국에서 접수를 부탁한다. 아버지가 포장지를 풀면 소녀가 짜잔~아빠 정말 보고 싶었어요.”하고 나타난다.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다는 소녀의 침대 머리맡에는 아빠가 보내주신 편지, 사진이 붙여져 있다. 소녀가 바라는 행복한 꿈을 꾸는지, 침대에서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 책은 마무리 된다.

 

지금의 아버지는 예전보다 키도 작아지셨고, 주름도 많아지시고, 흰머리도 많아지셨다. 내 어린 시절의 아버지는 키도 크시고, 깔끔한 양복에 멋진 모습이었지! 하고 생각하니, 세월이란 놈이 아버지를 늙게 만든 것 같아 가슴 속 먹먹함이 밀려온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다시 느껴 볼 수 있는 <아빠에게 가는 길>은 어린 독자부터 어른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칼데콧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심스 태백의 기발하고도 코끝 찡한 가족 사랑이야기 지금 만나러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