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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아름다운 아이

아름다운 아이.

 

유현미 (평택시립도서관 팀장)

 

 

아름다운 아이 / R.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이 책은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아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2년 동안이나 헬멧을 쓰고 다닌 아이. 어거스트 풀먼의 이야기다. 그러나 어거스트( 이하 오기)를 알면 알수록 저 소개가 얼마나 상투적인가 느끼게 된다. 사실은 얼굴을 제외하고는 모든게 지극히 평범한오기, 오기의 누나, 친구들의 유머와 슬픔, 우정과 갈등, 사랑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성장기다. 오기와 주변 다섯인물(비아, 서머, , 저스틴, 미란다)의 시점에서 교차되는 이야기들이, 모두의 입장에서 공감이 될만큼 사실적이고 입체감 있다. 독특한 상황설정 임에도 결코 엄살피지 않는 담담함이 오히려 실화라는 착각을 불러 읽으 킨다. ‘울음과 웃음이 맞부딪치는 감정으로 온통 나를 휘감아 버린이 아이들을 소개한다.

먼저, 오기.

생쥐소년. 변종. 괴물. 프레디 크루거( 나이트메어)의 살인마. 이티. 구토유발자. 도마뱀 얼굴. 돌연변이. 이것이 모두 오기의 별명이다.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그 이상일 것이라고 오기는 말한다. 그런 오기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새끼양처럼난생 처음 학교에 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오기가 처음으로 접한 5학년은 예상대로 그리 녹녹치 않았다. 아이들이 얼마나 악랄무쌍할 수 있는지 이미 놀이터에서 겪을 만큼 겪어 봤다고 생각했었다. 알다마다. 알다마다. 알다마다. 그렇지만 전염병 환자취급의 치즈터치와 괴롭힘, 믿었던 친구로부터의 배신, 왕따를 겪으며 오기는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구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완전히 삼켜버릴 작고 검은 구멍이....

 

한편, 오기의 누나, 비아. 한참 사춘기를 거치며, 친구와의 갈등, 새로 입학한 학교에서의 적응만으로도 힘에 겨운데, 자신을 가장 아껴주었던 할머니의 죽음으로 마음속에 크나큰 상실감을 안고 있다. 그런, 비아는 별로 좋지 않은 때조차 늘 좋아라는 대답으로 가족을 안심시킨다. 자신의 최악의 날 최악의 상태, 최악의 두통, 최악의 상처, 최악의 경련 누가 봐도 최악인 고약한 일도 오기가 겪는 일 앞에서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는 비아엄마로서가 아니라 늘 오기의 엄마로 사는 것도 버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비아는 중요한 건 그런 나쁜 날들을 견뎌내야만 한다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동생의 슬픔도 어루만질 줄 아는 성숙한 아이다. 비아를 지켜주고 견디게 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할머니가 남겨주신 비밀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비아는 그 비밀에 의지하고, 그 비밀을 담요처럼 몸에 두르고 살았다고 한다. 그 비밀이란, 다름 아닌 할머니가 이 세상 누구보다 비아를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 ...오기한테는 이미 지켜주는 천사들이 많잖니. 그러니까 내가 널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넌 나의 모든 것이란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그 하나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견뎌낼만한 것인가 보다.

 

 

서머.

서머는 오기에게 유일하게 먼저 다가선 친구였다. 급식실에서 모두들 피하는 바람에 덩그라니 혼자 앉아 쏟아지는 시선과 외로움을 견뎌내고 있는 오기에게 무심한 듯 다가온 서머. ‘ 평범한 얼굴을 지녔다 해도 새로운 아이가 된다는 건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그런 얼굴이라면? 어거스트는 그냥 아이일 뿐이다.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이상하게 생긴 아이, 하지만 그냥 아이. ’ 오기를 그냥 아이로 볼 줄 아는 서머, 세상에는 나쁜 아이도 많지만 서머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고맙다.

 

비아의 남자친구, 저스틴.

오기를 처음 보고 온 날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머릿 속이 생각들로 가득하다.

이 우주는 오기 풀먼에게 결코 녹녹치 않다. 그런 형을 받아도 좋을 만큼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대단한 짓을 저지르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 부모가? 아니면 비아가? .... 우리는 태어날 때 표를 구입한다. 좋은 표를 살지. 나쁜 표를 살지는 모두 운에 맡길 뿐이다. 우리 탄생의 무작위성이 거대한 복권뽑기 기계와도 같으나,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우주는 결국 모든 것을 공평하게 만들어 준다. 우주는 자신의 모든 새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우주의 가장 연약한 창조물을 보살펴 준다. 맹목적으로 크나큰 사랑을 베푸는 너의 부모님.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누나. 너의 일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걸걸한 목소리의 그 녀석- . ’ 저스틴은 부모로부터 이미 많은 상처를 받은 아이지만, 이렇듯 다른 사람의 상처를 느낄 줄 아는 마음과, 사랑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것만으로도 잘 성장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우리 사회와 비교하여 가장 부러웠던 점이 촘촘히 짜여진 사회관계망 속에서의 사랑관용이었다. 부모의 사랑만으로는 너무 버거운 일들이 합리적이고 안전한 관계망 속에 놓임으로써 상처를 치유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오기와 저스틴 그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오기.

겉모습만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면 오기는 볼수록 매력적인 아이다. 특히 그가 산 표에는 넘치는 사랑을 베푸는 가족과 친구라는 쿠폰이 함께 들어 있으니, 언젠가는 튼튼한 날개짓으로 창공을 날아오르리라 믿는다. 여전히 세상은 오기에게 그리 녹녹치 않겠지만, 말이다.

오기는 말한다.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번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극복하니까.’ 라고. 세상을 극복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오기들에게, 그리고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시간에 쫒기며, 헐레벌떡 서평을 쓰고 있는 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